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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행산에서 봐야할 것이 강이라고?

[베트남의 문화유산 찾기 ⑥] 마블 마운틴(오행산)

등록|2013.08.27 10:56 수정|2013.08.28 14:21

▲ 대리석으로 만든 부처님 ⓒ 이상기


오행산이라는 이름의 근원

마블 마운틴으로 불리는 오행산(Ngũ Hành Sơn)은 다낭의 남쪽에 있다. 그곳으로 가려면 역시 607번 지방도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가야 한다. 다낭에서 12㎞쯤 떨어져 있어 30분이면 갈 수 있다. 오행산은 자연계를 구성하는 다섯 가지 요소에서 그 이름을 따왔다. 베트남어로 하면 목(Moc, 木), 화(Hoa, 火), 토(Tho, 土), 낌(Kim, 金), 수이(Thuy, 水)다. 이들 오행은 서로 상생하며 우주의 조화를 이루어낸다. 그러나 그 오행을 거스르면 재앙을 만나게 된다.

오행산 입구에는 대리석으로 만든 조각품들이 널려 있다. 이곳에 300년 이상이나 대리석 조각에 몰두한 사람들이 모여 살기 때문이다. 이들 장인은 종교적이고 전통적인 조각에서 시작했지만 이제는 현대적인 장식품이나 기념품도 많이 만들고 있다. 대리석의 질이 좋고, 장인의 실력이 우수하고 값이 싸기 때문에 아시아의 여러 불교국가에서 이곳에 작품을 의뢰한다고 한다. 오행산으로 가는 길옆에는 불교와 관련된 대형 조각품이 많이 있고, 오행산 입구에는 소형 장식품과 기념품이 많이 있다.

오행산은 다섯 개인데 그 중 수산(Thuy Son, 水山)이 가장 크고 볼거리가 많다. 그래서 대부분의 관광객은 오행산 중 수산만 돌아본다. 우리도 수산 입구에서 버스를 내린 다음 2번 게이트로 올라간다. 입구 양쪽으로 기둥이 세워졌는데, '영응소구여의원(靈應所求如意願) 오행제일승명람(五行第一勝名藍)'이라고 썼다. 오행산 중 제일경에 있는 유명 사찰인 영응사에서, 구하는 바 뜻대로 이루기를 바란다는 뜻이다.

▲ 오행산 중 수산 개념도 ⓒ 이상기


수산으로 올라가는 문은 두 개가 있다. 서쪽에 있는 1번 게이트는 땀타이사(Chua Tam Thai, 譚泰寺)로 연결되고, 동쪽에 있는 2번 게이트는 링웅사(Chua Linh Ung, 靈應寺)로 연결된다. 사람들은 대부분 2번 게이트로 올라갔다, 1번 게이트로 내려간다. 2번 게이트로 해서 링웅탑까지 올라가는 계단이 106개로, 1번 게이트의 계단수(156개) 보다 더 적기 때문이다. 그리고 2번 게이트에서는 엘리베이터를 통해 링웅보탑으로 바로 올라갈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도 2번 게이트로 들어간다. 그렇지만 링웅사까지 걸어 올라가기로 한다.

수산(水山: Thuy Son)을 따라가는 순례

▲ 오행산 중 수산의 상징 영응보탑(7층 석탑) ⓒ 이상기


그런데 계단 중간 중간에서 불상과 문을 볼 수 있다. 문에는 영응문(靈應門)이라고 쓰고, 영응이 의미하는 바를 대구(對句)로 풀어 썼다. 영응문을 들어서자 바로 영응사 본전이 나타난다. 나는 몸을 돌려 우리가 올라온 곳을 되돌아본다. 꼬코강(Song Co Co)의 지류가 보인다. 절 안으로 들어가니 선정에 든 미남 부처님이 나를 반긴다. 국내에서 보던 부처님과는 상호와 의복이 다르다. 부처님 위에는 각황조어(覺皇調御)라는 부처님 이름이 쓰여 있고, 좌우에는 자심(自心)과 본성(本性)을 강조하는 문구가 쓰여 있다.

기둥에는 도자기로 만든 용이 꿈틀거리고 있다. 1825년 민망 황제가 이곳을 방문해 시주하면서 영응사는 좀 더 화려한 절로 변신하게 되었다. 나는 영응사를 돌아 영응보탑으로 향한다. 영응보탑은 오행산의 상징으로 멀리서도 볼 수 있다. 7층 석탑으로, 창문마다 부처를 상징하는 범어, 한자, 법륜이 그려져 있다. 이곳에서는 또한 주변의 산과 마을 그리고 바다를 조망할 수 있어, 최고의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이곳에서 망해대(望海臺)로 올라가면 바다까지 볼 수 있다.

▲ 담태사 ⓒ 이상기


우리는 영응보탑과 망해대를 지나 반통(Van Thong) 동굴로 간다. 그곳에도 부처님이 모셔져 있다. 그리고는 몇 개의 자연스럽게 생긴 문과 인위적으로 만든 문을 지나 호아응히엠 동굴과 후옌콩(Huyen Khong: 玄空) 동굴로 간다. 문에 현공관(玄空關)이라 쓰여 있으니, 현공동굴로 가는 문이라는 뜻이 된다. 현공은 도교적 표현으로 아득한 하늘을 말한다. 우리는 그 아득한 하늘을 찾아간다. 입구에 여성적인 부처님이 우릴 맞이한다.

우리는 계단을 따라 동굴로 내려간다. 말 그대로 석굴암이다. 입구 양쪽에 우리와는 다른 사천왕상이 동굴을 지키고 있다. 동굴 안은 향연이 자욱하다. 사람들은 동굴 벽 높은 곳에 모셔진 부처님께 기도를 올린다. 또 어떤 사람은 전각 형태의 법당에 모셔진 부처님께 간절하게 기도한다. 베트남 사람들도 종교적인 신앙심이 경건한 것 같다. 동굴을 한 바퀴 돌고 올라오면서 중간에 다시 한 번 현공 동굴을 내려다본다. 부처님도 나를 쳐다본다. 

바다도 보고 강도 볼 수 있는 곳

▲ 망해대에서 바라 본 바다 ⓒ 이상기


현공 동굴을 나온 우리는 수산에서 가장 오래된 절 담태사로 간다. 2층 누각 형태의 법당으로 장식과 조각이 화려하다. 전각 앞에 포대화상이 있어 친근함이 느껴진다. 절 앞에는 서양식의 삼문이 있다. 베트남식 불교 건축에 프랑스의 기술이 가미된 것으로 보인다. 이곳에는 또 방장이 기거하는 법당이 있다. 법당 앞 정원과 분재가 정말 아름답다. 법당 안으로 들어가 보니 연꽃대좌 위에 천수관음이 모셔져 있다. 팔이 모두 18개다. 부처님이 너무 잘 생겼다.

▲ 현공 동굴에 모셔진 부처 ⓒ 이상기


이곳을 나온 우리는 가까운 망강대(望江臺)로 올라간다. 강을 보기 위해서다. 이곳에서는 오행산의 나머지 산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다. 가운데 금산을 중심으로 오른쪽에 토산, 왼쪽에 화산이 선명하게 보인다. 산 주변에는 주택지가 형성되어 있어,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며 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산 너머로는 평지가 넓게 펼쳐진다. 그런데 강은 주택과 숲에 가려져 있다. 나는 이곳에서 잠시 쉬며 더위를 식힌다.

이곳 수산의 정상은 높이가 106m에 불과하다. 그러나 바닷가에 있기 때문에 우뚝하고 높아 보인다. 세상은 늘 이렇게 상대적인 것이다. 대리석으로 이루어진 암산에 식물이 자라고 그 안에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절들이 있으니, 자연이 있고 역사가 있고 스토리가 있는 것이다. 사람이 즐겨 찾는 명승은 이처럼 자연과 문화가 잘 어우러진 곳이다. 그런 의미에서 호이안, 후에, 다낭이 있는 베트남 중부지방은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유서 깊은 고장이다. 

오행산을 떠나 다시 다낭으로

▲ 망강대에서 바라 본 금산 ⓒ 이상기


▲ 담태사에서 만난 꽃미남 부처 천수관음 ⓒ 이상기


망강대를 내려온 우리는 이웃하고 있는 담돈사에도 잠깐 들린다. 그곳에서 나라와 조상의 은덕에 감사하는 현판을 볼 수 있다. 이제 정말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 중간에 5층탑을 만난다. 탑 이름이 적혀있지 않아 이름을 알지는 못하겠다. 탑을 지나니 마지막 문기둥이 보인다. 대도(大道)와 심종(心宗)을 이야기한 글이 적혀 있다. 불도와 불심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오행산 답사를 끝내고 1번 게이트로 내려오니 11시 45분쯤 되었다. 우리는 이곳에서 기념품점에 들어가 잠시 구경을 하고는 다낭으로 이동한다.

다낭에 점심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베트남 음식을 많이 먹었으니 한 번 정도 한식을 대접하겠단다. 다낭에도 한식전문점이 두어 곳 있지만 가이드는 우릴 한강 레스토랑으로 안내한다. 한강은 이중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강이 한강이기도 하지만, 다낭을 지나는 강도 한강이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우리는 제육복음에 김치에 상추에 된장국을 먹을 수 있었다. 현지 가이드 강태욱 과장의 말대로 맛이 있었다.

▲ 베트남 현지 가이드 강태욱 과장 ⓒ 이상기


우리의 베트남 중부 여행을 맡은 강태욱 과장은 마치 모델처럼 생겼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조금씩 털어놓는데, 아주 어릴 때 모델을 했고 배우활동도 조금했다고 한다. 대전 출신으로 외가 쪽이 액션 배우 박노식과 친척간이라고 한다. 엄마가 배우들과 친하게 지내, 강 과장은 어릴 때에 한복 모델까지 할 정도였다. 젊은 시절 가족이 미국에 가서 살기도 했고, 강 과장 자신은 멕시코에서 살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 모든 일에 너무 앞서 가 성공을 하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이제 강 과장 형제는 이곳 다낭에 자리 잡고 어머니를 모시고 산다. 그런데 어머니가 사람을 그리워해 한국사람 만나기를 좋아한다고 한다. 다행히 이번에 함께 여행을 한 부부가 대전에 살고 있는데, 그 부인이 강 과장의 어머니를 알고 있었다. 강 과장의 사촌 누나와 학교 동창이니, 강 과장 어머니가 친구의 고모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강 과장이 전화로 어머니를 식당으로 나오게 했고, 두 사람은 수십 년 만에 옛날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강 과장이 자신의 가족사를 이야기함으로 해서 생겨난 즐거운 해프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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