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전 대통령 비하' 논란 SBS, 이래도 실수입니까?
[이봉렬의 첨삭뉴스] 왜 일본수산청 아닌 개인 블로그 도표 썼나
▲ SBS 방송 사고 화면 ⓒ SBS
SBS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합성 사진을 메인 뉴스에 방송한 것에 대해 20일 저녁 보도자료를 내고 공식사과했습니다. 하지만 사과문에서 밝힌 내용은 이번 사건에 대해 실체적인 진실과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SBS가 밝힌 사건의 발생 경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담당자가 인터넷 일본어 구글 사이트에서 '일본 수산청' '가자미류' '방사선'이란 키워드 중심으로 검색을 했고 한 블로그에서 문제의 컬러 이미지컷을 찾아내 컴퓨터 그래픽의 백그림으로 사용했습니다. 제작 담당자는 문제의 이미지 컷에 故 노무현 대통령을 비하하는 이미지가 일부 합성된 사실을 알아채지 못한 채 컴퓨터 그래픽 제작에 사용했습니다."
SBS가 밝힌 방법을 이용해 실제로 검색을 해 봤습니다.
▲ SBS가 뉴스 방송사고와 관련해 낸 해명대로, 직접 일본 구글사이트에서 일본어로 '일본수산청' '가자미류' '방사선'을 검색한 결과 화면. ⓒ 구글 화면 갈무리
우선 일본어 구글 사이트에서 '일본 수산청' '가자미류' '방사선'을 이용해서 검색하면 일본 수산청 사이트가 제일 먼저 나타납니다. 다시 일본 수산청 사이트에서 "방사선"으로 검색하면 "수산물의 방사성 물질 조사에 대해"(水産物の放射性物質調査について)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볼 수 있습니다.
보고서 16페이지의 "수산물의 조사결과"(水産物の調査結果)에 문제가 되었던 도표의 원본이 실려 있습니다. 검색을 시작해서 도표를 찾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1분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 원본 도표가 있는 보고서 ⓒ
담당자가 일본어 구글 사이트를 이용했다는 것은 일본어를 할 줄 안다는 의미일 테고, 키워드 역시 자료를 찾는 데 적합했기 때문에 일본 수산청에서 해당 자료를 찾는 건 간단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아니 못 찾는 게 더 어려운 상황입니다.
하지만 담당자는 일본수산청의 원본 도표 대신 굳이 개인 블로그에 있는 도표를 썼다고 합니다. 뉴스에 쓰일 도표를 원본을 놔 두고 신뢰성이 떨어지는 개인 블로그의 것을 사용했다는 것은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출처가 확인되지 않은 도표를 뉴스 자료로 쓴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노무현 비하 이미지 못 봤다?... 제대로 사과해야
또 SBS는 나이트라인을 통해 "인터넷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컴퓨터 그래픽 화면으로 제작하는 과정에서 희미하게 흑백으로 합성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이미지를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습니다.
▲ 문제가 된 도표의 원본과 방송용 편집본 - 노 전 대통령 이미지의 몸 부위를 가리기 위해 수치를 조작한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
하지만 편집을 하기 전의 원본 사진을 보면 희미하게 합성된 것이 아니라, 누구라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게 또렷이 합성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편집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의 합성 사진을 일부 잘라 내기 위해 원본 파일의 수치를 조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방송에서 0이라 표시된 그래프의 실제 수치는 10이었습니다.
이상의 상황으로 봤을 때 이번 사건은 편집과정에서 발생한 담당자의 사소한 실수가 아니라 의도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SBS는 더 이상 사건을 축소 은폐하려 하지 말고 진상 파악과 관련자 징계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해야 합니다. 그것만이 이번 방송 사고로 바닥으로 떨어진 SBS 뉴스의 명예가 더 짓밟히지 않게 하는 유일한 길입니다.
사과문은 그 이후에 다시 내세요. 진상 파악 없이 대충 써 낸 이번 사과문은 받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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