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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먹고 다니냐?"가 인사가 된 이유

[중국어에 문화 링크 걸기 23] 吃

등록|2013.08.29 09:15 수정|2013.09.25 18:27

먹다는 의미의 ‘吃(ch?)’는 중국어에서도 다양하게 활용되어 쓰인다. ⓒ 漢典


농경사회에서는 밥 먹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 "식사하셨어요?"하고 묻는 인사일 때가 많다. 늘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유목민은 만나면 "어디 가세요?"라고 인사하고, 물건을 파는 상인들은 말 걸기에 가장 부담 없는 화제인 "좋은 아침입니다"하는 날씨 인사법을 창안했다고 한다.

"니 츠 판러 마(你吃饭了吗, Nǐ chī fàn le ma)?"는 "니하오","시에시에"와 함께 가장 널리 알려진 중국어가 되었다. 서양인들에게는 밥 먹었냐고 하는 것이 프라이버시인데 왜 물어보나 싶을 수도 있겠지만, 우리나라나 중국에서는 안부인사로 흔히 사용된다.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보듯, '우리'라는 공동체의식이 강한 한국 사회는 살인용의자에게도 "밥은 먹고 다니냐?"하고 물을 정도다.

'吃(chī)'는 의미 요소인 입(口)과 음을 나타내는 걸(乞)이 합쳐져 '먹다'는 의미를 나타낸다. '먹다'는 의미를 나타내는 한자로 먹을 식(食, shí)도 있는데, 뚜껑이 있는 그릇에 놓인 좋은(良) 음식을 말한다. '다반사(茶飯事)'라는 말이 차를 마시고 밥을 먹는 것처럼 흔한 일을 의미하듯, 먹는 것이 워낙 일상적인 일이다 보니 '먹다'는 말 또한 그 활용의 폭이 대단히 넓다. 우리말을 예로 들면 나이를 먹다, 더위를 먹다, 애를 먹다, 마음을 먹다 등 다양하다.

중국어에서도 '먹다'는 말은 폭넓게 활용되어 쓰인다. '식초를 먹다(吃醋,chīdù)'는 말이 질투하다는 의미가 된 데에는 사연이 있다. 당태종이 개국공신 방현령(房玄齡)에게 미모의 첩을 하사하였는데 그 부인의 질투심으로 첩을 들일 수가 없었다. 당태종이 이 사실을 알고 그 부인을 불러 첩을 받아들이던지 아니면 여기 독약을 마시라고 명했다. 그러자 부인은 주저 없이 그 독약을 마셔버렸다. 당태종은 부인을 시험하기 위해 독약 대신 식초를 넣었던 것인데 그녀의 의지를 꺾을 수 없음을 알고 포기했다고 한다.

'두부를 먹다(吃豆腐, chīdòufu)'는 말도 여자를 희롱한다는 예사롭지 않은 의미로 쓰인다. 한 두부가게 여주인의 미모가 빼어나 남자들이 두부를 먹으러 간다고 하고서는 여주인을 몰래 보러 간 데에서 유래한다. 황제의 양식을 먹다(吃皇粮, chīhuángliáng)는 말은 국가의 녹을 먹는 공무원을 가리키는데, 시대는 변해도 한번 굳어진 언어는 화석처럼 그 모양을 유지하려는 성질이 강한 모양이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天下没有免费的午餐)"고 다른 사람의 접대에 너무 쉽게 응하다 보면 그 사람을 대할 때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 있으니(吃人的口软, 拿人的手短) 조심해야 한다. 세상만사가 좌절을 통해 하나씩 지혜를 얻어가는(吃一塹,長一智) 이치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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