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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방 한 칸에서 '기적'을 이뤄냈어요

에티오피아 아이들을 위해 동화책을 만들었습니다

등록|2013.08.22 18:17 수정|2013.08.22 18:17

북스 포 에티오피아'508호의 기적' 팀원(박소민, 조유정, 유재연, 이지민)들과 많은 도움을 주신 매니저님, 페카두 그리고 작가 언니 ⓒ 박소민


'508호의 기적'은 인천국제고등학교 3학년 기숙사 508호의 룸메이트인 네 명의 친구들로 구성된 자원봉사를 위한 팀명이다. 이들은 올해 초 부터 에티오피아의 상피병(오염된 물을 통해 발이 감염되어 코끼리발처럼 딱딱해지는 병)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위해 동화책을 만들어 보내주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1월, 룸메이트 친구들과 함께 '1학년 때부터 결연을 맺어 정기적인 후원을 해오던 에티오피아 아이가 잘 지내고 있을까' '소액으로 어떤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있을까'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형식적인 소액 후원보다는 에티오피아 아이들을 위해 직접 참여해 봉사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는 제안이 나왔다. 이후 아이디어를 교환하던 중 "동화책을 만들어 보내자"라는 의견에 뜻을 모아 '북스 포 에티오피아'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되었다.

'508호의 기적'팀이 봉사활동에 할애 할 수 있는 시간은 학교 일과와 자율학습 등이 모두 끝나는 자정부터 기숙사 소등시간인 오전 1시까지. 힘든 학업과 민감한 대입준비 과정이라서 봉사활동의 병행이 결코 녹록지 않았지만, 어려움에 처한 지구촌 이웃에게 희망을 가져다 주는 일이라는 생각에 팀원 모두는 봉사활동을 행복한 재충전의 시간으로 인식하고 열정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다.

동화책은 <축구왕 테스파예>라는 제목으로 3개 국어 (한국어·영어·암하릭어)로 구성되었다. 아기 사자 테스파예가 동물 친구들과 축구를 하던 도중 다치게 되어 병원에서 기린 의사선생님으로 부터 발이 감염되어 딱딱해지는 상피병에 걸렸다. 이후 진단과 함께 처방으로 운동화를 받게 되고, 다시 친구들과 함께 신발을 신고 신나게 축구를 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되는 것.

7개월에 걸쳐 완성된 동화책을 만드는 일은 생각처럼 간단하지는 않았다. 동화책의 기본 스토리를 위한 아이디어 회의부터 일러스트, 영어와 에티오피아 현지어인 암하릭어로 번역하고 편집하는 일까지 모두 '508호의 기적' 학생들의 몫이었다. 하지만 에티오피아의 상피병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통해 발의 청결성과 신발신기의 중요성을 일깨워줌으로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각자 전담한 일을 성심성의껏 해내었다.

그런데 동화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상피병을 완벽하게 치료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신발의 착용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경제적인 사정으로 신발조차 살 수 없는 아이들에게 동화를 통해 신발 착용을 강조하는 것 또한 적잖은 모순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대한 팀원들의 토론이 이어졌고, 결국 운동화 제조 업체를 대상으로 운동화 후원을 부탁해 보기로 하였다. 신발제조 업체인 프로스펙스 AS센터에 연락을 하고 우여곡절 끝에 김승동 대표님의 비서실까지 연락이 닿게 되었고, 북스 포 에티오피아 기획안과 함께 팀원들의 진심을 담은 편지를 보낸 끝에 프로스펙스 김승동 대표로부터 원하는 수량 만큼의 운동화를 후원하겠다는 기적과도 같은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동화책을 만드는 데는 508호 친구들 뿐만 아니라 주변의 많은 분들의 크고 작은 도움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허성용 매니저님, 508호 학생들의 콘티를 바탕으로 멋진 그림을 그려주신 조소현 일러스트레이터, 글을 매끄럽게 다듬어주신 조한나 작가님 그리고 팀장인 박소민양과 중학교 시절부터 펜팔 친구로 꾸준히 교류를 해온 덕분에 암하릭어 번역과 에티오피아 현지 매니저와의 원할한 소통을 담당해준 페카두(Fekadu)를 비롯해 후원에 동참해준 분들까지 <축구왕 테스파예>가 탄생하기까지는 많은 분들의 조언과 격려 그리고 응원이 큰 몫을 했다.

현재는 일러스트 작업과 내용 편집까지 모두 마무리된 상태고, 본격적인 출판과 에티오피아로의 배송 비용마련을 위해 펀딩 절차만 남아있다. 후원금 모금은 크라우드 펀딩사이트인 굿펀딩에서 진행 중이다. '508호의 기적'팀의 활동에 많은 분들이 따뜻한 관심을 가져주시고 격려와 응원을 통한 후원을 해주고 있다. 후원은 앞으로 7일간 더 지속될 예정이고 목표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펀딩이 끝나면 1차적으로 300부의 책을 인쇄해 에티오피아의 한 빈민촌 초등학교에 프로스펙스로부터 기증방은 운동화와 보내줄 계획이다. 이들 '508호의 기적'팀에 대한 봉사활동 내용은 페이스북 페이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끝으로 팀원들은 "처음에는 룸메이트 친구들과의 작은 관심으로 시작한 붕사활동이 지구촌의 빈국 중 하나인 에티오피아에서 상피병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의 건강을 지켜줄 만큼 커졌다는 것에 큰 보람과 행복을 느낀다"고 전했다. 또한 이들은 대학생이 되는 내년에 더 많은 수량의 책과 운동화를 확보해서 '508호의 기적' 팀원들의 이름이로 직접 에티오피아 현지를 방문해 아이들과 직접 교류한다는 꿈을 새로이 꾸기 시작했다. 그들의 꿈이 기적이 아닌 현실이 될 것이란 믿음이 커질 수 있도록 많은 이들의 응원이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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