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동구청 앞에서 누가 집회 하나 봤더니...
길 가다가 우연히 본 집회... 울산동구노인요양원 노동자 조합원들
▲ 울산시 동구청이 해결하라!공공운수노조 돌봄지부 울산동구노인요양원 노동조합 조합원 ⓒ 변창기
술, 담배도 하지 않는데 몇 년 전부터 고혈압이 생겼습니다. 지인들이 고지혈증과 고혈압에는 살을 빼야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살을 빼려고 걷기를 합니다. 매일 할 수는 없고요. 시간이 날 때마다 걷습니다. 일터에서 집까지 가는 길은 두 갈래 길입니다. 아래로 내려가 중공업 앞길로 걸을 수도 있고, 동구청 쪽으로 걸어 갈 수도 있습니다. 저는 동구청 쪽으로 걸어갑니다. 화정동 일터에서 걸어가면 남목 집까지 1시간 반이 걸렸습니다.
지난 27일(화)에도 화정동 일터에서 동구청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공공운수노조에서 집회 준비를 하고 있기에 무슨 일로 집회 하는지를 물어보았습니다.
"성내에서 남목 넘어오는 길옆에 있는 동구 노인요양원 아시죠. 거기에 우리노조 분회가 있는데요. 노동착취가 횡행해서 시정하라고 오늘 집회하게 되었습니다."
▲ 1인시위 하지 마시오동구청 직원이 우르르 몰려와 1인 시위를 막았습니다. ⓒ 변창기
조합원이 다 오지 않아 집회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가던 길을 멈추고 무슨 사연으로 집회를 하는지 더 알아보기로 했었습니다. 오후 6시가 넘자 주황색 옷을 입은 분들이 오고 있었습니다. 대부분 나이든 여성분들이었습니다. 그분들은 도착하자 현수막과 피켓을 가지고, 동구청 앞으로 가서 1인 시위를 했습니다. 잠시 후 갑자기 동구청 직원이 우르르 몰려나와 길로 나가서 1인 시위를 하라고 내몰았습니다. 공공운수노조 실무원이 나서서 "1인 시위는 법적으로도 할 수 있는 건데, 무슨 근거로 못하게 하느냐?"고 따지며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동구청장이 진보정당 구청장인데도 구청 공무원 태도는 하나도 변한 게 없습니다. 억울해서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 이유를 왜 몰라주십니까?"
한 여성 조합원이 그렇게 소릴 지르기도 했습니다. 노동당 소속 구의원도 나서서 1인 시위 못하게 저지하는 동구청 공무원에 항의했습니다. 한참을 실랑이 한 끝에야 동구청 공무원은 구청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저는 1인 시위 하는 여성 조합원 옆에서 어디서 일하는지, 왜 이렇게 동구청 앞에 와서 시위하고 집회를 하는지 물어보니 그 여성 조합원이 답해 주었습니다.
"우리는 남목 넘어 오는 길에 있는 울산동구노인요양원 노동조합 조합원 입니다. 호계 가는 길에 있는 시티병원 아시죠? (안다고 했습니다) 그 병원 원장 부인이 우리 요양원 원장으로 있습니다. 송은재단이라고 그 의료재단에서 비영리로 운영하는 요양원이지요. 그러나 실은 그 요양원은 동구청에서 운영해야 하는 것인데 송은의료재단에 위탁관리를 맡긴 것 입니다."
▲ 여기서 나가시오동구청 직원이 1인 시위를 못하게 했습니다. ⓒ 변창기
시내 오갈 때 버스 다니는 길목에 있어 자주 바라보곤 했던 노인요양원이었습니다. 그곳은 나이 많은 어르신을 모신다고 했습니다. 장애등급이 높거나 치매를 앓은 어르신이 요양할 수 있고, 영세민에겐 무료로 운영되는 곳이라고 합니다. 노동조합으로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돌봄 분회로 지정되어 있다고 했습니다. 요양원에 오신 어르신을 24시간 돌보는 일을 하신다고 합니다.
"근로기준 시간이 8시간이잖아요. 그러면 시간외 수당에 대해 잘 처리해 주어야 하잖아요. 우리는 점심시간에도 어르신이 부르면 가보아야 해요. 또, 1시간 더 일찍 출근하라고 해서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그런 시간도 다 급여에 포함시켜 주어야 당연한 건데 안 해줍니다. 더 기가 막힌 것은요. 국가에서 10만 원씩 수당이 내려오고 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80%를 공제하고 나머지만 주고 있습니다."
10시간 일하면 8시간 밖에 안 준다고 합니다. 야간은 14시간 출근해서 요양원에 대기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여러 가지 불합리 한 사항이 많아서 우리가 노동조합을 만들고 불이익 주는 거 시정하라 하니까, 원장이 동구청에 사표를 내버렸다고 해요."
원장은 요양원의 운영권을 스스로 포기했다고 합니다. 그 일이 불거진 지 3개월이 지나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요양사들은 동구청에서 직접관리 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병원은 수익을 내기위해 만든 기관이고, 그런 병원을 운영하는 사람의 부인이 비영리 기관의 운영권을 맡기는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했습니다.
6시가 넘자 집회를 시작했습니다. 이번엔 경찰이 와서 "소음측정기로 측정해서 기준치를 넘기면 사법처리 하겠다"고 했다는 것입니다. 별 시비를 다 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집회는 계속 되었습니다.
"이미 요양원 원장이 동구청에 사표를 낸 상태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 방식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라는 것이고, 그것이 여의치 않다면 동구청에서 직접관리 하라는 것입니다. 그래야 부정비리도 없고 잡음이 생기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원장이 운영권을 포기한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그럼에도 실권자인 동구청에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 피해는 고스란히 요양사에게 돌아오고 있습니다. 동구청에 요양원 정상화를 위한 대화를 하자고 요청했으나 시간을 더 달라고만 합니다."
▲ 동구청 앞 집회동구노인요양원 정상화 하라고 집회를 합니다. ⓒ 변창기
처음엔 구청장과 면담 요청도 묵살되었다고 했습니다. 계속 찾아와 시위를 하니 그제야 면담요청이 이루어 졌다고 합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좀 더 기다려 달라는 것.
"동구청 직원들이 사회적 약자를 대하는 태도를 보십시오. 얼마나 위압적 태도입니까. 진보구청장이나 보수구청장이나 별로 달라진 게 없습니다. 우리는 진보당 쪽 구청장이라 조속히 해결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우리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동구노인요양원 문제 조속 해결을 위한 집회를 열게 된 것입니다. 다시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 동구청이 직접관리 하라!요양사들은 위탁을 중단하고 동구청이 집접관리 하라고 구호를 외칩니다. ⓒ 변창기
동구요양원 돌봄분회장은 "동구청장이 직접 교섭에 응하고 관리감독 철저히 하라"고 외치기도 했습니다. 동구노인요양원 정원이 60여 명이라고 합니다. 동구청에서 관리하면 적자 날 이유가 없다고 했습니다. 울산 동구지역엔 노인 인구가 현재 1만2천여 명 가량이라 합니다. 앞으로 급속도로 더 늘어날 전망이라고 합니다. 노인 인구 증가 대비 노인 복지시설을 더 많이 늘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동구노인요양원은 복지시설이므로 이윤을 추구하는 사설병원업체서 맡아보면 안 된다는 것 입니다. 그렇게 되면 요양원 종사자들에게 주어져야 할 수고비가 원장 수중으로 들어 갈 수 있다고 했습니다.
'앞에선 가족
뒤에선 차별'
요양사가 입은 옷 뒤에 그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그들이 외친 구호가 집회 후에도 맴돌았습니다.
"노동착취 자행하는 사설업체 위탁을 중단하고 동구청이 직접 운영하라!"
▲ 앞에선 복지, 뒤에선 착취요양사의 현실을 말해주는 문구가 등뒤에 적혀 있었습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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