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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을 때는 쇠북처럼 듬직하게!

[중국어에 문화 링크 걸기 22] 坐

등록|2013.08.26 10:58 수정|2013.09.25 18:26

좌(坐, zuo)는 두 사람이(人)이 제단처럼 쌓은 흙을 중심으로 마주 앉아 제사를 지내는 모습이다. ⓒ 漢典


"공부는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엉덩이로 하는 것이다"는 말이 있다. 오랜 시간 책상에 앉아 책을 볼 수 있는 빵빵한 '엉덩이의 힘'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좀이 쑤셔 엉덩이를 들썩들썩 하는 학생이라면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앉아 있어야 하는 학교생활에 적응하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과거 농경사회에서 만물을 생산해 내는 '흙(土)'에 대한 경배는 어쩌면 매우 당연한 의식이었을지도 모른다. 앉을 좌(坐, zuò)는 두 사람이(人)이 제단처럼 쌓은 흙을 중심으로 마주 앉아 제사를 지내는 모습이다. 현대에 와서는 다리를 오므리고 앉는 교통수단을 '타다'는 의미로 널리 쓰인다.

고대 사람들은 주로 자리가 깔려 있는 땅바닥에 앉았는데(席地而坐, xídì'érzuò) 양 무릎을 땅에 대고 엉덩이를 발꿈치 위에 내려놓는 방식이었다. 이 때 아마도 가장 높은 권력을 지닌 지도자가 으뜸의 자리에 앉아 양식이나 수확물 등을 분배해 주었는데, 그 자리를 바로 '주석(主席)'이라고 했고 지금도 중국의 최고지도자를 지칭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한(漢)나라 이전까지도 해도 '좌(坐)'는 무릎을 꿇고 앉거나(跪, guì), 가부좌 자세(跏趺, jiāfū) 혹은 쪼그리거나(蹲, dūn) 다리를 앞으로 뻗고 웅크리는(箕踞, jījù) 것을 이르는 말이었다. 등받이가 없는 형태의 앉을 거리에서부터 책상, 의자 등이 생겨나면서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의미로 전환된 것이다.

중국 속담에 "설 때는 소나무처럼, 앉을 때는 종처럼, 행동은 바람처럼 하라(站如松,坐如钟,行如风)"는 말이 있다. 서 있는 자세는 소나무처럼 꼿꼿하게 하고, 앉는 자세는 쇠북처럼 듬직한 모습을 보여주며, 행동할 때는 바람처럼 신속하게 해야 상대방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우리 말에도 커트라인에 걸려 합격한 경우에 '문 닫고 들어왔다'고 하는데 '붉은 의자에 앉는다(坐红椅子, zuò hóng yǐzi)'는 말은 과거시험에서 꼴찌로 합격했다는 의미다. 과거 급제자 명단을 발표할 때 마지막 합격자의 이름 아래에 붉은 선으로 구획을 지었기 때문에 생겨난 말이다.

송나라 때 과거시험에 턱걸이로 겨우 붙은 손산(孫山)이 함께 간 친구의 합격여부를 묻는 말에 "저는 급제자 명단의 제일 아래에 있었는데 자제분의 이름은 제 이름 아래에 있었습니다"라고 한 데서 유래한 '명락손산(名落孙山, míngluòSūnShān)'이라는 고사 성어를 떠오르게 한다.

중국인이 초대한 식사자리에 가게 된다면 앉는 자리에 약간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자리를 마련한 사람이2 안쪽 중앙에 앉고 그를 중심으로 바로 그 오른쪽이 VIP이고, 그 왼쪽은 두 번째 지위의 손님이 앉는 원칙이 있기 때문이다. 고래로 어디에 앉느냐 하는 것이 지위와 격식을 따지는 의식의 일부로 여겨진 까닭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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