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옷만 입고 일하는 직장..."저는 당당합니다"
[인터뷰] 목욕관리사 김은숙씨... "우리 진짜 고충은..."
▲ 영화 <인어공주>의 한 장면. 젊은 연순(전도연)은 해녀였지만, 중년의 연순(고두심)은 목욕관리사(때밀이)로 일한다. ⓒ 나우필름
대한민국 이색 직업 세 가지를 꼽으라면 노래방 도우미, 다방 '오봉맨', 목욕관리사를 들고 싶다. 한국에는 남자들이 노래 부를 때 도와주는(?) 도우미 여성들이 있다. 일부 한국 남자들은 커피를 배달해 마시는 특이한 취향이 있는데, 그 배달을 여성이 하고 또 그 여성만 태워다니는 전담 배달꾼(오봉맨)들이 있다. 한국 목욕탕에는 사람 때를 밀어주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직업들은, 상가에서 곡을 해주는 중국의 '곡비', 상층 카스트의 도시락을 배달해주는 인도의 '도시락 배달꾼', 승용차들의 검문소 통과를 도와주는 자카르타의 '카풀 아르바이트'처럼 독특한 직업이다.
당신이 모르는 목욕관리사의 세계
노래방 도우미, 오봉맨 등의 직업이 해외에 구체적으로 소개된다면 국가 이미지에 긍정적이지 않을 듯하다. 하지만 목욕관리사는 한국의 독특한 대중목욕문화를 알리는 등 긍정적 역할을 할 듯하다. 이 직업은 한때 때밀이, 세신사를 거쳐 지금은 '목욕관리사'라는 전문 직업 명칭으로 정착됐다.
여자목욕탕. 금남 구역이라는 이유만으로 일부 남성들은 괜한 신비감이나 환상을 품기도 한다. 하지만 여탕의 일반적인 풍경은 수증기 자욱한 탕 둘레에 돌아앉은 여인들이 각자 열심히 몸을 구부렸다 폈다, 물을 끼얹었다 하면서 팔을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모습이다.
이 여성들이 공통으로 골몰하는 목표는 몸의 때를 벗기는 일이다. 더러, 이 과정을 타인의 수고에 의지하는 여성이 있다. 신체구조상 두 팔이 몸 각 부위에 고루 닿지 못하는 한계 때문이다. 그녀들은 한쪽 벽에 설치된 벨을 누름으로써 '구원'을 요청한다. 이때 신호를 받고 등장하는 이가 바로 목욕관리사, 속옷 한 장을 유니폼 삼아 타인의 때를 벗기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작업대 위에서 그녀들은 목욕관리사의 섬세하고, 따갑고, 거친 손길을 거쳐 다시금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인간'으로 거듭난다. 이 숭고한 의식을 주관하는 여사제의 손에는 일명 '이태리 타올' 한 장이 끼워져 있다. 이윽고 때를 다 벗겨내고 나면 이제는, 각각의 요구에 따른 마사지, 지압, 신체교정 등의 옵션 의식이 뒤따른다.
장장 삼십 년 넘게 이 성스러운 직업에 종사해온 여성이 있다. 목욕관리사 김은숙씨. 스물다섯 나이에 처음 이태리 타올을 손에 끼기 시작해 어느덧 그녀의 나이 쉰다섯이 되었다. 그녀는 현재 목욕관리사학원을 운영하면서도 여전히 현역에서 사람들 때를 밀어주는 일을 병행하고 있다. 김 관리사에게 이 만만찮은 직업에 얽힌 힘들고, 재미있고, 보람있는 이야기들을 조목조목 들어봤다.
- 30년, 정말 오랫동안 한 가지 직업을 고수해오셨습니다. 스물다섯에 이 일을 처음 시작하셨다는데, '특별히' 이 업종을 택하신 계기가 있으신지요.
"돈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당시 어떡하든지 돈을 많이 벌어야 했습니다. 이것 저것 따질 게 아니었어요. 저는 동생 여섯이 딸린 맏딸이었습니다. 동생들 가르치고 싶은 욕심에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도 좋으니 돈을 많이 벌고 싶었습니다. 당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취직을 해봤자 월급이 15만 원 정도였어요. 그 정도 월급으로는 동생들을 가르칠 수 없을 것 같았어요. 돈 많이 버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곰곰이 생각했어요. 돈도 돈이지만 앞으로 시대가 발달해도 기계화에 밀리지 않을 직업이 무얼까 하고요.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목욕탕 때 미는 직업은 절대 기계가 대신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힘들어도 때 미는 일을 해보자!' 그러곤 뛰어 들었습니다."
- 선견지명이 있으셨군요. 아무리 그렇지만, 스물다섯 아가씨가 이 일을 시작하기에는 굉장한 용기와 각오가 필요했을 텐데요.
"처음 서울 올라가서 일을 배웠거든요. 그런데 때 미는 일 배우기가 생각보다 너무 막막하고 힘들었어요. 딱히 가르쳐주는 곳이 따로 있지도 않았고, 무턱대고 목욕탕으로 쳐들어가 일 하시는 분들 붙들고 배우는 수밖에 없는데, 그게 쉽지가 않더라고요. 새파랗게 젊은 아가씨가 하고많은 일 두고 하필 때 미는 거 배우겠다니까 다들 미심쩍어 하고 경계하는 분위기였어요. 써주겠다는 목욕탕 업주도 없었고요.
가장 난감한 일이, 연습을 해보고 싶은데 무료로라도 저한테 몸을 맡기겠다는 손님이 없었요. 당연하죠. 힘센 경력 아줌마들도 많은데 누가 어린 초보 아가씨한테 때를 밀려고 하겠어요. 먹고 살기 힘든 시절이라 관리사들 공급도 과잉상태였어요. 그렇지만 포기하지 않고 온갖 눈치 봐가며 열심히 버텼어요. 그때 목욕탕 주인들 공짜로 때를 엄청 밀어줬어요. 그렇게 접근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젊고, 이 일을 제 평생의 업으로 삼자 각오했기 때문에 기존 관리사분들과 다르게 차별화를 두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기본적인 때 미는 업무 외에 카이로프랙틱, 지압, 교정, 스포츠마사지 등을 따로 전문가들 찾아다니면서 부지런히 배웠습니다. 그런 기술들을 서서히 고객들에게 서비스로 선보였더니 반응이 좋더라고요."
기계가 절대 침범 못 하는 직업
- 그 어려운 환경에 여러 기술까지 배우러 다닐 만큼 이 직업이 그렇게 전망 있어 보이셨습니까? 그렇게 노력하셔서 받은 돈이 얼마였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30년 전, 처음 일하고 받은 돈이 단돈 800원이었어요. 정말 적죠? 그러다가 2000원 받고, 서서히 올라갔어요. 다양한 기술 연마하고 싹싹하게 하니까 금방 고수입 수준에 올라섰습니다. 젊은 아가씨가 당시로는 무척 생소한 서비스들을 선보이니 인기가 좋았습니다. 손님들이 처음 받아보는 서비스에 고액의 팁을 주기 시작했어요. 당시 관리사 일당이 몇천 원일 때, 저는 십만 원 짜리 수표를 팁으로 심심찮게 받았습니다. 당시 제가 버는 돈이 교사 월급 세 배 쯤 됐어요. 때 미는 아가씨가 말이죠. 하하하!
그러면서 손님들이 '앞으로 이 업계에서 대성할 것'이라고 격려해 주시고 그랬어요.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이 일은 근무 여건에 따라 수입이 천차만별이었어요. 업장 주변 환경과 고객층에 따라 수입이 굉장히 많이 차이가 나지만 중요한 것은, 예나 지금이나 성실하게만 하면 어느정도 수입이 보장된다는 점이에요. 저야, 워낙 돈 벌고 싶은 욕심으로 똘똘 뭉쳐서 주변 시선 따위 전혀 신경 안 썼지만 아직도 밖에 나가 자신이 하는 일을 당당히 밝히지 못하는 동료들이 대부분이에요."
▲ 목용탕마다 설치돼 있는 목욕관리사의 작업대. ⓒ 정미경
- 목욕관리사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시네요. 그 분야에서 선도적인 노력도 많이 하셨는데, 결혼할 때 남편 분 반응이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결혼을 조금 늦게 한 편이었어요. 서른다섯에 결혼을 했는데, 신랑 될 사람한테 제가 목욕관리사라니까, 이름이 좀 그럴싸하잖아요. 무슨 일인지 궁금해 하대요. 그래서 아주 구체적으로 제가 하는 일을 설명해 줬지요. 제가 하도 당당하니까 그 사람도 좋게 생각하고 호응해주는데 제발, 그 '목욕관리사학원'만은 하지 말라고 막 말리더군요. 그때 저는 아는 목욕탕을 빌려 소규모로 초보자들을 상대로 가르치는 일을 막 시작한 단계였거든요. 사업적으로 확대하는 걸 반대했는데, 제가 그냥 밀고 나갔어요. 그렇게 시작한 학원을 약 15년 전에 정식 인가를 받아 개원했습니다."
- 당장 생계가 어려워 일을 하시려는 분들이 대부분일 텐데, 굳이 비용까지 지불하면서 일을 배우려 하는지 궁금합니다. 학원 운영하겠다는 발상도 특이해 보입니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저희 목욕관리사 대하는 태도가 굉장히 불친절하고 그랬어요. '때밀이 아줌마 어딨어?' 이렇게 불러대곤 했죠. 제가요, 그래서 '때 박사'라고 새겨진 띠를 머리에 두르고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때 밀어 주는 사람이 여기 있으니 필요한 사람은 정중하게 와서 부탁을 하십사, 그런 저 나름의 시위였죠. 제가 광주 내려 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이 목욕탕마다 일일이 돌면서 제대로 된 호칭 알리기였어요.
때 미는 일은 '세신', 때 밀어 주는 사람을 '목욕관리사'로 지칭하자는 캠페인 같은 것을 업주와 관리사분들을 상대로 했습니다. 그리고 광주에서 처음으로 목욕관리사학원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아는 목욕탕에 작업대를 마련해 소규모로 초보자 교육, 기존관리사분들께는 재교육을 실시했어요. 단순히 때만 밀 게 아니라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서 수입도 올리고, 손님들 만족도도 높이고, 우리들 위상도 높이자는 취지였습니다. 외부 시선도 문제지만 관리사분들 스스로 굉장히 위축된 분위기였거든요.
정식 인가 받은 학원을 개원해 초중고급반으로 나눠 교육하고 수료증을 발급해줍니다. 초보자는 물론이고 기존 관리사분들도 거의 재교육을 받으러 오시는 추세입니다. 단순하게 때 미는 일만으로는 이제 손님들을 만족시키기 어렵거든요."
- 그런데 수강생들이 실습할 때 누군가 '임상실험' 대상으로 작업대에 누워야 하잖아요. 그럼 수강생들끼리 서로 실습대상이 돼 주면서 하나요?
"네, 그러기도 하지만, 그렇게만 하면 진도가 느리니까 지인들을 총 동원해서 실습대상으로 눕혀 놓고 합니다."
목욕탕에서 가장 '진상' 손님은?
- 삼십 년 넘게 타인들과 신체 접촉 하는 일을 하시다보면 별난 에피소드도 많으실 거 같습니다. 애로사항도 많으실 거 같고.
"이런 말을 해도 되려나? 근데 실제로 자주 일어나는 일이니 말씀 드릴게요. 연로하신 분들은 의지와 상관없이 욕탕 내에서 생리적인 실수를 하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심각한 실례를요. 그러면 손님들은 마구 소리 지르고 굉장히 당황하죠. 그러면 청소하는 사람, 목욕탕 주인보다 결국 현장에 상주하는 저희 관리사들이 치워요. 솔직히 그런 일들을 처리할 때 좀 곤란하긴 합니다.
그 다음 곤란한 일은요, 손님들 중에 기껏 서비스 받고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몰래 가버리는 사람이 종종 있어요. 이상하게 그런 사람들은 아무리 열심히 서비스를 해드려도 계속해서 '클레임'(이의 제기)을 걸고 귀찮게 하면서 사람 혼을 쏙 빼놔요. 그러고 나서 슬그머니 돈을 안 내고 가버리죠. 그럴 때마다 정말 얼마나 힘 빠지는지 몰라요. 손님 한 사람에게 소요되는 시간이 15분에서 40분가량인데, 뻘뻘 땀 흘리면서 때 밀고, 마사지 하고, 교정하고 그렇게 정성을 다했는데 몰래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나가버리면 굉장히 슬프고 허탈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선불제로 하는 업장들이 늘고 있어요. 요즘같이 더운 여름에는 습한 환경에서 일 하는 게 여간 힘들지 않아요. 땀을 얼마나 흘리겠어요.
이 일은 또 고객 클레임이 굉장히 많이 발생합니다. 저희들이 최선을 다해도 끊임없이 불만을 토로하는 분들이 계세요. 그분들 요구 조건을 다 만족시키자니 정해진 기준도 없고 그래서 더 막연하고 답답해요. 평생 햇볕을 못 보고 사는 고통도 큽니다. 뿌연 수증기 안에서 하루 열 시간, 열 두 시간씩 일하는데 언제 햇볕 볼 새가 있겠습니까?
그래도 힘든 일보다는 보람 있는 일이 더 많지요. 고객들 대부분은 단골손님이에요. 신체를 접촉하는 일이다 보니 단골들과는 유달리 친밀감이 생겨요. 단골손님들 이런저런 얘기도 들어드리고 또 불편한 곳 알고 잘 보살펴드리니 고맙다는 말도 많이 듣지요. 특히 거동이 불편한 분들을 깨끗이 씻겨서 옷 입혀드리고 나면 저희가 다 뿌듯해요."
- 요즘은 1인당 이용 요금이 얼마쯤 하나요? 그리고 미용실 같은 경우는 긴 머리, 짧은 머리 요금이 다른데, 관리사님들 일은 체급에 관계없이 일률적인가요?
"하하하! 기자님, 예민한 지적입니다. 정말 우리 입으로 말하기는 그렇지만 솔직히 아쉬운 경우가 많거든요. 45Kg 손님하고, 90Kg 나가는 손님을 서비스 하는 일은, 쏟는 시간과 노력이 엄청난 차이가 나요. 그렇다고 가격을 더 받을 수도 없고, 솔직히 손님들 스스로 알아서 좀 더 생각해주셨으면.... 하는 기대를 저희들은 하기도 합니다. 친한 단골들께는 가끔씩 넌지시 하소연도 해보곤 하죠. 그러면 '몸집 크다고 버스요금 두 배로 받는 거 봤어?'하시면서 웃으세요. 요즘 비용은, 기본 세신은 영업장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1만7000~2만 원 선이에요. 대부분 세신 외에 마사지, 교정 등의 옵션을 한두 가지는 이용하니까, 한 사람이 작업대에 누우면 보통 4~5 만 원가량 요금이 발생한다 보면 되겠네요."
- 경력 30년 베테랑이시면 손님들 성향 파악도 금방 하실 거 같은데요?
"그렇죠. 작업대에 누우면 그 사람 직업이 딱 보여요. 피부, 골격상태, 누운 자세만 보아도 무슨 일 하는 사람인지 거의 맞추죠. 어떤 근육을 많이 쓰시는구나, 어디가 불편하시겠구나 그런 것이 보입니다. 그래서 불편해 보이는 부위를 집중 교정하고 마사지해 드리고 그러면 정말 고마워들 하십니다. 이 일을 단순노동이라고 보시면 절대 안 돼요. 힘만 갖고는 안 되는 일입니다. 그리고 목욕관리사 본인의 자세도 무척 중요합니다. 관리사 자세가 잘 잡혀야 힘이 제대로 나오고 손님도 편하고 그렇거든요. 예전에는, 자세를 제대로 취할지 모른 상태로 힘으로만 밀어붙이다 본인 몸이 망가지신 관리사들이 굉장히 많았어요."
- 근무시간, 근무환경, 그리고 관리사 1인이 감당하는 하루 고객 숫자가 궁금합니다.
"업장마다 근무환경, 시간 등이 천차만별이지만 보통 열 시간에서 열두 시간 일하는데 한가한 업장은 관리사 한 사람이 대여섯 명 정도 관리를 하고, 경력 많고 이용객 많은 업장의 경우 한 사람이 많게는 20명, 25명까지도 소화합니다. 업주에게 지불하는 월세도 영업장마다 시스템이 다양하구요. 당연히 수입도 각자 여건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덩치 좋은 분들은 좀...."
- 목욕관리사라는 직업이 우리나라에만 있죠? 특수한 직업이니만큼 동종 업에 종사하는 관리사분들끼리 유대감이 남다를 거 같습니다. 따로 협회 같은 것도 있습니까?
"목욕관리사가 어디에서 처음 유래했는지 아세요? 참 재미있어요. 우리나라에 목욕탕이 일제 강점기에 들어왔잖아요, 제 친정 외할아버지가 그때 목욕탕을 운영하셨어요. 그런데 처음에는 목욕탕이라는 곳이, 머리만 감거나 전신을 씻거나 지불한 액수에 따라 구분이 되었대요. '반표', '온표' 끊고 입실을 하는데, 안에서 누가 앉아서 일일이 감시를 한대요. 반표 내고 머리만 감는지, 아님 목욕까지 해버리는지요.
그런데, 손님들이 때를 밀면서 스스로 등 밀기가 힘이 드니까 감시하는 직원한테 '등 좀 밀어 달라' 부탁하면서 수고비를 주기 시작하고, 그러면서 때 미는 직업이 등장했답니다. 이 목욕관리사야말로 원조 한류입니다. 세계적으로 한국 사람들이 진출해 있는 나라는 이제 다 목욕탕이 있고 목욕관리사들이 있다고 보시면 돼요. 거기서 때 미는 재미를 본 외국인들이 한국에 오면 꼭 목욕탕 와서 때를 밀어요.
제가 업계 최초로 '한국목욕관리사협회'를 조직했습니다. 회원이 4000명 규모예요. 년 2회 전국단위 모임을 하는데, 400명 정도 모입니다. 광주에만 목욕탕이 450개, 관리사가 900명쯤 일하고 있습니다. 각자 근무 시간, 여건이 다르다보니 자주 모이진 못하지만 협동조합 비슷한 형태로 모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가끔씩 단위별로 모여서 친목도 다지고 서로 애로 사항도 토로하고 또 회원 중 누가 어려운 일 당하면 경제적으로 도움도 주고 그럽니다. 회원 중에는 여성 가장들이 많아요. 그러다보니 이 모임이 서로에게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 고객 한 분의 월 이용 횟수가 어느 정도입니까?
"보통 고객 한 분이 월 2회에서 4회가량 서비스를 이용하십니다."
- 여름 비수기라 수입도 줄지만 더위 때문에 일하기도 더 힘드시죠?
"어느 업종이나 비수기는 있잖아요? 저희 일은 특히, 여름엔 수입이 3분 1 정도로 줄어듭니다. 땀범벅으로 일하는 것도 고역이구요. 이래저래 목욕관리사들에게 여름은 반갑잖은 계절입니다."
- 관리사님께서 예견하셨듯이 목욕관리사 직업은 최첨단 기술문명시대에도 건재할 것으로 보입니다. 삼십 년 경력자로서 관리사분들 처우 개선에도 남다른 열의가 있어 보이시는데요. 끝으로 일반 손님들에게 하실 말씀 있으신지요?
"목욕탕에서 물을 계속 틀어놓고 다른 볼일을 보시는 분들이 많아요. 제발 물을 아껴 쓰자는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어린 아이들 데려오신 분들이 아이들을 방치해서 다른 손님에게 피해 끼치는 경우가 많아요. 공중도덕, 타인에 대한 배려가 가장 필요한 곳이 공중목욕탕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리고 목욕관리사분들은 모두 몸으로 열심히 일해서 성실하게 살아가시는 분들이십니다. 가장 깨끗하고 훌륭한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목욕관리사 분들도 밖에 나가서 우리가 무슨 일을 하는지 당당하게 밝히며 자신감 갖고 일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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