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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노크 귀순'... 북한 주민, 교동도 해안으로 넘어와

UFG 연습기간에 경계망 뚫려... 군 관계자 "시계 나빠 감시장비 운용에 어려움"

등록|2013.08.23 17:16 수정|2013.08.23 17:31
한미 연합 군사훈련인 UFG(22∼30일) 연습 기간 국군의 경계망이 뚫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23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 33분경 북한 주민 황아무개(46)씨가 인천 강화군 교동도 해안으로 맨몸으로 귀순해 왔다. 황씨는 교동도 해안에 도착하자마자 민가로 달려가 가정집 대문을 두드려 집주인 조아무개씨를 깨운 뒤 귀순 의사를 밝혔다. 조씨는 인근 해병대에 연락해 황씨의 귀순 사실을 알렸으며, 해병대 5분 대기조가 출동해 황씨의 신병을 인수했다.

황씨의 귀순으로 하루 전 확고한 군사 대비 태세를 강조한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도 무색하게 됐다. 박 대통령은 전날 UFG 연습 현장과 상황실을 찾아 "군은 강한 억지력으로 전쟁을 사전에 막아야 하지만 전쟁이 발발하면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며 "그런 사명을 가슴에 새기고 항상 확고한 대비태세를 갖춰주기 바란다"고 당부한 바 있다.

지난해 9월에도 20대 북한 주민 1명이 통나무를 붙잡고 헤엄쳐 교동도에 도착한 뒤 6일 동안 민가에 머무르다가 주민 신고로 붙잡힌 일이 있었다. 당시 군 경계 태세 문제가 지적되자, 군은 병력과 감시 장비를 보강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도 군은 경계근무 중인 초병이 귀순자를 발견하지 못했고 주민 신고를 받고서야 귀순 사실을 파악했다.

군 관계자는 "귀순자가 넘어 온 지역은 철책이 설치되지 않은 해안"이라며 "귀순 당시 교동도 지역의 날씨도 천둥과 번개가 치는 등 시계가 나빠 감시 장비 등을 운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황씨가 도착한 해안은 고정된 경계초소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동도에는 북쪽 일부 해안에만 철책이 설치돼 있고 나머지 해안에는 주민들의 어업활동 등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철책이 설치돼 있지 않다.

일각에서는 김포와 강화 인근 도서 지역의 방어를 맡고 있는 해병 제 2사단의 경계구역이 과도하게 넓은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 이번 귀순사건이 발생한 교동도(43.32㎢)의 경우, 1개 해병여단이 주둔하고 있는 백령도(50.98㎢)와 크기는 비슷하지만 증강된 1개 중대 규모(200여 명 내외)의 병력으로 물샐 틈 없는 경계를 펼치기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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