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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미군기지 관리·처분 협약했지만, 숙제는 '산더미'

인천시, 땅값 4915억 2022년까지 10년간 분납... "시민참여협의회 발전적 해체 필요"

등록|2013.08.29 20:17 수정|2013.08.29 20:17
외세의 의해 100년 넘게 점령 또는 점유돼온 부평미군기지(아래 캠프마켓)의 반환이 3년 정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인천시와 국방부가 최근 캠프마켓 부지(44만㎡)의 관리·처분에 관해 협약했다.

송영길 인천시장과 김기수 국방부 주한미군이전사업단(아래 이전사업단) 단장은 지난 7월 31일 캠프마켓 부지의 관리·처분에 관한 협약서에 서명했다. 이 협약으로 인천시는 안전행정부에서 승인한 토지 대금 4915억 원을 올해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분납한다. 인천시는 국방부와의 조기 반환 협의·토양 오염 정화사업 등 후속 사업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관리·처분 협약식 당시 김기수 단장은 "이번 협약은 반환 미군기지에 대한 지자체 개발사업의 대표적 모범사례로서 인천 경제 활성화와 시민 생활 환경 개선에 많은 기여를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한 "기지 반환 절차가 진행되는 가운데 부지 처분을 협약해 미군부대 반환에 따른 행정기간을 단축한 사례로서 인천시와 국방부 간 상생협력으로 일궈낸 모델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 시장은 "일제 조병창과 미군기지로 이용돼 도로교통망이 단절되고, 도시 균형발전을 저해했다"며 "구도심 개발의 상징이 될 미군기지를 공원 등 인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육성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반환 후에나 인천시 관리권 행사... 토지대금은 올해부터 분할 납부

▲ 인천시 부평구 소재 부평미군기지(왼쪽) 옆 철로변의 모습. 이 철로는 주한미군과 한국군이 사용한다. 과거 군수물자를 주한미군에 의존한 대한민국 정부는 주한미군기지 주변에 한국군 보급부대를 배치했다. <시사인천 자료사진> ⓒ 한만송


국방부와 인천시가 이번 협약을 모범사례라며 자화자찬했지만, 이번 국유재산 관리·처분을 위한 협약이 불공정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인천시가 민관협력기구인 부평미군부대시민참여협의회를 주도하면서, 캠프마켓도 관 중심으로 활용 방안을 도출한 부산 하야리아 미군기지 꼴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인천시와 국방부의 협약 내용을 보면, 인천시는 올해 366억 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시작해 10년간 총 4915억 원을 국방부에 내면서 미군기지 반환 이후 관리권을 행사한다. 또, 인천시가 2016년까지 토지 대금 1501억 원을 지급하면서도 반환 부지 사용권은 미군부대가 이전한 (공유 해제) 이후에나 가능하다. 향후 4년 동안 1501억 원을 지불해도 미군부대가 이전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부지를 전혀 사용할 수 없어, 불공정 협약이란 지적이 나온다.

부산 햐야리아와 강원 춘천 캠프페이지 등은 협약 보증금 납부와 동시에 반환 부지 사용권을 행사할 수 있게 협약했다. 부산시와 강원도는 반환 이후 협약을 맺고 토지 대금을 5년간 상환하는 방식을 취하면서 곧바로 지장물·환경 조사와 관리권 행사를 할 수 있었다. 인천시의 협약 내용은 이들과는 다른 것이다.

캠프마켓 반환 시점이 2016년 말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국방부와 주한미군과의 협상에 따라 늦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캠프마켓이 이전할 평택 미군기지 조성 사업이 미국 정부의 재정난 탓으로 더디게 진행됐기 때문이다.

캠프마켓 부지 소유권은 토지 대금이 완납되는 2022년에나 인천시로 넘어온다. 소유권 이전 전에 토지 사용이나 양도, 사용계획 변경 등을 하려면 국방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더욱이 10년 동안 토지 대금 4915억 원을 지급하기로 했지만, 기지 반환 이후 감정평가를 거쳐 토지 대금을 새로 산출하기로 해, 인천시의 추가 부담을 피할 수 없다.

부평미군부대시민참여협의회 한 위원은 "돈은 돈 대로 다 주고 사전조사를 비롯해 어떠한 권리권도 행사하지 못하게 협약했다"며 "더욱이 향후 땅 값이 상승할 것이 뻔한데, 추가로 땅값 상승분을 보전한다는 것은 합당한 협약이 아니다, 성급한 협약"이라고 비판했다.

시민참여협의회, 관 중심으로 운영... "발전적 재구성 필요"

민선5기 인천시는 소통을 강조했다. 정책과 예산 관련,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위원회를 만들었다. 하지만 캠프마켓과 관련한 위원회는 철저하게 관 중심으로 운영됐다.

부평미군부대시민참여협의회는 조례에 근거해 설치된 기구다.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향후 반환 토지 활용방안 등을 도출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 협의회의가 관 중심으로 운영돼오면서 제 역할을 못했다는 평가가 협의회 안팎에서 나온다. 협의회는 2010년 5월 4일 첫 회의를 개최했는데, 이후 회의가 거의 열리지 않았을 뿐 아니라 열리더라도 비공개로 진행됐다. 얼마 전 협의회에서 부산 하야리아 미군기지를 방문한 사업도 기자들의 취재를 원천봉쇄할 정도로 폐쇄적으로 운영됐다. 이번 '캠프마켓 국유재산 관리·처분 협약'도 협의회 위원들과 제대로 논의하지 않고 추진된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협의회의 발전적 해체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용규(전 국회의원) 협의회 위원장은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시민참여협의회는 해체해서 발전적으로 재구성해야 한다"며 "(관리·처분) 협약 전까지는 비공개라고 하더니, 협약식 당일 와 달라고 다급하게 연락이 왔다, 시민들이 궁금해 하는 것을 왜 비공개로 하나, 정무적 기능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국방부와 미군도 참여할 수 있고, 전문가 등을 비롯해 폭넓게 시민참여협의회를 재구성하라고 송 시장에게 건의했다"며 "환경 문제는 인천시와 국방부·미군이 해결할 문제다, 시민참여협의회는 우리가 넘겨받을 땅을 향후 어떻게 활용해야 역사성과 대중성 등을 모두 살릴지를 연구하고 고민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인천(isisa.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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