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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과학관 채용비리 점입가경... 83%가 부정합격

심사위원장 등 6명 불구속... 사전 내정하고 거액 뇌물 오가기도

등록|2013.08.29 18:31 수정|2013.08.29 19:30

▲ 대구달성경찰서 홍사준 수사과장이 29일 오전 대구과학관 채용비리 수사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 조정훈


국립대구과학관이 직원을 공개 채용하는 과정에서 합격자 선발 방식을 바꾸고 서류를 조작해 20명을 부정으로 합격시킨 것으로 확인됐다(관련기사 : 국립대구과학관 공무원 특혜채용 의혹). 이로써 당시 채용과정에서 합격한 24명 중 83%인 20명이 부정합격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립대구과학관 채용비리를 수사해온 대구 달성경찰서는 29일 직원채용 비리에 개입한 혐의로 조청원(59) 전 대구과학관 관장 등 7명을 업무방해와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사법처리 대상자에는 김아무개(33) 대구과학관 인사담당을 비롯해 윤아무개 대구과학관 건립추진단장과 미래과학부·대구시청 공무원과 부정 합격을 시켜달라는 청탁과 함께 2000만 원을 건넨 응시생 정아무개(33)씨도 포함됐다.

부정으로 합격된 20명의 구성은 이렇다. 미리 합격이 내정된 현직 공무원 김아무개씨 등 5명과 공무원이거나 공공기관 근무자 자녀인 배아무개씨 등 7명, 현직 언론인의 부인 2명 그리고 면접관과 잘 아는 응시생 6명.

심사위원장인 조 전 관장은 채용 규칙에 자신이 심사위원장이 될 수 없음에도 심사위원장을 맡으면서 심사 당일 합격자 선발 방식을 점수 합계순이 아닌 구두 추천순으로 변경해 내정해둔 20명을 합격시키도록 지시했다.

심사위원장이 '좋군요'라며 추천 유도

조 전 관장은 또 면접심사를 진행하면서 채용이 내정된 응시생에 대해 '좋군요'라며 긍정적인 의사 표시를 하는 방식으로 심사위원의 추천을 유도하도록 하고, 심사가 끝난 뒤에는 심사위원들의 서명만 받은 백지 집계표와 평가표를 제출하게 했다.

조 전 관장은 최종합격자 발표 뒤 임용과정에서 채용비리 의혹이 일자 심사현장에서 각 심사위원들이 추전자를 표기해둔 '응시생 인적사항 요약본'을 파기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인사담당관인 김아무개씨는 합격이 내정된 응시생들의 명단을 관리하면서 내정자들이 합격할 수 있도록 추천권을 행사하고, 자신의 친구인 정아무개씨로부터 합격을 시켜달라는 청탁을 받고 2000만 원을 받았다가 돌려주기도 했다.

윤아무개씨 등 미래부 직원 3명과 대구시 공무원 이아무개씨 등은 자신들이 청탁받은 응시생들의 명단을 전달하고, 이들이 합격될 수 있도록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조 전 관장과 인사담당인 김아무개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범죄소명 불충문 등으로 기각당해 불구속 입건 처리했다.

부정합격자 전원 부적격 처리될 듯

달성경찰서 홍사준 수사과장은 "부정 채용을 주도한 조 전 관장 등 3명은 5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청탁받은 응시생들이 유리하도록 심사장 분위기를 몰고 갔다"며 "다른 심사위원이 반대 의견을 내면 결국 과반수의 힘으로 관철시켰다"고 밝혔다.

달성경찰서는 이날 부정합격자 20명의 명단을 미래창조과학부와 대구시에 통보했다. 또한 대구과학관은 이사회 결의와 인사위원회를 개최해 부정합격자 전원을 부적격 처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대구시는 '대구과학관 채용과정에 대구시 직원이 연루된 것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발표하고 '관련 공무원에 대해서는 검찰의 최종 수사결과에 따라 엄중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대구시 산하 공기업이나 공공기관 공직자 가족의 채용을 금지하고 채용정보제공을 다양화하는 한편 필기시험 도입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또한 채용관리를 외부 전문기관에 위탁하는 등의 개선방안을 마련하기로 하고 대구과학관의 운영 정상화를 위해 대구시 직원을 파견해 행정력을 지원하기로 했다.

한편, 민주당 대구시당은 논평을 통해 "대구과학관의 채용 비리는 사상 초유의 총체적 채용비리 사건"이라고 규정하고 "부정채용 청탁을 한 정관계와 재계 인사에 대한 조사 등 지속적인 수사를 통해 부정비리를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또 "대구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시민들에게 커다란 마음의 상처를 준 것에 대해 김범일 시장은 진심으로 사과해야 마땅하다"며 "대구시 산하 공공기관과 출자출연기관의 인사 비리에 대해 대대적인 전면 감사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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