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시위, 더운데 그늘에서 하시라"
헌법재판소 이어 서울시까지... 1인 시위용 파라솔 확산
▲ 서울시청앞 '1인 시위'용 파라솔27일 오후 서울시청앞에 설치된 '1인 시위'용 파라솔 그늘에서 서울개인택시연대 회원이 '심야버스 운행 중단'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오전 '카카오스토리'에 '1인 시위자를 위한 파라솔. 서울시청사 앞에 마련되었습니다. 더운데 그늘에서 하시라고 준비했습니다'는 글과 파라솔 사진을 올렸다. ⓒ 권우성
"뙤약볕 아래에서는 '내가 왜 여기 있나…' 분하고 열 받죠. 내 의도와 다르게 과격해져요. 그런데 파라솔 아래에 서 있으면 마음의 여유가 생겨요. 제 의사가 표현되면서도 차분한 마음으로 생각할 수 있어요."
서울시의 심야버스 운행을 반대하는 택시기사 이선주(51)씨. 그는 서울개인택시연대 조합원으로 서울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런데 그는 서울시의 정책을 반대하는 1인 시위에 나올 때마다 서울시가 설치한 '1인 시위용 파라솔'을 고맙게 생각한다. 그는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1인 시위는 민주주의의 중요한 요소"라며 "1인 시위를 이렇게 시원한 그늘에서 할 수 있게 해줘서 너무 좋다"고 말했다.
서울시청 앞 1인 시위용 파라솔이 화제다. 박 시장은 27일 오전 자신의 카카오스토리를 통해 "1인 시위자를 위한 파라솔, 서울시청 앞에 마련됐다"며 "더운데 그늘에서 하시라고 준비했다"고 밝혔다. 박 시장의 글 아래에는 "개개인의 의사를 존중하는 게 민주주의, 세심한 발상에 감사하다"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박 시장의 SNS를 소개한 <오마이뉴스>의 페이스북 페이지에도 "도저히 따를 수 없는 기발한 상상력의 소유자 원순씨", "따뜻한 말 한마디,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모든 소리는 사람을 감동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세계에 유례가 없을 듯하다" 등 칭찬의 글이 올라왔다.
사실 1인 시위 파라솔의 원조는 헌법재판소(아래 헌재)다. 지난 5월 헌재는 정문 앞에 1인 시위자 파라솔을 설치했다. 당시 박한철 헌재소장은 "사회적 약자의 1인 시위를 배려하기 위해 비와 햇볕을 피하도록 시설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헌재 총무과 관계자는 "박한철 소장이 취임한 이후 시위자들을 보면서 혹시 햇볕 때문에 쓰러지는 등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해 차단막 설치를 지시했다"며 "현재는 2개의 파라솔이 비치돼 성매매특별법에 반대하는 이들이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파라솔 아래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서울시도 지난 6월부터 파라솔을 마련했다. 접이식으로 이동 가능한 파라솔은 현재 4개가 준비돼 있다. 시청 정문 바로 밖에 세워져 있는데, 필요한 시위자는 누구든 가져다 펼쳐서 사용할 수 있다.
서왕진 서울시 비서실장은 27일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박원순 시장이 헌재의 조치를 보고 시청 앞에도 설치하자고 지시한 것"이라며 "절박한 마음으로 1인 시위를 하는 분들이 고통스럽지 않게 배려해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 서울시청앞 '1인 시위'용 파라솔27일 오후 서울시청앞에 설치된 '1인 시위'용 파라솔 그늘에서 서울개인택시연대 회원이 '심야버스 운행 중단'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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