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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학교, 한국과 다르긴 다르네요

강원도 영월지역 초등학생 어학연수 인솔교사 참가기

등록|2013.08.29 17:20 수정|2013.08.29 17:20

▲ 엄격함과 자유로움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고 있다. 수업시간에는 경청하는 태도를 취하고, 쉬는 시간에는 풀밭에서 맨발로 말처럼 뛰어 논다. ⓒ 김광선


2013년 여름방학때 영월교육청 주최로 영월지역 학교 대표 아이들을 데리고 어학연수 인솔 교사로 뉴질랜드에 가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들 무슨 생고생을 하려고 아이들 30명을 데리고 그 먼 나라에 가냐고 난리였다.

2012년도에 인솔교사로 한 번 다녀온 녹전초등학교 윤주영 선생님은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는 순간부터 한 달 후 같은 공항에 내릴 때까지 긴장의 연속입니다"라고 말했을 때는 "에그, 뭘 그리 겁을 주시나요?" 했다.

되돌려 생각해 보니, 아찔한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남자 아이가 여권을 잃어버려서 비행기가 떠나지 못하고, 그 아이와 함께 공항 바닥을 샅샅이 뒤지며 "여권아, 제발 나와다오" 하며 울먹였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아이들이 시끄럽다면서 "Are you a teacher?" 하면서 키가 크고 눈이 부리부리한 파마머리 아저씨가 다가와 "Your students are so noisy. I could not sleep and read a book for 5 hours" 하면서 언성을 높였던 외국인 앞에서"I am so sorry. I will let them settle" 하면서 쩔쩔 매었던 순간도 있었다.

뉴질랜드에 가서는 어떤 여자 아이가 "홈스테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점심 도시락에 과일을 두 개씩 싸 주었었는데 이제는 한 개만 싸준다. 다른 집에 비해서 샌드위치도 얇다"며 계속 홈스테이를 바꾸어 주길 원했다.

이런 저런 일들이 한 달 동안 끊임없이 발생했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조금씩 오클랜드 해안에 있는 벨몬트(Belmont) 학교에 적응하고 있었고, 쉬는 시간에는 키위 아이들(뉴질랜드 사람들을 키위라고 말함)처럼 맨발로 뛰어놀고, 점심시간에는 축구와 피구를 같이 했다.

수학시간에는 우리 영월 아이들이 제일 먼저 풀고 앞에 나가서 선생님의 채점을 기다렸다.

"선생님, 아이들이 저, 천재인 줄 알아요. 그 어려운 수학을 어떻게 그렇게 빨리 푸는지 모르겠다고 놀래요."

다은이는 숨도 안 쉬고 의기양양해서 씩씩하게 연이여 말했다.

김치에 쌀밥을 찾던 장영이는 집에 갈 때쯤 되어서 "더 있고 싶어요. 경쟁하지 않아서 좋아요"했고, 같은 반 친구들을 여러 명 사귀며 "나는 잘 생겼다"라는 한국말을 가르치던 두현이는 "학교에서 아이들과 노는 것도 공부하는 것도 좋아요. 한국 가면 학원 다녀야 해서 싫어요"했다.

▲ 우리 영월 아이들은 주말에 친구들과 자전거 타고 놀기 위해 필사적으로 Can I please borrow this?를 외운다. ⓒ 김광선


벨몬트 학교를 매일 같이 다니면서 수업을 받고 아이들이 생활하는 것을 한 달간 지켜본 결과 모든 면이 한국과 참 다르다. 그 중에서도 세 가지를 말하자면,

첫째, 조회 시간에 굉장히 조용하다. 정말 "찍" 소리도 안 낸다. 옆에 사람과 이야기라도 하는 소리가 들리면 옆에 계시던 선생님이 여기저기서 지적한다. "Respect the others, please." "Be quiet, please." "Thank you." 하며 끊임없이 앞에 진행되는 행사나 교장선생님 말씀에 경청하게 만든다.

둘째, 간식 먹는 시간(Moring Tea Time)은 철저히 지킨다. 1블록 시간이 끝난 오전 10시 10분부터 30분까지 집에서 싸온 간식을 교실 밖에 가지고 나가서 먹는다. 그리고 남은 시간은 열심히 뛰어논다. 이때 교사들은 스태프룸(Staff Room)에서 커피랑 싸온 샌드위치랑 과일을 먹는다.

셋째, 강의식 수업을 별로 안 한다. 늦은 아이는 늦은 아이대로, 빠른 아이들은 다른 학습지나 자료를 주고 스스로 풀고 쓰고 그리게 한다. 그래서 필통에 자, 풀, 테이프, 색연필, 사인펜, 컴퍼스 등을 가득 넣어가지고 다닌다. 교사는 충분한 시간을 주고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게 하고 오늘 못하면 숙제가 아니라, 또 다음 시간에 꺼내서 한다. 각자 진도도 다르고 수준도 다르게 자기 갈 길을 천천히 간다.

만약 기회가 된다면, 뉴질랜드가 아니더라도 방학 한 달 정도는 아이들이 다른 나라에서 사는 기회를 주면 좋겠다. 처음 3일은 징징대면서 집에 가고 싶고 김치 생각도 나겠지만, 아이들은 남을 배려하는 방법, 그 나라 음식을 먹으며 사는 방법, 친구들을 사귀는 방법, 언어를 익히는 방법 등을 스스로 익히며 교훈을 얻는다.

아이들은 보고 느낀 만큼 그릇이 "큰 사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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