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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엄마는 죄인이 아니다

[서평] <난 엄마가 일하는 게 싫어>

등록|2013.08.29 15:04 수정|2013.08.29 15:04
어제는 직원 하나가 내일 근무를 끝으로 그만두는 까닭에 퇴근 후 회식을 했습니다. 그동안 성실하고 밝게 일을 잘 한 처자(處子)였는데 다른 직업으로 '배를 갈아 타겠다'며 그만 둔다는 것이었죠.

술안주로도 손색없다는 갈매기살(돼지의 가로막 부위에 있는 살)을 잘 한다는 식당에 들어가 고기를 주문했습니다. 그런데 저를 포함해 동행한 네 명 중, 술을 잘 하는 이는 저 혼자뿐이더군요. 아무튼 식당에서 술을 마시며 다른 일을 해도 잘할 거라는 덕담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퇴직 예정의 직원은 고맙다면서 문득 제 딸의 근황을 묻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따님이 저랑 나이가 비슷한데 하지만 직장은 참 좋은 곳에 다닌다고요?" 저 자신, 누가 팔불출 아니랄까봐 다시금 제 사랑하는 딸아이를 거론하는구나 싶어 저는 금세 딸바보가 되었지요.

"그럼~ S대와 S대학원을 졸업하고 소위 빅 5병원에서 일하는 내 딸은 여전히 우리 가족들의 우뚝한 자존감이지!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잖아? 오늘날 그 녀석이 누리는 어떤 혜택은 사실 약으로 사는 우리 안식구의 공이 지대했으니까."

그렇습니다. 아내는 박봉의 저를 도와 밖에 나가 돈을 벌어 아들과, 특히나 딸을 서울로 유학을 보내면서까지 가르치느라 그야말로 개고생을 했으니까 말이죠. 가뜩이나 병약했던 아내는 하루 종일 서서 근무해야 하는 백화점의 알바 주부사원 생활 십여년 동안에 그야말로 골병이 든 것입니다.

도서 <난 엄마가 일하는 게 싫어> ⓒ 아름다운사람들


그래서 현재는 두문불출 살림만 하는데 따라서 장을 보는 것도 자연스레 제 몫으로 바뀌게 되었지요. <난 엄마가 일하는 게 싫어>(안느마리 피이오자, 이자벨 피이오자 저 / 임영신 역 / 아름다운사람들 발간)는 따라서 저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여러 사람들의 경우를 예로 들면서 엄마가 자신의 행복을 만끽하면서도 예의바르고 자율성과 창의력이 뛰어난 아이로 키울 수 있는 육아법을 알려줍니다. 얼마 전 개그맨 유재석의 아내로 더 유명한(?) 나경은 아나운서가 육아와 내조에 전념하겠다며 방송사에 사의를 표명했대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여기에서도 쉬 볼 수 있듯 일하는 엄마는 급격히 늘고 있지만 우리의 문화적 통념은 이를 따라가지 못 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또한 결혼한 뒤 출산과 동시에 직장을 그만 두는 사례도 빈번하죠. 이는 우리 사회가 아직도 엄마의 육아를 여전히 힘들게 한다는 방증이라 하겠습니다.

여하튼 아이(아기)는 엄마의 행복을 먹고 배우며 자라는 실로 소중한 존재입니다. 단언컨대 아이가 없으면 미래도 없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 일을 하지만 육아 문제로 죄책감에 시달리는 엄마들의 입장을 역지사지로 이해하게 됩니다.

동시에 우리 사회의 여전히 고질적 병폐, 예컨대 선진국처럼 충분하고 여유로운 국가적 육아시설의 미비에서 오는 문제인, 만날 아이가 울면서 출근하는 엄마의 옷자락을 잡을 때마다 일하는 엄마들의 마음은 녹아내리는 현실에 대한 고찰을 동시에 부여합니다. 일하는 엄마는 죄인이 아닌데 말이죠.
덧붙이는 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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