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경찰"이라뇨... 조명철 의원님, 사과하세요
[이봉렬의 첨삭 뉴스] 국민의 대표로서 창피해해야 할 일입니다
▲ 조명철 새누리당 의원이 1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권은희 전 수사과장에게 "양심선언을 한 광주의 딸 권 과장을 당력을 총동원해 지키겠다"는 문희상 민주당 전 비대위원장의 발언을 상기시키며 "광주의 경찰이냐, 대한민국의 경찰이냐"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심문을 해 논란을 빚었다. ⓒ 유성호
조명철 의원님.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조 의원님은 북한 의원입니까? 한국 의원입니까? 당연히 한국 의원이겠지요. 지난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비례대표 4번을 받아 국회에 입성했으니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그런데 조 의원님 더러 누군가가 북한 의원이라고 한다면 어떨까요? 북한에서 태어난 것은 조 의원님의 선택이 아니었고, 탈북을 하고 한국에서 정착해 1호 탈북자 의원이 된 것이 조 의원님의 선택이요 성취였습니다. 조 의원님이 선택할 수도 없었던 것이 두고 두고 꼬리표로 따라 다니며 오해의 여지가 되는 건 조 의원님이 바라는 것도 아니고, 바람직한 일도 아닐 겁니다.
오늘(19일) 국정원 불법 대선 개입을 조사하는 국정조사 현장에서 조 의원님은 증인으로 나온 권은희 전 수사과장에게 "광주 경찰이냐, 대한민국 경찰이냐"고 물었습니다. 권은희 전 수사과장이 "대한민국 경찰"이라고 답하자 "그런데 왜 권 전 과장에게는 '광주의 딸'이라는 말이 붙을까, 이상하지 않느냐"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권 전 수사과장이 광주에서 태어난 것은 그의 선택이 아닐 뿐더러, 태어난 지역이 개인에 대한 차별과 행동에 대한 오해의 이유가 된다면 그건 바람직하지 않은 수준을 넘어서 법으로 금해야 할 범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광주의 딸" 자리에 "부산의 딸" 혹은 "서울의 딸"이란 말이 들어 갔어도 마찬가지입니다.
불의 고발한 경찰의 고향이 광주였을 뿐
권 전 과장을 두고 '광주의 딸'이라고 한 건 민주당 광주시당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축사를 하던 문희상 전 비상대책위원장이었습니다. 이 발언이 문제가 되자 문 전 위원장은 권 전 과장에게 편지를 보내 사과를 하기도 했습니다. "광주의 딸"은 권 전 과장이 자청한 말이 아니라 사려 깊지 못한 한 정치인의 말 실수일 뿐입니다.
그럼에도 조 의원님은 국민이 지켜 보는 국정조사 현장에서 권 전 과장의 고향이 광주라는 이유로 그의 행동에 불순한 의도가 있다는 식으로 몰았습니다. 앞으로는 광주가 고향인 사람들은 불의를 보고도 오해를 사게 되는 게 두려워 참아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이 장기독재를 이어가기 위해 만들어 낸 망국적 지역감정을 또 다시 부추기는 발언을 하는 건 국민의 대표라는 국회의원으로서 정말 창피한 일입니다.
대한민국 경찰인 권 전 과장이 광주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불의를 고발한 게 아니라, 불의를 고발한 정의로운 경찰의 고향이 광주였던 겁니다. 이는 광주시민 입장에서는 오히려 자랑스러워 해야 할 일인데, 조 의원님의 발언으로 인해 광주 출신이라는 사실이 숨겨야 할 부끄러운 일인 것처럼 돼버렸습니다.
조 의원님은 탈북자 1호 국회의원입니다. 조 의원님의 의정활동에 다른 의원들이 북한 출신이라는 이유로 따돌리거나 의정활동에 색안경을 끼고 본다면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겠습니까? 조 의원님이 북한 출신이라는 게 의정활동 하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아야 하는 것처럼, 권 전 과장의 행동 역시 특정 지역 출신이라는 이유로 오해를 받아서는 안 되는 겁니다.
기사 첫 머리에 조 의원님을 두고 북한 의원이냐, 한국 의원이냐고 한 질문 취소합니다. 해서는 안 되는 질문이기 때문입니다. 조 의원님 역시 권 전 과장을 두고 "광주의 경찰이냐, 한국의 경찰이냐"고 한 발언을 취소하고 권 전 과장과 국민들 앞에 정중히 사과하기 바랍니다.
조 의원님의 오늘 지역감정 유발 발언은 0점 짜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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