청문회 본 시민들 "대놓고 국민 무시하나"
사상 초유 증인선서 거부에 첫 집회 참석... "더 많이 올 줄 알았는데 아쉽다"
▲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8차 범국민촛불대회17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국정원 정치공작·대선개입 규탄 제8차 범국민촛불대회'가 열리고 있다. ⓒ 권우성
이구동성이었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원세훈-김용판 두 사람의 증인선서 거부에 대해 분노를 표했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지난 16일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증인선서를 거부했다. 국정조사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오마이뉴스>는 17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을 만나 이들의 '증인선서 거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예전에는 잘못한 시늉이라도 했던 것 같은데..."
초등학교 5학년, 2학년 두 자녀와 함께 나온 최영미(40)씨는 "이제껏 촛불집회에 나온 적 없었는데 어제(16일) 청문회를 본 것이 (집회 참석에) 큰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청문회에 나온 사람들이 잘못한 시늉이라도 했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아주 후안무치하다"며 "증거가 확실한데도 뻔뻔하게 잡아떼는 모습을 보면서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 "아이들에게도 이런 불합리를 겁내고 도망치며 안 된다는 것을 알려주려고 촛불집회 기사도 보여주고 데리고 나왔다"면서 "아이들도 옳고 그른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홀로 집회에 참석한 정시우(16)군 역시 "원세훈과 김용판이 뻔뻔하고 양심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청문회에 나왔다면 국민들에게 사실을 알려야 할 의무가 있지 않나"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번에 처음 촛불집회에 나왔지만 앞으로도 나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 "국정원 정치개입 진상규명" 청년시국선언17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국정원 정치공작·대선개입 규탄 제8차 범국민촛불대회가 열릴 예정인 가운데, 행사 전 광장 한 켠에서 '2013 청년시국선언'이 진행되고 있다. ⓒ 권우성
연인과 함께 온 정희정(26)씨는 지난 16일 청문회를 요약한 동영상을 봤다고 했다. 그는 "보는 내내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껍데기만 청문회라는 느낌"이라며 "새누리당은 질문이 하나도 날카롭지 못하고 오히려 두 사람을 배려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지적했다.
박용섭(48)씨도 "청문회를 보다가 언짢아서 껐다"면서 "선서도 안 하고 자기 할 말만 하는 김용판과 원세훈을 보면서 화가 나서 계속 볼 수가 없었고 새누리당은 그들에게 변명할 기회만 줬다"고 말했다.
김아무개(57)씨는 "한 무리의 사기꾼 집단을 보는 것 같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증인선서 거부에 대해 "국민을 우습게 보는 것이다, '우리에게 권력이 있는데 너희들이 뭘 어쩌겠냐"고 말하는 것 같았다"면서 "양심도 없고 부끄럼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부부인 오유승(32)씨와 유정수(35)씨는 "선서를 거부하는 것부터 어이가 없었다"며 "(선서거부는) 대놓고 시민을 무시하겠다는 얘기와 같다"고 질타했다. 이들은 "(두 사람이) 기관의 장이었기 때문에 대답이 조심스러울 수는 있지만, 전국민이 다 보는 청문회에서 그렇게 뻔뻔한 태도로 임하는 것 자체가 화났다"면서 "증언을 듣자고 있는 자리인데 (원 전 원장과 김 전 청장은) 본인에게 불리한 말들은 회피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촛불집회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이들은 "(두 사람이 증인선서를 거부하면서) 국민을 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는데 이렇게 조용할 수 있나"라며 "오늘 촛불시민이 더 많아질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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