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재승인 불안... 감점 요인이 많다"
[인터뷰] 최민희 민주당 의원... "방통위, 의도적 회피심사도 문제"
종합편성채널(아래 종편)이 긴장의 고삐를 조여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오는 9월 종편 재승인 심사절차 시작이 예고되면서 탈락하는 종편이 나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종편은 2011년 12월 개국 이후 과도한 선정성·왜곡 보도로 '막장 방송' 비난에 휩싸인 데다 최근에는 법인 주주의 편법 출자 논란으로 홍역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TV조선·JTBC·채널A·MBN, 이 가운데 가장 탈락 여부를 두려워하며 심장을 조일 사업자는 누구일까. 지난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최민희 민주통합당 의원은 '채널A'를 꼽았다. 각종 막말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아래 방심위)로부터 제재 조치를 가장 많이 받았고, 사업계획 이행실적도 낮아 다른 사업자보다 감점 요인이 많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 의원은 자신의 연이은 추적에 따라 드러난 채널A의 마구잡이식 투자 유치 논란이 재승인 심사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봤다. 최 의원은 '채널A에 100억 원을 투자한 출처 불명 회사가 김찬경 전 미래저축은행 회장의 자금세탁용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라는 증언이 나오게 하는 데 일조했다. <동아일보> 사돈기업이 채널A를 위해 대기업에서 대출을 받아 출자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이 때문에 종편 심사 과정에서 채널A와 방통위의 은폐·부실심사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최 의원은 "채널A는 막말방송과 저조한 사업이행실적 때문에 낮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다"며 "더불어 수상한 투자자들과 관련해 조금이라도 종편 승인 규정에 어긋나는 사항이 드러나면, 채널A는 사업 승인이 취소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종편 감독·심사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아래 방통위)에도 쓴 소리를 던졌다. 방통위의 전신인 방송위원회 부위원장 출신인 최 의원은 "방통위의 종편 승인심사는 한 마디로 '의도적 회피심사'이자 '직무유기 심사'였다"며 "나라면 이렇게 안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의원은 "종편을 둘러싸고 끊임없이 문제가 나온다는 건 최소한의 관리·감독도 안 됐다는 뜻"이라며 "다가오는 종편 재승인 심사는 엄격하고 공정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객관적인 수치로 점수를 매길 수 있는 계량 항목의 비중을 높여 투명성과 공정성을 담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과 언론은 뗄 수 없는 관계"라고 말하는 최 의원은 언론 분야에서 잔뼈가 굵었다. 1985년 월간 <말>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한 그는 민주언론시민연합에서 약 20년간 언론운동을 하다가 2006년 방송위원회 부위원장·위원장 직무대행을 역임했다. 민주당 비례대표로 19대 국회에 입성한 이후에도 계속 언론 관련 상임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국회의원 임기 동안 언론 정상화를 이루는 게 목표"라는 최 의원. 그는 최근 KBS·MBC 등의 지상파 공영방송이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태에 침묵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게 안타깝다고 말하며 다음과 같은 일화를 전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국정원 사태 보도 축소·왜곡을 규탄하고자 KBS·MBC를 찾아간 적이 있다. 그때 각사 보도국 간부들과 의원 간의 의견이 엇갈렸는데, 이들이 공통적으로 하나 반론 못한 게 있다. 의원들이 '국정원 사태와 관련해 탐사보도 기능을 살려 새로운 사실을 밝혀낸 게 있냐'고 묻자 두 곳 다 '없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최 의원은 "언론은 정치권에서 드러난 사실만을 보도하는 기관이 아니다"라며 "언론의 탐사기능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최 의원과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
"김 전 회장의 편법 출자, 채널A-방통위가 몰랐을까"
- 최근 드러난 종편 주주구성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마구잡이식 출자가 문제다. 부실 저축은행부터 학교법인 등이 종편에 출자하기도 했고, 몇몇 투자자는 '쪼개기 투자'로 편법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채널A 주주구성의 문제가 심각하다. 김찬경 전 미래저축은행 회장 소유의 유령회사로 의심되는 '리앤장실업'이 100억 원을 출자했고, <동아일보> 사돈기업인 '이앤티'는 대기업에서 돈을 빌려 채널A에 출자했다.
채널A는 다른 종편에 비해 허점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애초 사업계획서를 제출할 때 자본납입금으로 4076억을 내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후 79개사가 투자를 약정한 808억5300만 원(20.72%)을 철회했다. 철회된 금액만큼 급하게 다시 투자받는 과정에서 무리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채널A를 포함한 종편은 아무 문제없이 승인됐다. 방통위가 전체 주주의 건전성·적정성 등을 꼼꼼하게 심사하지 않은 것이다. 종편 사업자를 정해놓고 심사한 건 아닌지 의심이 든다. 나 같으면 이렇게 심사하지 않았다."
- 채널A 주주구성을 둘러싼 사실과 의혹이 연이어 제기되고 있다. 앞으로 확인해야 할 사안이 있을까.
"수천억 원 횡령·배임 혐의로 징역 9년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김찬경 전 회장이 차명회사 등을 통해 채널A에 출자한 경위 등을 확인해야 한다. 앞서 채널A에 100억을 출자한 '리앤장실업'이 김 전 회장의 페이퍼컴퍼니라는 증언이 나왔다. 60억 원을 출자한 '고월' 역시 김 전 회장의 배임·횡령 수사 과정에서 그가 실질적 소유주라는 게 밝혀졌다. 미래저축은행이 채널A에 투자한 46억 원(1.13%)과 두 차명회사의 지분을 더하면 206억(5.05%)다.
김 전 회장 관련 5.05% 지분은 <동아일보>, 도화, 다함, 삼양사와 함께 채널A의 5대주주에 해당된다. 방통위가 종편 승인 심사 전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주요주주는 엄격하게 심사하겠다'고 밝혔지만, 페이퍼컴퍼니 등을 통해 투자된 김 전 회장 지분은 걸러지지 않았거나 묵인된 것이다. 따라서 김 전 회장의 편법 출자를 방통위와 채널A가 모르고 있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해 봐주기 심사가 없었는지 가려내야 한다. 김 전 회장의 채널A 투자가 상호저축은행법상 문제 없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또한 <동아일보> 사주가문과 사돈기업 관계인 이동통신 대리업체 '이앤티'가 SK텔레콤에서 203억 원(4.98%)을 빌려 채널A에 출자했다가 1년 만에 처분하고 돈을 갚았다는 사실도 의문이다. 이앤티가 처분한 채널A 지분 203억은 누가 샀을지 확인해 봐야 한다. 만약 <동아일보>나 <동아일보> 계열사가 이를 가지고 있다면, 방송법 소유 제한 규정 위반에 따라 승인 취소 사유가 될 수도 있다. (방송법 제8조에 따라 신문사는 종편 지분을 30% 이상 소유할 수 없다. 채널A 지분 29.32%를 보유한 <동아일보>가 이앤티 지분을 추가로 갖게 되면 총 34.3%로 늘어나 방송법에 위반된다.)"
"방통위, 종편 의도적 회피심사... 재승인 심사 공정성 높여야"
- 언론단체들은 종편 주주구성을 둘러싼 문제들이 방통위의 '부실심사' 때문에 벌어졌다고 지적한다.
"'부실심사'라는 표현은 너무 약하다. '의도적 회피심사'이자 '직무유기 심사'다. 절차만 밟은 심사다. 부실심사는 심사를 하는 과정에서 잘하지 못했다는 뜻이고, 방통위는 정해놓은 심사 절차만 형식적으로 밟았다고 봐야 한다. 주요주주의 적정성 등 기본적인 절차만 거쳤을 뿐 다른 주주들의 적정성과 편법 여부 등은 들여다보지 않았다. 최소한의 관리·감독을 안한 것이다. 감독기관인 방통위가 무능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 앞으로 종편은 재승인 심사를 앞두고 있다. 어떤 조치가 마련돼야 할까.
"계량평가 비중을 높여야 한다. 심사기준에는 계량·비계량 항목이 있다. 수치로 점수 매길 수 있는 계량항목에는 심사위원의 주관이 개입될 수 없다. 비계량 항목은 심사위원에 따라 점수를 주는 게 자유롭다. 지난 승인 심사 때는 계량 항목에서 상위권이 아니었던 몇몇 사업자가 비계량 항목에서 압도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아 합격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또한 비계량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는데도 개국 후 관련 항목에서 문제를 일으킨 경우도 있다. 채널A는 비계량 항목인 '방송 공정성' 부문에서 다소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5.18 광주민주화운동 왜곡 보도 등으로 '막말방송'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지 않나.
그런데 이번에 방통위 종편 재승인 심사 연구반이 작성 중인 심사기준안 초안을 보면 계량 항목보다 비계량 항목 비중이 훨씬 높다. 2.5:7.5 정도다. 이 안이 그대로 방통위에서 의결되면 재승인 심사도 문제투성이였던 승인 심사와 다를 바 없게 된다.
계량 항목을 전체 심사의 50%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 이경재 방통위원장은 분명 지난 6월 대정부질문에서 '종편재허가 심사에서 계량항목의 비중을 높여 투명하고 공정하게 심사하겠다'고 했다. 방송평가위원회 방송평가지수, 방심위 심의 제재 횟수, 자본 건전성, 사업계획 이행실적 등 수치로 계산할 수 있는 부문들은 계량 항목에 포함시켜 재승인 심사의 공정성을 높여야 한다.
현재 지상파 재허가 심사에 들어간 방통위는 오는 31일까지 지상파 관련 시청자 의견을 접수하고 있다. 시청자들이 능동적으로 재허가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다. 종편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도 시청자 의견을 두루 수렴하고 이를 점수화해 계량 평가해야 한다."
- 재승인 심사에서 낮은 점수로 재승인이 거부될 만한 종편 사업자가 있을까.
"예단할 수 없지만, 채널A가 조금 불안하다. 이번에 제기된 의혹들과 더불어 앞서 확인된 방심위 중징계, 낮은 사업계획 이행실적 등으로 다른 사업자보다 감점 요인이 많다. 편법 출자 논란과 관련해서 승인 조건을 위반하는 사안이 추가로 나오면 승인 취소까지 되지 않을까 싶다."
- 일각에서는 이미 있는 종편채널을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종편에게만 너무 엄격한 잣대를 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지상파를 향해서도 비계량 항목 비중을 낮추라는 지적은 계속 제기돼 왔다. 종편에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게 아니다.
그리고 종편은 출범 당시부터 특혜 논란 등으로 문제가 많았다. 개국 이후에도 방송의 공정성, 주주 구성의 적정성 등에서 문제가 불거지면서 방송 생태계를 훼손시키고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애초 탄생과정에서 특혜 등의 원죄를 가지고 있는 종편이 결국 예고된 참사를 낳은 것이다. 시작부터 현재까지 문제가 계속된 종편 사업자를 제대로 심사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국정원 사태 진실규명 지지부진, 언론에도 상당 부분 책임"
- 이명박 정부 때 언론 문제가 사회적 이슈였는데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도 여전히 언론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언론 공정성을 위한 해법은 없는 걸까.
"근본적으로 모든 정권은 우호적인 언론을 바라는 것 같다. 이 가운데서도 두 가지 유형의 정부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언론 자유정신을 위배하면서 강압으로 정권우호적인 언론을 만들려는 정부', 또 하나는 '우호적이기를 바라면서도 민주주의 훼손을 우려해 보도 내용을 강요하지 못하는 정부'다. 돌이켜보면, 노무현 정부 당시 정연주 KBS 사장과 최문순 MBC 사장은 정부 비판적인 보도를 막지 않았다. 그때 KBS는 한미FTA를 반대하는 내용의 방송을 그대로 내보냈고, MBC의 보도는 황우석 사태를 낳았다. 지난 이명박 정부와 현재 박근혜 정부에서 이런 보도가 가능했을까 싶다. 이미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는 비판적인 보도가 제한된 사례가 있다. 결국 정치가 바뀌어야 언론이 바뀔 수 있다고 본다.
국회 차원에서는 공영방송에 대해 방송법이 허용하는 안에서 끊임없이 공정성과 관련해 문제제기를 하고 시정을 요구하며 싸워나가는 수밖에 없다. 지금 한국사회 논란으로 우뚝 선 존재는 바로 '정보기관'과 '언론'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정원 사태 국정조사가 제1라운드로 진행됐다면, 국회 방송공정성특별위원회는 제2라운드다. 현재 진행 중인 방송공정성특위에서 일정한 성과를 내야 한다. 동시에 언론 공정성의 완성을 위해 방통위가 종편의 해악을 해소해야 한다. 이는 방통위의 재승인 심사에 달렸다.
국민들이 끊임없이 방송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 국정원 사태 관련 보도를 축소한다고 비난받았던 KBS에서도 미세하나마 변화가 일어났다. 지난 10일 9시 뉴스는 촛불집회 소식을 전했고, 국정원에서 댓글을 달았다는 기사도 내보냈다. 지금은 방송 공정성이란 게 먼 일처럼 느껴져도, 국민들이 계속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다 보면 언젠가 변화가 이뤄질 것이다."
- 언론 내부의 개혁도 필요하지 않을까.
"언론 스스로도 변해야 한다.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국정원 사태가 벌어졌는데도 이를 제대로 추적하지 않은 언론들이 많다. 미국 CIA가 대선 때 오바마 대통령을 댓글로 지원하고 정상끼리 회담한 회의록을 공개했으면 언론들이 가만히 있었을까.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CNN> 등은 오바마 대통령 보고 책임지고 물러나라고 압박했을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언론들 중 이렇게 하는 곳이 있나. 국정원 사태 진실규명이 지지부진한 것은 결국 언론에도 상당 부분 책임이 있다.
민주당 의원들이 국정원 사태 보도 문제점을 규탄하고자 KBS·MBC를 찾아간 적이 있다. 그때 보도국 간부들과 의원 간의 의견이 엇갈렸는데, 하나 반론 못한 게 있다. 의원들이 '국정원 사태와 관련해 탐사보도 기능을 살려 새로운 사실을 밝혀낸 게 있냐'고 묻자 두 곳 다 '없다'고 인정했다.
언론은 정치권에서 드러난 사실만을 보도하는 기관이 아니다. 새롭게 문제를 발굴해서 의제를 만들어야 하는데 지금 언론들은 이같은 역할을 전혀 못하고 있다. 1972년 미국 워터게이트 사건도 한 기자가 끈질기게 2년 동안 추적하면서 사회적 이슈가 됐고 결국 대통령이 물러나게 된 것이다. 언론인들이 추적하면 사태의 진실 하나 못 밝힐까. 언론의 탐사기능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TV조선·JTBC·채널A·MBN, 이 가운데 가장 탈락 여부를 두려워하며 심장을 조일 사업자는 누구일까. 지난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최민희 민주통합당 의원은 '채널A'를 꼽았다. 각종 막말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아래 방심위)로부터 제재 조치를 가장 많이 받았고, 사업계획 이행실적도 낮아 다른 사업자보다 감점 요인이 많다는 지적이다.
▲ 오는 9월 종편 재승인 심사절차를 앞두고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난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채널A는 막말방송과 저조한 사업이행실적 때문에 낮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다"며 "더불어 수상한 투자자들과 관련해 조금이라도 종편 승인 규정에 어긋나는 사항이 드러나면, 채널A는 사업 승인이 취소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 남소연
특히 최 의원은 자신의 연이은 추적에 따라 드러난 채널A의 마구잡이식 투자 유치 논란이 재승인 심사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봤다. 최 의원은 '채널A에 100억 원을 투자한 출처 불명 회사가 김찬경 전 미래저축은행 회장의 자금세탁용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라는 증언이 나오게 하는 데 일조했다. <동아일보> 사돈기업이 채널A를 위해 대기업에서 대출을 받아 출자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이 때문에 종편 심사 과정에서 채널A와 방통위의 은폐·부실심사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최 의원은 "채널A는 막말방송과 저조한 사업이행실적 때문에 낮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다"며 "더불어 수상한 투자자들과 관련해 조금이라도 종편 승인 규정에 어긋나는 사항이 드러나면, 채널A는 사업 승인이 취소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종편 감독·심사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아래 방통위)에도 쓴 소리를 던졌다. 방통위의 전신인 방송위원회 부위원장 출신인 최 의원은 "방통위의 종편 승인심사는 한 마디로 '의도적 회피심사'이자 '직무유기 심사'였다"며 "나라면 이렇게 안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의원은 "종편을 둘러싸고 끊임없이 문제가 나온다는 건 최소한의 관리·감독도 안 됐다는 뜻"이라며 "다가오는 종편 재승인 심사는 엄격하고 공정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객관적인 수치로 점수를 매길 수 있는 계량 항목의 비중을 높여 투명성과 공정성을 담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과 언론은 뗄 수 없는 관계"라고 말하는 최 의원은 언론 분야에서 잔뼈가 굵었다. 1985년 월간 <말>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한 그는 민주언론시민연합에서 약 20년간 언론운동을 하다가 2006년 방송위원회 부위원장·위원장 직무대행을 역임했다. 민주당 비례대표로 19대 국회에 입성한 이후에도 계속 언론 관련 상임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국회의원 임기 동안 언론 정상화를 이루는 게 목표"라는 최 의원. 그는 최근 KBS·MBC 등의 지상파 공영방송이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태에 침묵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게 안타깝다고 말하며 다음과 같은 일화를 전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국정원 사태 보도 축소·왜곡을 규탄하고자 KBS·MBC를 찾아간 적이 있다. 그때 각사 보도국 간부들과 의원 간의 의견이 엇갈렸는데, 이들이 공통적으로 하나 반론 못한 게 있다. 의원들이 '국정원 사태와 관련해 탐사보도 기능을 살려 새로운 사실을 밝혀낸 게 있냐'고 묻자 두 곳 다 '없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최 의원은 "언론은 정치권에서 드러난 사실만을 보도하는 기관이 아니다"라며 "언론의 탐사기능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최 의원과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
"김 전 회장의 편법 출자, 채널A-방통위가 몰랐을까"
- 최근 드러난 종편 주주구성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마구잡이식 출자가 문제다. 부실 저축은행부터 학교법인 등이 종편에 출자하기도 했고, 몇몇 투자자는 '쪼개기 투자'로 편법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채널A 주주구성의 문제가 심각하다. 김찬경 전 미래저축은행 회장 소유의 유령회사로 의심되는 '리앤장실업'이 100억 원을 출자했고, <동아일보> 사돈기업인 '이앤티'는 대기업에서 돈을 빌려 채널A에 출자했다.
채널A는 다른 종편에 비해 허점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애초 사업계획서를 제출할 때 자본납입금으로 4076억을 내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후 79개사가 투자를 약정한 808억5300만 원(20.72%)을 철회했다. 철회된 금액만큼 급하게 다시 투자받는 과정에서 무리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채널A를 포함한 종편은 아무 문제없이 승인됐다. 방통위가 전체 주주의 건전성·적정성 등을 꼼꼼하게 심사하지 않은 것이다. 종편 사업자를 정해놓고 심사한 건 아닌지 의심이 든다. 나 같으면 이렇게 심사하지 않았다."
▲ 오는 9월 종편 재승인 심사절차를 앞두고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난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채널A는 막말방송과 저조한 사업이행실적 때문에 낮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다"며 "더불어 수상한 투자자들과 관련해 조금이라도 종편 승인 규정에 어긋나는 사항이 드러나면, 채널A는 사업 승인이 취소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 남소연
- 채널A 주주구성을 둘러싼 사실과 의혹이 연이어 제기되고 있다. 앞으로 확인해야 할 사안이 있을까.
"수천억 원 횡령·배임 혐의로 징역 9년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김찬경 전 회장이 차명회사 등을 통해 채널A에 출자한 경위 등을 확인해야 한다. 앞서 채널A에 100억을 출자한 '리앤장실업'이 김 전 회장의 페이퍼컴퍼니라는 증언이 나왔다. 60억 원을 출자한 '고월' 역시 김 전 회장의 배임·횡령 수사 과정에서 그가 실질적 소유주라는 게 밝혀졌다. 미래저축은행이 채널A에 투자한 46억 원(1.13%)과 두 차명회사의 지분을 더하면 206억(5.05%)다.
김 전 회장 관련 5.05% 지분은 <동아일보>, 도화, 다함, 삼양사와 함께 채널A의 5대주주에 해당된다. 방통위가 종편 승인 심사 전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주요주주는 엄격하게 심사하겠다'고 밝혔지만, 페이퍼컴퍼니 등을 통해 투자된 김 전 회장 지분은 걸러지지 않았거나 묵인된 것이다. 따라서 김 전 회장의 편법 출자를 방통위와 채널A가 모르고 있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해 봐주기 심사가 없었는지 가려내야 한다. 김 전 회장의 채널A 투자가 상호저축은행법상 문제 없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또한 <동아일보> 사주가문과 사돈기업 관계인 이동통신 대리업체 '이앤티'가 SK텔레콤에서 203억 원(4.98%)을 빌려 채널A에 출자했다가 1년 만에 처분하고 돈을 갚았다는 사실도 의문이다. 이앤티가 처분한 채널A 지분 203억은 누가 샀을지 확인해 봐야 한다. 만약 <동아일보>나 <동아일보> 계열사가 이를 가지고 있다면, 방송법 소유 제한 규정 위반에 따라 승인 취소 사유가 될 수도 있다. (방송법 제8조에 따라 신문사는 종편 지분을 30% 이상 소유할 수 없다. 채널A 지분 29.32%를 보유한 <동아일보>가 이앤티 지분을 추가로 갖게 되면 총 34.3%로 늘어나 방송법에 위반된다.)"
"방통위, 종편 의도적 회피심사... 재승인 심사 공정성 높여야"
- 언론단체들은 종편 주주구성을 둘러싼 문제들이 방통위의 '부실심사' 때문에 벌어졌다고 지적한다.
"'부실심사'라는 표현은 너무 약하다. '의도적 회피심사'이자 '직무유기 심사'다. 절차만 밟은 심사다. 부실심사는 심사를 하는 과정에서 잘하지 못했다는 뜻이고, 방통위는 정해놓은 심사 절차만 형식적으로 밟았다고 봐야 한다. 주요주주의 적정성 등 기본적인 절차만 거쳤을 뿐 다른 주주들의 적정성과 편법 여부 등은 들여다보지 않았다. 최소한의 관리·감독을 안한 것이다. 감독기관인 방통위가 무능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 앞으로 종편은 재승인 심사를 앞두고 있다. 어떤 조치가 마련돼야 할까.
"계량평가 비중을 높여야 한다. 심사기준에는 계량·비계량 항목이 있다. 수치로 점수 매길 수 있는 계량항목에는 심사위원의 주관이 개입될 수 없다. 비계량 항목은 심사위원에 따라 점수를 주는 게 자유롭다. 지난 승인 심사 때는 계량 항목에서 상위권이 아니었던 몇몇 사업자가 비계량 항목에서 압도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아 합격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또한 비계량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는데도 개국 후 관련 항목에서 문제를 일으킨 경우도 있다. 채널A는 비계량 항목인 '방송 공정성' 부문에서 다소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5.18 광주민주화운동 왜곡 보도 등으로 '막말방송'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지 않나.
그런데 이번에 방통위 종편 재승인 심사 연구반이 작성 중인 심사기준안 초안을 보면 계량 항목보다 비계량 항목 비중이 훨씬 높다. 2.5:7.5 정도다. 이 안이 그대로 방통위에서 의결되면 재승인 심사도 문제투성이였던 승인 심사와 다를 바 없게 된다.
계량 항목을 전체 심사의 50%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 이경재 방통위원장은 분명 지난 6월 대정부질문에서 '종편재허가 심사에서 계량항목의 비중을 높여 투명하고 공정하게 심사하겠다'고 했다. 방송평가위원회 방송평가지수, 방심위 심의 제재 횟수, 자본 건전성, 사업계획 이행실적 등 수치로 계산할 수 있는 부문들은 계량 항목에 포함시켜 재승인 심사의 공정성을 높여야 한다.
현재 지상파 재허가 심사에 들어간 방통위는 오는 31일까지 지상파 관련 시청자 의견을 접수하고 있다. 시청자들이 능동적으로 재허가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다. 종편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도 시청자 의견을 두루 수렴하고 이를 점수화해 계량 평가해야 한다."
- 재승인 심사에서 낮은 점수로 재승인이 거부될 만한 종편 사업자가 있을까.
"예단할 수 없지만, 채널A가 조금 불안하다. 이번에 제기된 의혹들과 더불어 앞서 확인된 방심위 중징계, 낮은 사업계획 이행실적 등으로 다른 사업자보다 감점 요인이 많다. 편법 출자 논란과 관련해서 승인 조건을 위반하는 사안이 추가로 나오면 승인 취소까지 되지 않을까 싶다."
- 일각에서는 이미 있는 종편채널을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종편에게만 너무 엄격한 잣대를 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지상파를 향해서도 비계량 항목 비중을 낮추라는 지적은 계속 제기돼 왔다. 종편에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게 아니다.
그리고 종편은 출범 당시부터 특혜 논란 등으로 문제가 많았다. 개국 이후에도 방송의 공정성, 주주 구성의 적정성 등에서 문제가 불거지면서 방송 생태계를 훼손시키고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애초 탄생과정에서 특혜 등의 원죄를 가지고 있는 종편이 결국 예고된 참사를 낳은 것이다. 시작부터 현재까지 문제가 계속된 종편 사업자를 제대로 심사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국정원 사태 진실규명 지지부진, 언론에도 상당 부분 책임"
- 이명박 정부 때 언론 문제가 사회적 이슈였는데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도 여전히 언론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언론 공정성을 위한 해법은 없는 걸까.
"근본적으로 모든 정권은 우호적인 언론을 바라는 것 같다. 이 가운데서도 두 가지 유형의 정부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언론 자유정신을 위배하면서 강압으로 정권우호적인 언론을 만들려는 정부', 또 하나는 '우호적이기를 바라면서도 민주주의 훼손을 우려해 보도 내용을 강요하지 못하는 정부'다. 돌이켜보면, 노무현 정부 당시 정연주 KBS 사장과 최문순 MBC 사장은 정부 비판적인 보도를 막지 않았다. 그때 KBS는 한미FTA를 반대하는 내용의 방송을 그대로 내보냈고, MBC의 보도는 황우석 사태를 낳았다. 지난 이명박 정부와 현재 박근혜 정부에서 이런 보도가 가능했을까 싶다. 이미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는 비판적인 보도가 제한된 사례가 있다. 결국 정치가 바뀌어야 언론이 바뀔 수 있다고 본다.
국회 차원에서는 공영방송에 대해 방송법이 허용하는 안에서 끊임없이 공정성과 관련해 문제제기를 하고 시정을 요구하며 싸워나가는 수밖에 없다. 지금 한국사회 논란으로 우뚝 선 존재는 바로 '정보기관'과 '언론'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정원 사태 국정조사가 제1라운드로 진행됐다면, 국회 방송공정성특별위원회는 제2라운드다. 현재 진행 중인 방송공정성특위에서 일정한 성과를 내야 한다. 동시에 언론 공정성의 완성을 위해 방통위가 종편의 해악을 해소해야 한다. 이는 방통위의 재승인 심사에 달렸다.
국민들이 끊임없이 방송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 국정원 사태 관련 보도를 축소한다고 비난받았던 KBS에서도 미세하나마 변화가 일어났다. 지난 10일 9시 뉴스는 촛불집회 소식을 전했고, 국정원에서 댓글을 달았다는 기사도 내보냈다. 지금은 방송 공정성이란 게 먼 일처럼 느껴져도, 국민들이 계속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다 보면 언젠가 변화가 이뤄질 것이다."
- 언론 내부의 개혁도 필요하지 않을까.
"언론 스스로도 변해야 한다.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국정원 사태가 벌어졌는데도 이를 제대로 추적하지 않은 언론들이 많다. 미국 CIA가 대선 때 오바마 대통령을 댓글로 지원하고 정상끼리 회담한 회의록을 공개했으면 언론들이 가만히 있었을까.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CNN> 등은 오바마 대통령 보고 책임지고 물러나라고 압박했을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언론들 중 이렇게 하는 곳이 있나. 국정원 사태 진실규명이 지지부진한 것은 결국 언론에도 상당 부분 책임이 있다.
민주당 의원들이 국정원 사태 보도 문제점을 규탄하고자 KBS·MBC를 찾아간 적이 있다. 그때 보도국 간부들과 의원 간의 의견이 엇갈렸는데, 하나 반론 못한 게 있다. 의원들이 '국정원 사태와 관련해 탐사보도 기능을 살려 새로운 사실을 밝혀낸 게 있냐'고 묻자 두 곳 다 '없다'고 인정했다.
언론은 정치권에서 드러난 사실만을 보도하는 기관이 아니다. 새롭게 문제를 발굴해서 의제를 만들어야 하는데 지금 언론들은 이같은 역할을 전혀 못하고 있다. 1972년 미국 워터게이트 사건도 한 기자가 끈질기게 2년 동안 추적하면서 사회적 이슈가 됐고 결국 대통령이 물러나게 된 것이다. 언론인들이 추적하면 사태의 진실 하나 못 밝힐까. 언론의 탐사기능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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