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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갈라파고스 신드롬' 버려야 산다

[주장] 방만한 경영 등으로 기업실적 악화... 해외투자사업 등 청산해야

등록|2013.08.23 12:54 수정|2013.08.23 12:54

▲ 포스코 사기 ⓒ

국민기업 포스코에 국민과 정치권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기업 실적 부진에 힘겨워 하는 민간기업에 대해 주주가 아닌 일반 국민들과 정치권이 왜 관심을 갖는지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포스코는 대일청구권 자금으로 설립된 후 국민의 막대한 혈세를 투입해 국민들의 열망 속에 성장한, 한때 세계 3위의 철강기업이자 대한민국 국민기업이다.

현재 포스코의 최대 주주는 지분 6.14%의 국민연금관리공단이다. 국민연금이 투자한 회사에 대한 관심은 국민을 대신한 정부가 대주주로 있는 회사라면 당연한 것이다. 포스코 역시 이제까지 '국민기업' 이미지를 경영에 십분 활용해 왔다. 그리고 포스코의 부침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 또한 막대하다.

그런 포스코가 최근 기업실적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2012년 동기대비 영업이익이 4000억 원이나 줄었고, 2005년 30%에 육박하던 영업이익률이 2013년 2분기에 5.7% 수준으로 떨어졌다. 조강생산 실적도 3990만 톤으로 2011년 세계 4위에서 5위로 하락했다. 세계경기 침체와 중국제철산업의 팽창으로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긴 했지만 지난 수년 동안 무리한 해외투자와 자회사 설립 등 방만한 운영이 부실의 핵심이라는 게 중론이다.

포스코의 인도네시아 일관제철 투자는 현지 수요처도 불확실하고 일본 제철기업의 견제로 인한 장기적자가 예상된다. 반덤핑 혐의 때문에 고전하고 있는 멕시코 자동차 강판 투자 전망도 불확실하다. 지난 몇 년 동안 포스코는 플랜트와 신소재 관련 회사를 잇달아 인수하고, 대규모 지분투자에 나서 3년 동안 총 5조 원을 지출했다. 계열사도 2009년 36개에서 2012년 5월 기준으로 71개로 늘었다.

문제는 현(現) 회장 체제 하에서 시너지를 기대한 20여 건의 공격적인 M&A가 막대한 부실을 초래해 위기의 주된 원인이 되었다는 점이다. 2011년 순차입 9조 원은 경기침체 속에 주력사업인 철강업까지 위협해, 국제신용등급이 2011년 A에서 A-, 2012년에는 BBB+까지 하락했다.

국민기업 포스코의 부진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은 몇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국민의 여망 속에 성장해온 기업의 '초심'을 망각하고 외부의 견제와 균형이 없는 폐쇄적인 경영의 누적이다. 역대 임원들이 연공서열로 최고 CEO를 맡는 순혈주의 인사관행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둘째, 현지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투자, 설립목적도 불분명한 계열사 확대 등 방만한 경영이다.

셋째, 이와 함께 공급과잉과 원료가격 상승, 온실가스와 같은 환경이슈 등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응하지 못하는 '점점 데워지는 물속의 개구리'라는 점도 지적된다. 세계 1위의 아르셀로 미탈 그룹과 2위의 타타 스틸 등 유수의 철강기업들이 재빠르게 구조조정과 기업혁신에 나선 것과 비교할 때 포스코의 방만한 M&A와 무리한 투자는 누가 봐도 위기를 예견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얼마 전 학계의 동종교배가 문제가 됐다. 이러한 현상은 기업에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교류되지 않는 기업 DNA를 가리켜 '갈라파고스 신드롬'이라고 부른다. 지금 포스코는 지금 비상한 경영전략이 요구되며 이는 동종교배 기업 DNA를 청산하고 이종교배 혹은 혁신과 개혁의 창조적 DNA를 필요로 한다. 불요불급한 사업 부문과 해외투자 사업을 재검토해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기반 확충을 위한 대책 수립이 절실하다. 또한 순혈주의 인사관행을 개혁하고, 국제적 경험과 국가정책 차원의 폭넓은 시야를 지닌 인물들을 대거 영입해 창조경제 시대에 맞는 경영 체질을 확보해야 한다.

국민의 시각에서 포스코는 다른 기업들과 다르다. 한국경제의 상징이자 희망이었던 포스코의 부진이 국민들의 '경제 되살리기'에 찬물을 끼얹고, 새 정부의 '창조경제'의 실험대가 될까 우려된다. 그렇기 때문에 포스코는 되살아나야 하고, 포스코는 변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권원순님은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제학부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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