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 혁신대책은 '통제 일변도'... 실효성 있을까
전문가들, "지나친 규제... 미봉책에 불과" 지적도
▲ 지난 2012년 2월 23일 육군사관학교 제72기 생도 273명(남자 243명, 여자27명, 외국군 수탁생도 3명)이 입학식 행사를 치르는 모습. ⓒ 연합뉴스
육군사관학교(아래 육사)가 최근 잇따른 생도들의 일탈행위를 막기 위한 개선책을 내놨지만, 기존 규율만을 강화시키는 방안이어서 실효성 없는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육사는 26일 학교 혁신 대책으로 재학 중 결혼, 흡연, 음주를 금지하는 '3금제도'를 강화하고, 외박 횟수와 이성교제 범위를 제안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육사 혁신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날 육사가 내놓은 대책은 생도들의 일탈을 막는다는 이유로 생도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규제 강화하고 이성교제 범위 설정한 육사 육사는 혁신 방안에서 그동안 필요에 따라 훈육관이나 학과장 승인 하에 허용하던 음주를 학교장 승인이 있어야만 허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 생도들의 외박 횟수도 줄였다.
생도들의 이성교제에 대해서는 이성교제는 허가하되 교제범위와 행동지침을 제시했다. 1학년 생도는 이성교제를 금지하고 같은 중대의 생도 간에는 사귀지 못하도록 했다. 중대장·소대장·분대장 생도에 대해서도 상호 이성교제를 금지했다. 생도와 교내에서 근무하는 장병·군무원끼리 이성교제도 허용되지 않는다.
만약 이를 위반하면 정도에 따라 처벌 규정을 적용하고 성희롱·성추행·성폭행 등 법규를 위반할 때는 의법 처리와 퇴교 등의 중징계 조치를 취하도록 처벌 수위를 높였다.
군인기질 및 리더십 제고를 위한 방안으로는 강화된 당직 근무·불침번 제도·뜀걸음·내무검사·점호 등을 내놨다. 또한 체력단련·군사훈련 등 부문에서 진학·졸업시 자격 요건이 되는 목표를 제시했다. 체력 검정·무도·사격·유격 등에 할애할 시간을 늘려 인성을 발달시키겠다는 것이다.
고성균 육사 교장(소장)은 "교육을 통해 좋은 인성을 가꿀 수도 있겠지만 반드시 그렇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반복이 습관이 되고 습관이 덕이 되듯 당직근무와 내무검사를 강화하고 진학과 졸업시 자격 요건을 높여 4년간 생활하도록 하면 군인의 자질을 체득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일방적 규제, 부작용 낳을 수 있다"
하지만 이날 육사가 내놓은 혁신 방안이 지나치게 규제 일변도여서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이성교제는 개인의 권리인데 성군기 위반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는 이유로 이를 금지할 권한이 어디 있느냐"며 "이는 자기결정권 침해이며, 전근대적인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지난 7월 육사가 영외 원룸에서 여자친구와 성관계를 맺은 생도를 퇴학처분했다가 서울행정법원으로부터 위법 판결을 받기도 했다. 당시 법원은 "개인의 내밀한 자유 영역에 속할 뿐 성 군기를 문란하게 한 징계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육사의 퇴학처분을 위법으로 판시했다.
임 소장은 "현행 육사에서 1년에 한두 차례 있는 성범죄 예방 교육을 정규 교양과목으로 신설하고 이 과목을 필수로 이수해야 졸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훨씬 구체적인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군사평론가 김종대 <디펜스21 플러스> 편집장도 "생도의 성폭행 문제는 육사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 문제"라며 "무슨 정책으로 이것을 바로 잡겠다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편집장은 "현재의 육사 교육내용도 지나칠 정도로 사회와 괴리돼 있는데, 일방적 규제 위주의 대책은 부작용을 나을 수 밖에 없다"며 "본질적인 문제는 규율을 강화하는 방식이 아니라 육사의 교육 혁신이 우선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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