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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경찰서 앞 밤샌 할머니들 "나를 잡아가라"

송전탑 반대 김정회 위원장 연행에 주민 30여 명 밤새워... 탄원서 제출하기도

등록|2013.08.27 09:14 수정|2013.08.27 09:14
"오죽하면 우리 노인들이 김정회 위원장이 체포되었을 때 '김정회 대신 우리를 잡아가라'며 그 뜨거운 날에 경찰서 앞에서 농성을 다 했겠습니까. 그 착한 김정회씨가 새벽에 자다가 네 자식들이 보는 앞에서, 단 한 사람을 잡기 위해 경찰 14~15명이 와서 끌고 간 일을 생각하면 정말로 잠이 오지 않고 너무나 분하고 억울할 따름입니다."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를 반대하는 밀양시 단장면 동화전마을 김정회(42) 대책위원장이 밀양경찰서에 긴급체포돼 수사를 받는 가운데, 송전탑 반대주민들이 탄원서를 통해 호소했다.

▲ 밀양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던 김정회 위원장이 밀양경찰서에 연행되어 조사를 받고 있는 속에, 주민 30여명은 경찰서 앞에서 26일부터 27일 사이 밤샘 농성하며 석방을 요구했다. ⓒ 곽빛나


김 위원장은 지난 26일 오전 5시 50분경 집에서 자다가 경찰에 연행됐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경과지 주민들은 밀양경찰서 앞에서 밤샘 농성하며 김 위원장의 석방을 요구했다.

주민들은 26일 오전부터 경찰서 앞에서 농성했으며 30여 명은 밤을 새우기도 했다. 대부분이 할머니·할아버지인 주민들은 "나를 대신 잡아가라"며 호소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5월 21~24일 사이 동화전마을 송전탑 건설 현장에서 마을 주민 10여 명과 함께 쇠사슬로 건설 중장비에 몸을 묶는 등 방법으로 공사 방해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밀양경찰서는 김 위원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호소문을 통해 "김 위원장은 회사에 다니다가 유기농 농사를 짓기 위해 10년 전 동화전마을에 귀농해 열심히 농사를 지으며 아내와 네 자식을 키워온 젊은이"라며 "송전탑을 막기 위해 노인들을 대신해 아무도 맡으려하지 않던 마을대책위원장을 맡아 농사일을 팽개치고 헌신적으로 일해왔다"고 소개했다.

대책위는 김 위원장의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대책위는 "김 위원장은 '노인들을 체인과 노끈으로 묶어 놓'거나 '포클레인 운전석에 할머니를 앉히'는 등의 방식으로 공사를 방해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할머니들이 스스로 자신의 몸을 묶었고 포클레인을 점거했지, 김정회씨가 이런 일에 가담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 밀양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던 김정회 위원장이 밀양경찰서에 연행되어 조사를 받고 있는 속에, 주민 30여명은 경찰서 앞에서 26일부터 27일 사이 밤샘 농성하며 석방을 요구했다. ⓒ 곽빛나


또 대책위는 "비닐하우스와 수천 평의 논농사, 밭농사, 짐승들을 돌보는 막대한 농사일을 부인 한 사람이 지으며 네 자식들은 감옥에 있는 아버지를 기다려야 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27일 오전 주민들과 함께 있는 곽빛나 활동가(마산창원진해환경연합)는 "주민 30여 명이 경찰서 앞에서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며 "할머니들은 착한 김정회 위원장이 빨리 풀려나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지식경제부와 한국전력공사는 신고리원자력발전소(3호기)에서 생산된 전력을 경남 창녕 북경남변전소까지 가져가기 위해 부산 고리-경남 양산-밀양-창녕 90.5km 구간에 걸쳐 765kV 송전탑 161기를 건설하는데, 밀양 구간(경과지 5개면) 가운데 단장·산외·상동·부북면에 52기의 송전탑이 들어서고, 단장면에만 21기가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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