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같은 유니폼·같은 시급... 왜 바쁜 매장서 일하나요?

[집중취재] 바쁜 매장 vs. 한가한 매장의 알바들... "인센티브 필요"

등록|2013.08.25 14:16 수정|2013.08.28 17:52

▲ 23일 오후 1시경, 강남구의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위)과 노량진의 같은 브랜드 매장(아래)의 모습. 강남점은 손님들이 줄을 서서 주문을 받고 있는 반면 노량진 매장은 한산한 분위기이다. ⓒ 황혜린, 이정희


[장면①] 지난 19일 오후 5시 30분, 서울역 맥도날드 매장. 3개의 계산대 앞에 주문하려는 손님들로 줄이 길게 늘어섰다. 매장 안 테이블도 손님들로 가득 찼다. 3명의 계산원들이 쉴 틈 없이 손님들로부터 주문받아내고 있었다. 계산기를 누르는 그들의 손은 바쁜 상황에서도 익숙한 듯 실수 하나 없이 노련했다.

반면 같은 시각 강북구 쌍문동의 맥도날드 매장은 조금 덜 바쁜 분위기였다. 새로 온 듯한 알바생이 다른 직원의 도움을 받아 주문받고 있었다. 손이 빠르지 않은 알바생 한 명과 그를 도와주는 포스(POS) 기계 한 대로만 주문받아도 충분할 정도였다.

서울역 매장에서 한 시간 동안 처리한 주문은 235건. 1인당 약 78건의 주문을 조리실에 전달했다. 반면 포스 한 대로 주문받는 쌍문동 매장에서는 한 시간 동안 40건의 주문만 처리됐다.

[장면②] 지난 20일 오후 1시, 강남대로에 있는 커피전문점 카페베네. 알바생 두 명이 거의 1분에 한 잔씩 커피를 만들어 냈고, 오후 2시부터 3시까지 한 시간 동안 무려 30개의 빙수를 만들었다. 두 시간을 지켜보는 동안, 진동벨이 두 번이나 잘못 울렸다. 아르바이트생은 커피를 가지고 손님들 자리로 직접 찾아가서 "혹시 커피 시키셨냐"고 물어보았다. 손님이 아주 많아 일하는 사람들도 헷갈리는 모양이었다.

같은 시각 노량진지점. 넓은 카페 안은 한산했다. 겨우 전체 테이블의 1/3 정도에만 손님들이 앉아있었다. 알바생은 단 두 명. 그나마 1명은 주문대 안으로 사라졌다. 새로 들어온 손님들의 주문은 나머지 한 명이 주문부터 음료제공까지 처리했다. 손님들이 남겨놓은 머그컵까지 혼자서 다 씻었다. 그래도 시간이 남자 휴대전화를 보거나 다른 알바생을 불러 이야기를 나누는 등 나름 여유있어 보였다.

강남 매장에서는 직원과 알바생 5-6명 정도가 150여 명의 손님을 받았다. 노량진에서는 2명이 일을 보고 15명 정도의 손님이 앉아 있었다. 두 시간 동안 강남점은 82잔의 커피와 50개의 빙수를 만들었다. 반면 같은 시간 동안 노량진에서는 34잔의 커피, 4개의 빙수를 만들었다.

[장면③] 지난 21일 오후 1시, 여러 회사들이 밀집해 있는 광화문 스타벅스 매장. 주문대 앞에는 이미 점심식사를 마친 직장인들로 가득 차 있었다. 총 여섯 명의 알바생이 피크타임을 소화하고 있었다. 그들은 주문받기·컵 준비하기·커피내리기·우유 넣기·얼음 넣기·손님 부르기 등 각자가 해야 할 일을 분담해 기계처럼 일하고 있었다. 손님들은 그만큼 빠르게 커피를 받아갔다. 점심시간이 끝나자 알바생은 여섯 명 체제에서 세 명 체제로 바뀌었다. 피크타임이 끝났어도 손님들은 계속 들어왔다.

같은 시각, 서울 강동구 길동의 같은 커피브랜드 매장. 이곳은 다른 매장보다는 규모가 작은 편이라 직원 1명이 혼자 주문받고 커피를 만들었다. 다른 직원 2~3명이 더 있었지만 한 명은 주로 매장을 청소했고, 나머지는 주문이 몰릴 때를 빼고는 대부분 직원실에 들어가 있었다. 커피를 만드는 직원도 여유로워 보였다. 주문을 하려고 서니 "메뉴판을 천천히 보시고 시키세요"라며 웃기도 하고, 몇 가지 질문을 해도 꽤 친절하게 대답해줬다. 규모가 작기 때문에 다른 매장에서 으레 있는 진동벨도 필요 없었다.

두 시간 동안 광화문 지점이 판 커피는 231잔. 4층으로 이뤄진 이 매장에 자리한 손님은 121명. 직원 1명 당 손님 20~40명정도를 응대하고 있었다. 길동 매장은 같은 시간 60잔의 커피를 판매했다. 직원 3~4명에 손님은 30여 명이었으니, 한 명당 10명도 채 처리하지 않은 셈이다.

"차라리 저기서 일할 걸..." 바쁜 매장 알바생들의 불만

▲ 같은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같은 일을 하고, 시급도 같거나 비슷한 수준이지만 노동강도는 매장마다 다르다. 사진은 영등포에 있는 한 스타벅스 매장 내 모습. 비교적 한산하다. ⓒ 김지현


같은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같은 일을 하고, 시급도 같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한가한 매장은 할 일이 없어 근무자가 스마트폰을 하고 담소도 나누는 반면, 번화가나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의 지점은 눈코뜰 새 없이 바쁘다. 같은 서울 지역의 프랜차이즈 매장 두 곳을 같은 시간에 비교해 보니, 한 시간에 받는 주문의 수나 만들어내는 커피 그리고 직원 한 명당 담당하는 손님의 수에서도 큰 차이가 났다.

지난 7월까지 신촌 유플렉스 안에 있는 한 음료 브랜드 매장에서 근무한 유아무개(24·남)씨는 일이 얼마나 바빴는지 묻자 "별로 바쁘지 않았다"고 답했다. 하지만 건물 밖 신촌 길거리에 있는 똑같은 브랜드의 매장은 사정이 달랐다. 그는 "한번 그 지점으로 파견을 나갔었는데, 일하는 게 차원이 달랐다"며 "그 매장에서는 일 초도 쉰 적이 없었는데 우리 지점에 복귀하니 심심할 지경이었다"고 말했다.

눈에 띄게 드러나는 알바생들의 노동강도 차이에 일부 알바생들은 불만을 갖고 있었다. 정보력이 있는 사람은 일부러 한가한 매장을 찾아 일하기도 한다. 신촌 유플렉스 안의 매장에서 근무했던 유씨는 "애초에 널널한 것을 알고 이 매장을 지원했다"고 말했다.

그는 옆 건물 1층의 신촌 지점으로 파견됐을 때의 일을 기억하고 있다. 파견된 매장에서 일하던 알바생들이 "너희 매장 알바생들 시급을 우리 매장에서 다 벌어주는 거다" 등의 말을 해서 기분이 나빴다고 한다. 바쁜 매장 알바생들이 "우리가 일이 더 많으니 차등적으로 (시급을) 더 받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한다.

롯데리아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김다솜(24·여)씨. 김씨가 일한 매장은 직원들이 온종일 바쁘고, 매출이 높은 매장이었다. 그는 "처음엔 어디가 더 바쁘고 그런걸 모르고 갔다"며 "일이 너무 바쁘다 보니 다들 신경이 예민해져 있었고, 작은 실수에도 서로 크게 화를 내곤 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고된 6개월을 보낸 후 일을 그만뒀다. 당시 길을 지나며 한가한 매장을 볼 때마다 '차라리 저기서 일할 걸' 후회한 적이 있다고 했다.

'별 생각 없다'고 느낀 사람들도 많았다. 서울의 한 대학 앞 카페베네에서 일하는 조아무개(22·여)씨는 "학교 행사가 있으면 일이 많아지는데, 예상치 못하게 바쁜 경우에도 그냥 '운이 나빴어' 하고 만다"고 대답했다. 바쁜 것이 좋아 예전에는 일부러 아주 바쁜 지점의 스타벅스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조아무개(24·남)씨는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듣고 보니 왜 굳이 바쁜 데서 일하는지 궁금하기는 하다"고 말했다.

김아무개(24·남)씨는 부산 시내에 위치한 아웃백에서 1년 넘게 일하고 있다. 김씨가 일하는 매장은 알바생들 사이에서도 바쁘기로 이름난 곳이다. 그는 "일을 시작하기 전에 일이 힘들다는 걸 듣고 시작했기 때문에 크게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며 "못 버티면 그만두는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매장보다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요즘 대학생이 돈 버는 게 쉬운 일이 어디 있겠냐"며 "남의 돈 벌기가 힘든 걸 아니까 다 감안하는 편"이라고 답했다.

한편 '오히려 바쁜 것이 좋다'는 의견도 있었다. 예전에 몇 시간 동안 한 테이블도 손님이 안 차는 레스토랑에서 근무해 본 적이 있다는 하아무개(25·남)씨는 "한가한 곳에서 일하면 더 하기 싫어진다"고 했다. 그는 또 "아무 일도 없으면 점장이나 매니저의 눈치가 하늘을 찌른다"며 "놀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할 일도 없고…"라고 말했다. 투썸플레이스에서 일하는 이아무개(24·여)씨도 "가만히 있으면 괜히 눈치 보이기 때문에 안 바쁜 매장보다는 바쁜 것이 낫다"고 했다.

"해피아워는 알바들의 지옥아워"... 보상도 없이 지쳐가는 알바들

▲ 스타벅스는 매년 프라푸치노를 반값으로 제공하는 '해피아워' 행사를 한다. 스타벅스가 올해 4월 30일부터 5월 4일까지 진행한 해피아워 행사의 포스터. ⓒ 스타벅스


하지만 이들도 노동의 강도가 다른데 보상은 같다는 것에는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하씨는 "한가한데 나와 같은 시급을 받는 것을 보면 하기 싫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씨도 "당연히 힘든 만큼 돈을 더 받고 싶지만, 알바는 오래 일할 것이 아니니까 임금 협상이 없이 그냥 참고 일하는 것 같다"며 "진짜 힘들면 그냥 한 달 하고 때려 쳐야지 하는 생각을 가진다"고 했다.

특히 회사 측에서, 혹은 매장별로 이벤트를 하기라도 하면 직원들은 두 배로 바빠진다. 커피 브랜드인 스타벅스는 매년 하루 2~3시간 정도 한정해서 프라푸치노 음료를 반값으로 제공하는 '해피아워' 행사를 연다. 이 시간이 되면, 어느 스타벅스 매장이든 밖까지 길게 줄이 늘어서 있을 정도다.

하지만 그만큼 직원들의 일거리는 늘어난다. 네이버의 대학생 동호회 카페에서 한 누리꾼(아이디 ebrh***)은 해피아워 행사를 보고 "알바들의 지옥아워일 수밖에 없는 해피아워"라고 평했다. 그는 "그 좁은 공간에 6명의 알바들이 정말 엄청난 속도로 프라푸치노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며 "죽어나는 건 스타벅스 알바들"이라고 썼다.

하지만 스타벅스 직원들에게 떨어지는 추가적인 혜택은 없다. 작년까지 스타벅스에서 일했던 신아무개(23·남)씨도 해피아워 행사를 겪은 적이 있다. 그는 해피아워를 "프라푸치노 막 뿌리는 망할 놈의 시간"이라며 격하게 묘사했다. '힘들었던 만큼 보상을 받았느냐?'라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대답하며 "그저 파트너(직원)들을 괴롭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스타벅스의 한 관계자는 "해피아워는 1년에 한 번만 하는 행사이고, 본사에서도 직원이 다 나가서 바쁜 현장에 투입된다"며 "고객들의 성원에 보답하겠다는, 서비스 차원으로 진행하는 이벤트이기 때문에 직원들에게 행사 인센티브를 지급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벤트는 다른 브랜드 매장에서도 종종 있는 일이다. 배스킨라빈스는 매달 31일마다 패밀리 사이즈를 하프갤런 사이즈로 한 단계 올려주는 '31데이' 이벤트를 연다. 가장 바쁠 때인 지난해 연말에 배스킨라빈스에서 근무해 본 적이 있다는 누리꾼(아이디 cci5***)은 자신의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하필 대목인 크리스마스 전에 일하게 되어서, 정신없이 드라이아이스를 깨고 케이크 포장에… 죽음의 31데이, 손가락 장애인 되는 줄 알았습니다"라고 토로했다.

배스킨라빈스 동아대 지점에서 2009년에 근무한 적이 있다는 이아무개(24·여)씨도 "그때도 31데이라고 돈을 더 받는 것은 없었다"며 "추석 때 아이스크림 케익을 1000개 정도 판 적이 있었는데 그때 딱 한번 만원을 받았다"고 전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23일 배스킨라빈스에 확인해 본 결과 "이벤트가 있거나 바쁜 날에 알바생에게 시급을 더 주거나 본사에서 인력을 지원해 주는 것은 없다"고 했다. 회사 차원에서 시행하는 해결책은 없냐고 묻자, "알바생 인원을 늘리라고 권고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점주들의 재량에 맡긴다"고 대답했다.

대학가 빕스 레스토랑에서 근무한 이아무개(25·남)씨도 "주변 대학 학생회와 행사를 열어서 오후 8시 이후 대학생들이 엄청 올 때가 있었다"며 "시급도 그대로였고 보너스도 없었다, 그냥 시키는 대로 일했다"고 말했다. 맥도날드에서도 지난해 '60초 서비스 이벤트'를 실시해 60초 안에 음식을 받지 못하면 감자튀김을 주는 행사를 벌였다. 당시 민주노총은 "홍보를 가장한 자본의 노동강도 높이기"라며 비판했다.

정해진 이벤트를 하지 않아도 매장 상황에 따라 예기치 못하게 바빠질 때는 있다. 대학가 카페베네에서 근무하는 조씨는 "대학 논술고사 때 평소보다 4배 정도 바빴었다"며 "평소에 100만 원 정도 순수익이 난다고 하면 그때는 하루 매출이 400만 원이 넘었을 정도"라고 말했다. '바빠진 데에 따른 보상이 있었냐?'라는 질문에 "없었다"며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이런 문제에 대해 별 생각 없었다"고 답했다.

"인센티브 주거나 추가 고용으로 노동격차 줄여야"

일부 매장의 정직원들은 매상에 따라 조금씩 보상을 받기도 한다. 한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의 정직원인 조아무개씨는 "직원의 경우 메뉴를 더 많이 팔게 되면 그것을 기준으로 보수를 더 주기도 한다"며 "매장 매상이 많이 오르면 급여로 보상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알바생들은 시급으로 고용돼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시급을 올려주는 것 말고는 매장 매출이 올라도 보상받는 제도가 거의 없다.

알바연대의 한 관계자는 "일한 만큼 몫을 못 받는다면 불합리한 일"이라며 "매출이 올라갔으면 그만큼의 배분이 알바생들에게도 똑같이 돌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년유니온의 한 관계자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며 "상대적으로 노동 강도가 센 매장은 알바를 더 채용하는 등의 대안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알바연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재섭씨는 "시급에 격차를 두자는 식으로 이야기하다 보면, 반대로 '일을 덜 하면 시급을 덜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올 수 있다"며 "노동 강도의 정확한 측정도 힘들기 때문에 성과급제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신 노동시간을 단축하거나 바쁜 매장의 경우 추가 인력을 더 고용하는 식으로 알바생들의 노동 격차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호희 민주노총 대변인은 "최저임금은 말 그대로 최저임금인데, 알바나 영세기업들은 그 최저임금을 최고임금으로 생각하고 주는 경향이 있다"며 "(최저임금선을 지켜) 처벌만 피할게 아니라, 노동자에게 최저임금 이상을 지불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정 대변인은 "손님이 많고 노동강도가 높아 직원이 혹사당한다면, 사람을 늘리거나 돈을 더주는 방법이 있는데 단순히 돈을 더 준다는 방법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며 "기업 처지에서 알바생들을 위한 매뉴얼을 정해 적정노동과 시간, 고용인원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이정희, 황혜린 기자는 <오마이뉴스> 18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