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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는 입이 비뚤어지고 고추는 잘 마르는 계절

[사진] 도시 주부들의 태양초 말리는 풍경

등록|2013.08.26 14:13 수정|2013.08.26 14:13

▲ 차량통행이 없는 다리 위에서 고추 말리는 풍경 ⓒ 이승철


지난 23일은 처서로 24절기 중 14번째 절기다. 처서(處暑)라는 절기는 더위가 그친다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이 절기는 태양이 황경 150도에 이른 시점으로 가을이 시작된다는 입추와 이슬이 내리기 시작한다는 백로 사이에 들어 있는데, 음력으로는 7월 15일 무렵에 드는 절기다.

옛날부터 요즘에는 논둑이나 산소의 풀을 깎아 벌초를 했다. 이때쯤이면 나무나 풀도 성장을 멈추고 더 자라지 않기 때문이다. 또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는 속담도 있다, 더위가 한풀 꺾이면서 모기도 힘을 잃는다는 것을 빗댄 말이다.

농부들은 봄여름에 사용했던 쟁기와 호미를 깨끗이 씻어 갈무리했다. 바쁜 농사철이 지나고 가을 추수 전까지 비교적 한가하기 때문이다. 처서는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라는 말이 있다.

뜨겁고 무더웠던 계절이 지나가고 가을이 온다는 신호처럼 풀숲에선 귀뚜라미 소리가 처량하다. 해맑은 하늘에 두둥실 떠오른 뭉게구름은 정말 가을이 타고 온 풍성한 선물처럼 아름답기만 하다. 그런데 이 무렵이면 고추농사를 짓는 농부들은 농한기가 무색하게 바쁜 나날을 보낸다.

▲ 아파트 공터에서 고추 말리는 풍경 ⓒ 이승철


▲ 장독대 항아리 뚜껑 위에도 ⓒ 이승철


▲ 음식점 앞 좁은 공간에서도 ⓒ 이승철


▲ 주차장 옆 공터에서도 ⓒ 이승철


고추농사는 고추가 잘 자라 많이 열리게 하는 것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빨갛게 잘 익은 고추를 따서 썩히지 않고 말리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차, 시기를 놓치거나 잘 말리지 못하면 그야말로 소득 없는 헛농사가 되기 십상인 것이 고추말리기다. 엊그제 만난 충청도 청양에서 고추농사를 많이 하는 동서의 말도 그랬다.

요즘 대부분의 고추농사 농가에선 건조기를 이용하여 고추를 말린다. 부족한 일손 때문이기도 하지만 고추를 썩히지 않고 말릴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태양초로 말리는 농가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 건조기에 말린 고추는 검은 빛이 돌아 색깔이 약간 어두울 뿐만 아니라 매운 맛도 조금 떨어진다.

그래서 일부 도시주부들은 말리지 않은 빨간 고추를 농가에서 구입하여 직접 햇볕에 말린다. 이렇게 말린 고추가 이른바 빛깔 곱고 맛도 뛰어난 태양초다. 요즘이 바로 도시 주부들의 태양초 고추 말리기에 가장 좋은 시기다. 햇볕은 한여름 못지않게 뜨겁지만 공기가 여름철보다 훨씬 건조하여 고추가 잘 마르기 때문이다. 도시 주부들이 고추 말리는 다양한 풍경을 카메라에 담아보았다.

▲ 가게 앞 에어컨 실외기 앞에도 ⓒ 이승철


▲ 신문지와 플라스틱 그릇 위에도 ⓒ 이승철


▲ 단독주택 마당 한 켠에도 ⓒ 이승철


▲ 산동네 골목길에도 ⓒ 이승철


▲ 사찰의 옥상 위에도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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