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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세 없는 복지? 지금은 '고백'이 필요한 때

국민적 합의를 이끄는 3단계 프로세스 : 인정-고백-합의

등록|2013.08.18 14:43 수정|2013.08.18 14:43
세계대전 당시의 군산복합체 실체를 최초로 고백한 전직 군인 출신의 스메들리 버틀러, 어린 시절 성폭행 당한 사실을 털어놓은 오프라 윈프리. 이들의 사례에서 보듯 '진정성'이 담긴 고백은 국면을 전환하고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는 동력이 되어주곤 한다. 쉽게 인정하지 못하는 것을 당당히 털어놓는 사람에게 갖는 믿음이 불가능하리라 여겼던 것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고백의 힘'이다.

여기 고백이 필요한 또 한 순간이 있다. 복지를 위해 증세가 필요하느냐는 논란 속에 서 있는 대한민국의 지금이 바로 그러하다. 무상교육과 무료급식, 의료 복지 등 박근혜 정부가 공약한 복지정책들을 이행하는데 집권 5년간 135조 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당장 올해부터 시행된 0-5세 무상보육의 전 계층 확대로 1조4400억 원, 내년부터 점진적으로 실시되는 고교 무상교육에도 8조 원이 든다.

그러나 '증세 없는 복지'라는 타이틀에 매몰된 정부가 내 놓은 세수 증가 방안은 지하경제 양성화, 비과세 감면 및 정비 등 모두 한계가 있는 것들뿐이다. 예컨대 정부가 주장하는 지하경제 양성화로 인한 세수 증가분은 27조 원인데 아직까지 징수 대상과 방법에 대한 구체적 방법이 나오지 못했다. 이런 상태에서 과연 그 만큼의 세수 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한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보듯 비과세 감면 등의 소극적 방법으로는 135조 원에 훨씬 못 미치는 2조 원 정도의 효과만 기대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늘어난 복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증세'가 불가피한 상황이란 얘기다.

따라서 지금은 '증세 3단계 프로세스'가 필요한 시점이다. 증세는 국민들의 조세저항이 있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단계적인 프로세스를 통해 국민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즉 정부가 증세가 필요함을 먼저 '인정'하는 1단계, 이를 대통령이 국민들 앞에 '고백'하는 것이 2단계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복지 정책을 반드시 실현하겠다는 대통령의 진정성이 전제되어야 함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사실 국민들은 정부가 우려하는 것만큼 이기적이거나 무지하지 않다. 복지를 실현하려면 그만큼의 예산이 필요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그것을 위해서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것도 모르는 바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세에 대해서 거부감을 보이는 것은 대기업이나 고소득 자영업자에게 가해지는 조세수준과 비교했을 때 중산/서민층에게 매겨지는 세금부담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기업과 고소득 자영업자부터 시작되는 증세정책을 약속한다면 국민들 역시 생각보다 쉽게 3단계인 '합의'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고백(告白). 한자 '告'에는 '뵙고 청하다'란 뜻도 담겨 있다 한다. 국민 앞에 희고 깨끗한 마음으로 뵙고 청하고자 한다면 국민들 역시 마음을 열 것이다. 증세의 필요성에 대한 진정성 있는 고백이 복지국가의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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