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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방스타일 발명가 사업가로 변신... 과연?

[인터뷰] 왁스 발명가 '이엔지산업' 유선주 사장

등록|2013.08.24 16:32 수정|2013.08.24 16:32

▲ 유선주 사장이 경기도 양평에 있는 그의 연구실에서 현미경을 들여다 보다가 카메라를 들이대자 환하게 웃고 있다. 인터뷰가 끝난 후 연구실을 방문했다. ⓒ 이민선

그가 '골방 스타일'이라는 것을, 그의 외모만 보고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깡마른 몸, 고집스럽게 생긴 얼굴, 삐죽삐죽 솟은 머리카락. 영락없이 만화영화에 나오는 괴팍한 과학자 모습이었다. '이엔지산업' 유선주 사장(62) 첫인상이다.

골방에서 현미경을 친구삼아 연구에 몰두하던 유선주 사장이 발명품을 들고 거리로 나왔다. 바로 '왁스'다. 가구를 닦을 때 쓰는, 구두를 닦을 때 쓰는 바로 그 '왁스'.

"잘 닦입니다. 오래갑니다. 친환경 무공해 제품입니다."

유 사장의 '왁스' 자랑이다. 유선주 사장을 지난 8월 22일 서울 강남구 서초동 <이타임즈> 본사에서 만났다. "흔하고 흔한 왁스를 만든 것인데 어째서 '발명'이냐? 개발 정도가 적당 하겠다"며 은근히 시비(?)를 거니, 그는 기존 제품과 완벽하게 차별화된 새로운 제품이니 당연히 '발명'이라 힘주어 반박했다. 

"우리 제품은 기존 제품에 비해서 훨씬 빨리 닦여요. 많이 문지르지 않아도 광택이 나고요.  그리고 그 광택이 일반 제품에 비해 10배 정도 오래갑니다. 친환경 무공해라는 것은 냄새를 맡고 불을 붙여 보면 알 수 있어요. 우리 제품은 냄새도 없고 불도 붙지 않아요. 그러니 당연히 '발명'이죠."

유 사장이 발명한 왁스가 이렇듯 특별한 이유는 기존 제품 보다 훨씬 '고 분자'이기 때문이란다. 입자에 열을 가하고 회전을 가해 '고 분자'로 만드는 과정에서 휘발 성분이 소멸, 냄새도 없고 불에 붙지도 않는 친환경 제품이 탄생했다고 한다. 

유 사장이 왁스 개발을 완료한 것은 6개월 전. 하지만 아직 단 한 개의 제품도 팔지 않았다. 공신력을 갖추기 위한 작업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신력을 갖추려면 특허 를 출원 하거나 KS 마크를 획득해야 하는데, 그게 생각처럼 쉽지 않다고 한다.

"특허를 출원하든, KS 마크를 획득하든 성분 '배합비'를 공개해야 하는데, 그 자체가 내가 가진 모든 노하우를 공개 하는 게 됩니다. 그러니 할 수가 없지요. 다른 사람이 내 연구 성과를 가로 챌 수 있거든요. 그 문제 때문에 고민하고 있어요. 5개 월 전에 KS마크 신청을 해 놓았는데, 이 문제 때문에 현재 중지된 상태입니다."

이렇게 말하며 유 사장은 우리나라 인증제도 절차에 대해 아쉬움을 표현했다. '인증 마크를 부여 하더라도 '배합비' 같은 연구 성과를 공개 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는 것이다.

▲ 유선주 사장이 발명한 '왁스' ⓒ 이민선


유 사장이 왁스 연구를 시작한 것은 20년 전 부터다. 자동차를 워낙 애지중지 하다 보니 늘 광이 번쩍번쩍 나도록 닦았는데, 아무리 좋은 왁스로 닦아도 비만 한번 맞으면 지저분해져서 속이 상했다고 한다. 그 때부터 유 사장은 비를 맞아도 광택이 사라지지 않는 왁스를 꿈  꾸었고,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골방에 들어가 현미경을 보기 시작했다.

"한번 바르면 폐차 할 때까지 광을 낼 수 있는 왁스를 만들겠다는 각오로 시작했어요. 저는 자동차 광택을 자존심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국산은 물론, 이태리제 수입 왁스를 발라 보기도 했는데, 광도 잘 안 날뿐더러 오래 가지도 않아서 속이 상했지요."

유 사장이 이번에 자신이 직접 발명한 왁스를 들고 골방에서 나온 이유는, 직접 영업까지 하기 위해서다. 비록 인증마크는 받지 않아 공신력을 얻지는 못했지만 직접 홍보하고 판촉 활동을 해서 제품의 우수성을 알려 나가며 시장을 개척 한다는 각오다. 골방에서 발명만 하던 '골방 스타일' 유선주 사장이 과연 사업가로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타임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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