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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줄다리기... 야당 청와대행 또 실패하나

민주당, 박 대통령 '민생회담' 사실상 거절... 의견차 크지만 실낱 가능성

등록|2013.08.26 15:39 수정|2013.08.26 17:47
[기사 보강: 26일 오후 5시 45분]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폭염대비, 전월세대책, 다자간 외교 준비 등 현안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 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이 민생 문제는 논의할 수 있다며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를 포함한 5자회담을 다시 제안했다. 민주당은 국정원 개혁에 대한 진정성 부족과 회담 형식을 문제 삼아 난색을 표하는 등 여야간 줄다리기가 다시 시작됐다. 양측의 의견차가 적지 않아 회담 성사 가능성에 회의적인 목소리가 많지만 물밑 협상에서 극적인 타협점을 찾을 수 있다는 관측도 없지 않아 정국 경색의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민생회담과 관련해서는 언제든지 여야 지도부와 만나 논의할 생각이 있다"며 "국민의 뜻에 부응해서 국민들에게 희망을 드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9월 정기국회에서 민생 관련 입법이 시급한 만큼 여야 원내대표까지 포함한 5자회담을 해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국정원 개혁에 대한 확고한 입장 표명 없이 민생만 논하자는 건 문제의 본질을 비켜나간 것"이라며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혔다. 넓은 의미의 민생 속에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도 함께 논의된다면 회담을 받아들일 수 있지만 좁은 의미의 민생에만 국한된 의제를 두고 회담에 나서는 건 무의미하다는 판단에서다.

김관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6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민주주의 없는 민생이 사상누각이듯, 국정원 불법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성역 없는 책임자의 처벌, 국정원 개혁에 대한 확고한 입장 표명 없이 민생만 논하자는 것은 본질을 비켜가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국정원 셀프 개혁, 주홍글씨 대신 훈장 주는 격"

박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 도움 받지 않았다'고 밝힌 것을 두고 김 대변인은 "도움 준 사람은 있는데 받은 사람이 안 받았다고 하면 (그만인 거냐)... 국민들이 판단할 것"이라며 "(이런 발언은) 대통령이 검찰 수사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안이한 상황 인식"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검찰수사와 국회 국정조사 과정에서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대선에 개입했고, 경찰은 이를 축소·은폐하려 했으며,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가 개입되었다는 의혹이 확인되었다"며 "국정원 개혁은 반드시 국민의 뜻에 따라 국회에서 이뤄져야 한다, 이미 국기문란 범죄를 저지른 국정원에게 스스로 개혁하라고 하는 것은 주홍글씨 대신에 훈장을 주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이날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국정원 자체 개혁 입장을 재차 밝힌 박 대통령에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한 것이다.

청와대가 여야 원내대표가 포함된 5자회담 방식을 또 다시 언급한 데 대해서도 김 대변인은 "이미 거절 의사를 밝혔다, 이렇게 물타기 하면 안 된다"며 대통령과 야당대표가 만나는 양자회담 방식을 고수했다.

박 대통령이 민생을 조건으로 여야 지도부와 회담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정국 경색을 풀어낼 청와대와 여야 간의 회담 가능성이 수면 위로 부상했지만 합의까지는 녹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회담 의제, 형식 등 큰 가닥에서 의견 차가 명확하다.

의견차 큰 청와대와 민주당... 합의점 찾을까

▲ 지난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김한길 대표가 피곤한 듯 눈가를 문지르고 있다. ⓒ 남소연


청와대는 민주당의 난색 표명에도 여야 지도부가 대통령과 민생 이슈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회담에 여야 원내대표가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의 발언은 민생과 연계된 5자회담을 강조한 것"이라며 "대통령이 정치권과 민생 문제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결국 국회에서 민생법안 처리에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여야 원내대표가 함께하는 회동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회담 형식은 물론 다음 달 4일 러시아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 참석 차 출국하는 박 대통령이 해외 순방 일정도 걸림돌이다. 빠듯한 일정을 고려하면 이번 주 초 안으로는 가시적인 합의점들이 나와야 회담이 성사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지만 타결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정기국회를 앞두고 야당의 국회 복귀가 절실한 여권과 장외투쟁 출구를 찾아야 하는 야권 모두 회담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어, 물밑 접촉에서 회담 형식과 의제에 있어 한발씩 양보하는 타협점을 찾을 수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이와 관련 김관영 대변인은 '이번 주 안에 결과가 나오냐'는 질문에 "우리도 바라는 바"라며 "대통령이 문제 의식을 제대로 갖고 국민들의 상식에 부합하는 대처를 한다면 야권의 요구에 전향적 답이 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청와대도 여운을 남겼다. 청와대 관계자는 민생과 국정원 개혁 문제가 함께 논의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에 대해 "오늘은 민생 관련 논의를 위한 5자 회담이라는 청와대 입장을 다시 한번 분명하게 밝힌 것이니 상황(변화)을 좀 지켜 보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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