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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물주가 깎은 코끼리... 영산도서 볼 수 있어요

[한국의 섬⑥] 흑산도 영산 8경의 아름다운 절경 영산도(永山島)

등록|2013.08.30 11:39 수정|2013.08.30 17:47

저녁노을과 영산도 영산도에서 보는 일몰 전경, 영산도 선착장과 멀리 보이는 섬은 흑산도 ⓒ 이재언


영산도는 흑산도의 동쪽 해안에서 4㎞ 가량 떨어진 해상에 있는 면적 2.2㎢, 해안선 길이 7.9㎞의 흑산도 예리 대목에서 도선으로 10분정도 걸릴 만큼 가까운 섬이다. 영산도는 영산화가 많이 피는 섬이라는 데서 따온 섬 이름처럼 곳곳이 아름다운 섬이다. 기암괴석이 만들어내는 영산8경의 절경을 가지고 있다.

흑산도의 부속 섬이라는 영산도의 별칭과 달리, 흑산도에서 영산도까지 정기 운항하는 여객선이 그 동안 없었다. 영산도 주민이 한번 나들이를 할라치면 어선을 이용해 흑산도 예리 대목에 닻을 내리고 예리까지 걸어가서 여객선으로 갈아타야 했다. 이러한 불편함은 최근에야 해소되었다. 군에서 7톤짜리 배를 건조해줘서 매일 오전 한 차례 운행하는 정기운항 배편이 생긴 것이다. 이 도선을 타고 과거의 불편함을 뒤로 한 채 영산도에 들어갈 수 있었다. 영산도 포구로 들어서면 마을이 보인다.

영산도 마을 산 중턱에서 바라다 보이는 영산도 마을 전경 ⓒ 이재언


최고점(220m)은 섬의 남쪽에 있으며, 그밖에도 100m 내외의 낮은 산이 많다. 마을은 북서 해안의 만입부에 주로 분포한다. 움푹 들어간 지형이라 방파제는 왼쪽에 하나 있을 뿐이다. 방파제를 지나 바로 앞에 배가 닿을 수 있는 호안(護岸)이 있다. 이곳이 영산도 선착장이다. 주민들은 대부분 어업에 종사하는데, 포구 안에는 몇 척의 고깃배가 있을 뿐이다. 조용한 포구다.

영산도 해변 영산도 마을 앞에 있는 해수욕장 ⓒ 이재언


영산도에 빈 집이 많은 것은 영산도의 궁핍한 경제력을 보여주는 것과 같다.

2012년 6월 세 번째 방문은 시간이 훌쩍 지난 만큼 선착장 시설이 좋아졌다. 그러나 영산도는 앞바다에 있던 가두리 양식장이 2000년대 프라피룬, 2010년 곤파스 태풍이 휩쓸어 버린 뒤에 극심한 이도 현상이 있었다. 지금은 가두리 흔적도 찾아 볼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 다행한 것은,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에 속하는 전남 신안군 흑산면 영산도가 명품마을로 조성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2010년 국립공원 제1호 명품마을로 진도군 관매도를 지정함에 이어, 2012년 사업대상지로 신안군 영산도를 추가 선정하였다. 국립공원의 우수한 자연생태계와 고유한 문화적 특징을 살릴 수 있는 사업을 시행하여 국립공원에 거주하는 지역주민들이 자연환경을 활용해서 소득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번에 선정된 신안군 영산도는 국립공원으로부터 총 10억 원의 사업비를 지원받게 됐다.

마을 주민들과 관광객들을 위한 친환경 차 명품 마을로 지정되어 지원된 차량 ⓒ 이재언


영산도는 고려시대 이전까지만 해도 어미섬인 흑산도보다도 더 많은 사람이 살았다고 한다. 그만큼 섬 주변에 해산물과 어류가 풍족했던 곳이었다. 그런데 고려시대에 몽고에 대항한 삼별초의 항전을 겪고, 늘 왜구가 들끓어서 나라에서는 공도(空島) 정책을 실시하게 되었다. 이 일대의 섬에 사는 주민들을 육지로 이주시켜 섬 전체를 텅 비게 만드는 정책이었다. 공도정책에 따라 영산도 사람들은 배를 타고 목포를 거쳐 영산강을 거슬러 나주(羅州)에 많이 정착하였다.

나주의 영산포는 영산도 사람들이 피난을 와서 배를 대던 포구(浦口)였고 흑산도를 비롯한 섬사람들이 집단적으로 거주하던 곳이었다. 몇 년 영산포에서 살다가 왜구들이 잠잠해지면 다시 흑산도로 돌아가곤 하였다 한다. 그 당시, 흑산도에서 나주의 영산포까지 풍선(風船)을 타고 들어오는 데에는 보통 2~3일 정도 걸렸다고 전해진다. 섬사람들이 흑산도 근해에서 잡은 홍어를 싣고 영산강을 거슬러 올라오는 배들의 길잡이 역할을 했던 영산포 등대가 지금도 남아 있다.

영산포가 홍어로 유명한 것은 이러한 배경을 갖고 있어서이다. 특산물로는 멸치, 우럭, 장어, 농어, 전복 등이 많이 나며, 특히 미역은 산모용으로 유명하다. 나주 영산포와의 연관 때문에 영산도는 다른 섬보다 유독 가보고 싶은 섬이었다. 

영산 제1경으로 꼽히는 당산찬송

미역을 체취하는 마을 주민 영산도 특산물인 채취하고 있는 모습 ⓒ 이재언


영산도는 산세에 신령스러운 기운이 깃든 곳이라 하여 영산도(靈山島)라고 부르기도 한다. 섬의 서남쪽에 있는 액기미는 이 마을에 액운이 든 마을이니 다른 사람은 이주치 말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래서 영산도는 주위에 있는 섬들보다 민속이 가장 강하고 전통제례를 충실하게 지키는 마을이 되었다.

나무계단을 타고 산책로 따라 올라가면 중간지대에서 오른쪽으로 당집이 한 채 있다. 바로 아기씨를 모신 당이다. 이 주위가 바로 당산이다. 아기씨뿐 아니라 이곳에서는 5명의 신을 모시고 있다. 안을 들여다보면 아기씨 영정이 있고 양 옆으로 다섯 신을 새긴 신위가 걸려 있다. 영산도의 당산제는 유명하다. 해마다 정월 초이면 영산도 사람들은 당산제를 지낸다. 소나무가 어울린 풍치가 근사해서 영산 제1경으로 꼽히는 당산찬송(堂山餐松)의 그 당산 기슭에 있는 당집에서 당산 할아버지께 복을 빈다.

최근에는 몇 년에 한 번씩만 지낸다 한다. 정월 초이튿날 아침에는 쇠머리를 준비하여 둑제를 지낸 후, 조그마한 허재비배에 짚 인형을 넣어 바다로 띄워 보낸다. 잡귀를 바다 멀리 쫓아 보낸다는 뜻의 의식이다. 당산제를 미신으로 차치해버리기에는, 종교를 떠나서 한민족의 오랜 전통에서 배제할 수 없는 샤머니즘의 민속 문화이자 전통을 현대에 구현하는 민속행사로 간주하고 보전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흑산 초교, 최바다 어린이와의 만남... "너는 이 섬의 희망이다"

이 마을의 유일한 학생 최바다 해변에서 만난 최바다와 영산도 주민 ⓒ 이재언


영산도의 북서쪽 해안은 소규모의 곶과 만이 연이어 있어 드나듦이 심한 편이다. 반면, 남동쪽 해안은 단조롭다. 북서쪽 해안을 제외한 대부분의 해안이 암석해안이며 해식애가 발달되어 있다. 영산도에는 3개의 마을로 이루어져 있는 섬이다. 학교가 있는 마을과 교회가 있는 마을 그리고 그 중간지점의 마을. 그러나 각 마을마다 많은 가구가 있는 것은 아니고 3개 마을을 합해봐야 섬 주민 90명에 총 48세대에 불과하다.

산책로에서 나무계단을 타고 오르면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에서 서쪽을 바라보면 흑산도가 보인다. 남쪽을 바라보면 커다란 바위봉우리가 있다. 발전소와 마을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는 조망이 아름답다. 전망대에서 동북쪽으로 길이 있는데 이 길이 산책로인 탐방로다. 이 탐방로는 마을을 감싸고 주변능선으로 이어진다. 동서를 가로지르는 중심길은 숲과 마을을 가른다.

이 길 따라 치안센터와 학교가 있다. 흑산 초등학교 영산분교장. 교사 한 동과 운동장만 덩그러니 있는 학교 안에서 3학년이라는 아이 하나가 놀고 있었다. 수줍은 많이 타는  아이에게 "이름이 뭐냐"고 물었다. 아이는 "최바다요"라고 말했다. "최바다? 이름이 참 좋다"고 말하며, 너는 이 섬에 희망이로구나 하면서 칭찬해 주었다. 

영산도 마을 전경 영산도의 산과 마을과 바다와 해수욕장 ⓒ 이재언


몇 년 전에도 이 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당시 학생이 모두 7명이었는데, 그 중 결손가정 아이만 5명이었다. 홀로 외떨어진 섬에서 부모도 없이 얼마나 외로웠을까를 생각해보면 두고두고 안타까웠다. 선생님 사랑의 손길이 절실하고도 중요한 아이들. 섬마을에는 학생 수가 적으니 그만큼 선생님들의 배려가 클 것 같아서, 그나마 다행스러운 현상이 아닌가 싶다.

학교 근처의 재실 뒤로 나무로 된 계단이 탐방로를 이어준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목재계단이 끝나고 일반 산길로 이어지다가 이마저도 곧 끊긴다. 주변에 숲이 무성하다. 이곳에서 남쪽 문암산을 넘어가면 문암이 있고, 이어 액기미해변을 만날 수 있다. 용이 난 굴이라 하여 용난굴이라는 이름이 붙은 석굴 앞을 지나면 동화적 분위기의 액기미해변이다.

자그마한 모래사장은 보기 드물게 정갈하며, 작은 만큼 포근한 맛이 각별하다. 백사장 한 모퉁이에는 맑고 시원한 샘도 있고 백사장 위 둔덕에는 텐트 치기 좋은 풀밭도 있다. 영산도 우체부인 김통철(62)씨는 액기미 마을을 이렇게 표현하였다. 그는 "액기미를 뒷고을이라고도 하고 액기미라고도 하는데 액이 있는 사람은 들어오지 말라고 액기미라 했다"한다. 예전에는 최고 9가구가 살면서 주로 미역과 돌김 등 해초를 하면서 고기를 잡았지만, 지금은 사람이 살지 않은지 20년 정도 되었다고 하였다.

영산도 해상관광... 섬 전체가 조물주의 예술품

코끼리 바위 영산도의 자랑 코끼리를 닮은 모습이 특이하다 ⓒ 이재언


배를 타고 돌아본 영산도는, 흑산도를 중심으로 인근 대둔도와 다물도, 대장도와 함께 이루어진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에 속함에 따라, 선상으로만 볼 수 있는 명소가 많은 곳이다. 그래서 흑산도 예리항에서 영산도 유람선을 운행한다.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의 유람관광을 할 때, 대개는 다물도의 칠성굴이나 다물도 북쪽 하죽도의 촛대바위 일대를 유람하고 돌아오는 1코스로 끝난다. 2코스에 속하는 영산도 일대 관광은 다수의 승객이 원할 때 이루어지므로, 선택 관광에 해당하는 것이다. 필자로서는 영산8경 중 7경을 놓칠 수 없어, 2코스를 택하였다.

배를 타고 영산도를 한 바퀴 돌아보니 섬 전체를 조물주가 깎아 만든 것이 분명했다. 바다에서 솟구치고 산에서 떨어진 기암절벽은 한 폭의 그림이었다. 그 중에 코끼리를 닮은 바위가 인상적이었다.

영산도 동쪽 바다에서 북쪽으로 돌면 무인 등대가 있는 부속섬이 보인다. 잡초라고는 전혀 없는 말 그대로 바위섬. 한 쪽으로 기울린 형태의 바위 높은 쪽에 영산등대가 서 있다. 등대 앞에는 작은 바위섬이 하나 바다에 떠 있다.

이 섬을 떠나면서 아쉬운 것은 산업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농토도 없고, 가두리 양식도 못하고, 오로지 몇몇 집에서 멸치잡이와 소형어선을 이용한 고기잡이가 전부이다. 오직 기대를 걸 것은 영산도가 명품마을로 조성되는 것인데 이것이 현실로 이루어 진 것이다. 국립공원에 있는 이 섬은 아름다운 자연생태와 문화적 다양성을 연계해 주민들의 자긍심을 높이며 흑산도와 홍도처럼 많은 관광객들이 드나들기를 바라면서 이 섬을 떠난다.

영산도 지리
영산도는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면에 딸린 섬으로  면적 2.25㎢, 해안선 길이 7.9㎞, 산높이 165m, 인구는 48가구에 90명이다. 흑산도의 동쪽 해안에서 4㎞ 가량 떨어진 해상에 있다.

영산도 가는 길
뉴남해퀸호, 목포―흑산도, 1일 2회 / 소요시간 : 2시간
예리 대목 - 영산도 1일 1회
덧붙이는 글 필자는 21년 동안 한반도의 유인도 446개를 배타고 두 번 순회하였다. 이 글은 전남일보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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