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들 가림막 앞으로 나와라" 야당 요구에 여당 퇴장... 청문회 파행
국정원 국정조사 2차 청문회... 1명도 심문 못하고 오전 마무리
▲ 국정원 직원, 가림막 뒤 증인선서19일 오전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국정조사에 참석한 박원동 국정원 전 국익정보국장과 직원 김하영씨 등이 다른 증인들과는 달리 가림막 뒤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 유성호
▲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전현직 국정원 직원 박원동 전 국장, 민병주 전 국장, 최영탁 전 팀장, 김하영씨가 얼굴 공개를 꺼려, 뒤편 흰색 차단막 뒤에 전신을 가린 채로 증인 선서하고 있다. ⓒ 남소연
▲ 다리만 노출된 국정원 증인들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가 정회되자, 박원동 국정원 전 국익정보국장과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 단장, 직원 김하영씨 등 증인들이 가림막 뒤로 모습을 숨긴 채 자리를 나서고 있다. ⓒ 유성호
[2신 보강 : 19일 오후 1시 27분]
"장막 앞으로 나와라"... 청문회 파행
2차 국정원 국정조사 오전 청문회가 파행됐다.
국정원 국정조사특위 소속 여야 위원들은 오전 10시께 증인 선서 이후 박원동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과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의 공개 증언 여부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또한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과 권영세 주중대사 증인 채택 문제로 입씨름을 했다. 이 과정에서 고성과 막말이 난무했다.
정청래 위원(민주당)은 발언권을 얻지 않고 고함을 지르는 이장우 위원(새누리당)에게 "선천적으로 구제불능", "막말 대마왕"이라고 말하자, 이장우 위원은 "거짓말 하면서 얼굴 빛을 바꾸지 않는다, 창피하지 않느냐"고 반발했다. 또한 방청석에 앉은 민주당 의원들이 새누리당 의원들의 발언에 야유를 보내자, 이장우 위원은 "민주당 의원들이 떼거지로 와서 야유하는데, 퇴장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공방 끝에 새누리당 위원들은 낮 12시 10분 국정조사장에서 집단 퇴장했다. 결국 오전 청문회는 단 1명의 증인 심문도 하지 못한 채 낮 12시 25분께 마무리됐다.
민주 "박원동, 가림막 앞으로 나와라"... 새누리당은 거부
▲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전현직 국정원 직원 박원동 전 국장, 민병주 전 국장, 최영탁 전 팀장, 김하영씨가 얼굴 공개를 꺼려, 왼쪽 상단의 흰색 차단막 뒤에 전신을 가린 채로 증인석에 나와 있다. 야당 의원들은 얼굴 비노출에 동의해준 것이지 전신을 가려도 된다고 용인한 적 없다며 국정원 직원들의 청문회 출석 태도에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이에 따른 여야 이견으로 청문회는 오전 일시 정회된 상황이다. ⓒ 남소연
▲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전현직 국정원 직원 박원동 전 국장, 민병주 전 국장, 최영탁 전 팀장, 김하영씨가 얼굴 공개를 꺼려, 왼쪽 흰색 차단막 뒤에 전신을 가린 채로 증인석에 나와 있다. 차단막 설치에 따른 여야 이견으로 청문회가 일시 정회된 상태에서 취재진이 차단막 앞으로 나와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 남소연
▲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전현직 국정원 직원들이 흰색 가림막 뒤로 몸을 숨긴 채 증인석으로 향하고 있다. 박원동 전 국장, 민병주 전 국장, 최영탁 전 팀장, 김하영씨의 하체 일부가 연결통로 가림막 아래로 보인다. ⓒ 남소연
이날 현직 국정원 직원인 박원동 전 국장,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 댓글을 단 직원 김하영씨, 최형탁 심리전단 팀장은 가림막 뒤에 섰다. 이종명 전 3차장은 일반 증언대에 앉았다. 앞서 국정조사 특위는 현직 국정원 직원들의 신분 노출을 막기 위한 가림막 증언에 합의했다. 다만 박원동 전 국장과 민병주 전 단장의 경우, 민주당은 이들이 사실상 퇴직한 상태이고 핵심 증인이기 때문에 공개 증언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청래 위원은 "박원동 전 국장과 민병주 전 단장은 장막을 걷고 앞으로 나와야 한다, 박 전 국장은 핵심 증인일 뿐 아니라 새누리당과의 커넥션도 의심받고 있다"면서 "출근도 하지 않으면서 아무런 보직도 없고 국정원 업무도 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박남춘 위원도 "형사상 절차 때문에 면직되지 않고 있다"면서 "(가림막 뒤에 앉혀) 보호해 줄 필요 없다, 앞으로 나와 소명해야 국민 감정에 맞다"고 전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이를 거부했다.
민주당은 또한 현직 국정원 직원인 최형탁 팀장과 김하영씨의 손놀림이 공개되도록 가림막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영선 위원은 "얼굴 부분을 제외하고 차단막을 도려내야 한다"며 "(증인들이)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가져와서 무엇을 보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문자로 오더 받아서 발언할 수 있다, 민주당 감시단이 가람막에 들어가야 한다, 이 상태로는 청문회를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새누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가림막은 민주당의 동의에 의해서 한 것"이라면서도 가림막 뒤에 여야 보좌관 1명씩 들여보내는 데 동의했다. 하지만 가림막 최소화는 거부했다. 그는 "하지만 책상 아래의 가림막을 잘라낸다 해도 손이 보이지 않는다, 무리한 요구를 하지 말라, (공방만) 한 시간이 넘었는데 회의를 하지 않으면 국민들이 짜증낸다"고 강조했다.
여야는 김무성 의원과 권영세 대사의 증인 채택을 두고도 기싸움을 벌였다. 전해철 위원(민주당)은 "청문회 과정에서 두 사람에 대한 의혹이 나왔다, 오전에 김무성 의원·권영세 대사에 대한 증인 채택이 합의되지 않고는 이 국정조사는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태흠 위원(새누리당)은 "김무성 의원·권영세 대사 증인 채택은 여야 원내대표 합의 때 의제 밖이었다"면서 "이 문제를 꺼내드는 것은 국정조사를 정치공세장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 가림막 일부 제거로 모습 드러낸 증인석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이 가림막 뒤에 앉아있는 증인들에 대해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가져와서 무엇을 보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고 "문자로 오더 받아서 발언할 수 있다"며 가림막 제거를 요청하자, 국회 관계자들이 가림막 일부분을 도려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 유성호
여야는 오전 청문회 중간 정회해 간사 협의를 시도했지만, 이견을 좁히지는 못했다. 민주당은 박원동 전 국장이라도 가림막 앞으로 나와야 한다고 제안했지만, 새누리당은 정확한 대답을 하지 않았다. 또한 책상 아래 가림막을 잘라내자는 민주당의 주장에 대해 새누리당은 입장 정리가 되지 않았다. 다시 재개된 청문회에서도 가림막 공방은 이어졌다.
박영선 위원은 "차단막 뒤에 들어갔을 때 (국정원 직원인 증인들이) 휴대폰을 다 가지고 있었고 컴퓨터 하드를 가지고 들어갔다가 항의하자 뺐다, 공기청정기와 박스로 (가림막) 밑을 막아놓아서 치외법권 지역처럼 됐다"며 "국회 경위가 서 있으면서 저 분들의 그림자까지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회 증언·감정에 관한 벌률'에 대한 해석 논쟁도 벌어졌다. 민주당이 위원회 의결로 회의 공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이 법 9조 2항을 근거로 가림막을 걷어야 한다고 주장하자, 권성동 위원은 "이미 회의는 공개로 하고 있다"며 "이 조항을 근거로 가림막을 걷어야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민주당이 그동안 성과가 없었으니까, 시간 때우기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낮 12시 10분께에는 전해철 위원이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하자, 새누리당 위원들이 신기남 위원장을 향해 "(발언권 주지 말고) 빨리 진행하세요"라고 요구했다. 신 위원장이 전 위원에게 발언권을 주자, 권성동 위원은 "발언 더 안하기로 했잖아요"라면서 다른 새누리당 의원들과 함께 퇴장했다. 조명철 위원은 "한 말 또 하고 또 하고... 이제 청문회 해야죠"라고 고함을 질렀다.
정청래 간사는 퇴장하는 새누리당 위원들을 향해 "중간에 퇴장하는 게 벌써 몇 번째인가"라며 "의사일정 합의도 막막하게 해놓고 이렇게 나가 버리는 게 어디있느냐, 국민 분노가 하늘을 찌르는데, 새누리당 위원들은 이렇게 무책임하고 혐의자들에 대한 변호인이나 공범처럼 행동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권영세 녹취록' 추가 공개... "조중동 포털에 넣어줘야"
한편, 박범계 위원은 청문회에서 '권영세 녹취록'을 추가 공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권 대사는 지난해 12월 10일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지인들과 만나 "네이버 포털뉴스에 조중동이 안 들어가고 있다, 그러니깐 (포털의) 맨 겉에 경향 사진이 많이 뜨고 비딱한 것들이 많이 뜬다, 조중동 내용을 집어넣어줘야 하는데 마이너가 주로 채우고…"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집권 뒤 새누리당은 뭘 하고 있느냐, 포탈 규제 태스크포스팀을 만들고 포털 규제법을 만들겠다고 했다"며 "모든 것이 12월 10일 권 대사의 '컨틴전시 플랜'대로 이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가 일시 정회되자, 이날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권은희 전 수사과장이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권 전 수사과장은 경찰 수뇌부의 국정원 댓글 수사 축소은폐를 폭로한 바 있다. ⓒ 남소연
[1신: 19일 오전 10시 40분]
2차 청문회 열려... 국정원 직원들은 가림막 증언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의 당사자인 국정원 여직원 김하영(29)씨가 지난해 12월 11일부터 13일까지 서울 역삼동 오피스텔에서 인터넷 접속 기록을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이 기간 동안 민주당에 의해 감금됐다고 주장했지만, 스스로 나오지 않고 증거 인멸을 한 것이다.
18일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이 공개한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CCTV 녹화 영상에 따르면, 경찰은 김씨의 피의자 진술을 통해 압수한 컴퓨터에서 각종 문서와 인터넷 기록이 삭제된 것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 경찰 분석관들이 분석 과정을 통해 이 사실을 확인하는 내용이 CCTV에 고스란히 담겼다.
국정원 여직원, '셀프 감금'때 증거 인멸했나?
2012년 12월 15일 오후 10시 53분. 한 경찰 분석관이 다른 분석관에게 "개인용 자료와 다큐멘트(문서), 그림 파일을 확인, 삭제했다고 본인이 진술했다"고 말했다. 이후 분석관들은 분석을 통해 김씨가 인터넷 접속기록과 게시글을 삭제한 것을 확인했다.
16일 오후 2시 40분께 한 분석관이 다른 분석관에게 "노트북(에) 12월 11일 이후에 딜리트(삭제)한 것 볼 수 있어요?"라고 묻자, "이거 진짜 지운 것 같은데"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 분석관은 또한 "딜리트(삭제)할 적에 이 URL들어가면, 패스워드 쳐서 삭제한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오후 5시 48분, 한 분석관이 "스타트 데이트(접속 시간)가 왜 없는 거예요?"라고 묻자, 다른 분석관은 "인터넷 (접속) 인터넷 히스토리를 지우는 과정에서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답했다. "인터넷 히스토리가 다 날아간 거예요?"라는 또 다른 질문에 이 분서관은 "히스토리를 지웠대요"라고 답했다.
한편, 분석관들은 김씨가 삭제한 내용을 더욱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는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한 분석관은 16일 다른 분석관에게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나면, 추가로 분석해야 될 내용이 있나요?"라며 "추가적인 서버를 압수수색해서 삭제된 글을 확인해야 될 필요는 없나요?"라고 물었다.
이상규 의원은 "서울청은 사이버분석 과정을 통해 광범위한 삭제가 이루어졌음을, 그리고 서버 압수수색 등의 추가적인 수사가 필요했음을 인지하고 있었다"면서 "그러나 분석과정만 마무리한 상태에서 성급하게 수사결과를 발표했고, 그 과정에 축소은폐 외압이 작용했을 것은 불을 보듯 훤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2차 청문회 열려... 박원동은 김용판에게 무슨 말을 했을까?
▲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권은희 전 수사과장이 증인 선서하고 있다. 권 전 수사과장은 경찰 수뇌부의 국정원 댓글 수사 축소은폐를 폭로한 바 있다. ⓒ 남소연
한편, 19일 27명의 증인이 참석한 가운데 2차 국정원 국정조사 청문회가 열렸다. 지난 16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를 상대로 한 청문회가 큰 성과 없이 끝난 만큼, 이날 2차 청문회에서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 등에 대한 실체가 규명될지 주목된다.
청문회에는 국정원 여직원 김씨와 경찰의 국정원 사건 수사 발표가 있던 12월 16일 김용판 전 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수사 결과 발표를 독촉했던 박원동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또한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과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 등 전·현직 국정원 직원이 대거 출석한다. 이들은 가림막 뒤에서 증언할 예정이다.
경찰의 국정원 사건 허위 수사 발표 의혹과 관련한 증인들도 대거 출석한다. 최현락 전 서울지방경찰청 수사부장, 이병하 전 수사과장, 이광석 전 수서경찰서장이 나온다. 또한 외압을 주장했던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과 국정원 댓글을 분석했던 서울청 분석관들이 나온다.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국정원 여직원 감금과 매관매직 의혹과 관련한 증인도 나온다. 강기정 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민주당 당직자와 국정원 전직 간부인 김상욱씨 등이 출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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