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국회의원 등 전·현직 당직자 10여 명이 내란 예비 음모 혐의로 국가정보원의 수사선상에 오른 통합진보당이 "내란 음모는 희대의 조작극"이라며 전면 투쟁을 선언했다.

통합진보당(아래 진보당)은 29일 오후 3시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원과 진보당 당원들이 내란을 음모했다는 국정원의 주장은 명백한 허위 날조"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국회의원과 진보당 당원들이 통신·유류시설 파괴, 무기저장소 습격, 총기 준비, 인명살상계획 수립 등의 내란을 음모했다는 국정원의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허무맹랑한 주장"이라며 "국정원의 내란음모 조작은 박근혜 캠프와 국정원의 부정선거 실체가 드러나 촛불 저항이 거세지자 위기에 몰린 박근혜 정권이 국정원을 앞세워 진보세력을 고립 말살시키려는 거대한 정치모략이자 공안탄압"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정원은 수구집권세력의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남북정상회담록까지 조작한 자들이고 박정희 유신정권 중앙정보부로부터 지금까지 자신들의 정치적 야욕을 위해 사건을 날조해 인권을 유린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했던 조작전문기관"이라며 "국민의 힘을 모아 국정원의 정치공작이 이제 이 땅에서 영원히 사라지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30대 여성인 제가 인명살상 계획했다고요?"


전날 자택을 압수수색 당한 박민정 전 진보당 청년위원장은 "통신·유류시설을 파괴하고 총기를 준비하는 내란을 음모했다고 하는데 총을 만져 봤냐, 총 쏠 줄 아느냐고 묻더라"며 "국정원은 민주주의를 바라고 평등한 사회를 바라는 평범한 직장인이자 30대 여성인 내가 통신유류시설을 파괴하고 인명살상을 계획하는 내란 음모를 할 수 있다고 보느냐"고 반문했다.

박 전 위원장은 또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해 민주주의를 우롱하는 게 내란음모 아니냐"며 "진실을 밝히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진보당은 오는 31일 국정원 앞에서 전 당원이 참여하는 촛불집회를 개최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이들은 "남재준 국정원장 해임과 국정원 해체는 더욱 절실해졌다"며 "당력을 총동원해 부정선거 진상규명, 민주수호의 촛불을 더욱 키워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진보당과 진보 시민사회단체의 연대 움직임도 시작됐다. 한국진보연대, 민주노총 등 20여 시민사회단체는 '국정원 내란음모 조작과 공안탄압 규탄 대책위'를 발족했다.

대책위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발족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정보원이 내란음모 혐의를 내세워 이석기 의원 등 10여 명에 대해 압수수색을 한 것은 21세기 용공 조작극"이라며 "국정원 해체, 대통령 책임을 요구하는 분노의 민심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밝혔다.

이정희 "비이성적 매카시즘, 개탄스럽다"


발족식에 참석한 이정희 진보당 대표는 "진보당 당원들이 통신유류시설 파괴, 무기저장소 습격, 총기 준비, 인명 살상계획 수립 등으로 내란을 예비 음모했다는 국정원의 주장은 진보당에 대해 혐오감을 갖게 할 목적으로 허위로 날조된 것"이라며 "지금 대한민국에서 상식을 가진 사람 누가 과연 통신시설을 장악하고 총기를 준비하자고 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진보당 당원들도 보통의 상식을 가진 생활인이며 부모이고 아들딸임을 확인시켜야만 하는 비이성적 매카시즘이 개탄스러울 뿐"이라며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철저한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국정원 해체, 남재준 해임을 비롯해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지게 하는 국민의 요구를 실현시키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후 진보당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도로 맞은편 인도에서는 보수단체가 이석기 의원의 의원 제명을 촉구하는 맞불집회를 열었다. 태극기를 들고 나온 자유청년연합 관계자 10여 명은 '내란음모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이석기 내란음모 밝혀졌다", "통진당 박살내자"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