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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진사퇴 이일수 기상청장, 사실상 경질?

[날씨 이슈] 기상항공기 도입 관련 잡음 등 여러 관측... 후임 청장 인선 주목

등록|2013.08.30 14:13 수정|2013.08.30 14:42

▲ 이일수 기상청장이 30일 전격 사임했다. ⓒ 온케이웨더 정연화기자


이일수(57) 기상청장이 취임 5개월여 만인 30일 오전 10시 기상청 2층 대강당에서 이임식을 갖고 물러났다. 후임은 정해지지 않았으며, 조주영(54·여) 기상청 차장이 업무 대행에 나서게 됐다.

자진 사퇴냐 경질이냐?

기상청은 이 청장이 건강 문제로 자진 사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상청 안팎에서는 취임 후 불과 5개월 만에 일어난 그의 전격 사임을 놓고 경질설, 내부 알력설 등 다양한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 청장은 일신상의 이유로 지난 28일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했으며, 29일 청와대는 이를 수리했다. 기상청 안팎에서는 "청장 취임 후 불거진 비리 연루설과 투서 등으로 정신적으로 피로감이 쌓인 데다 허리디스크 등 건강상의 문제도 겹쳐 사임한 것"이라는 얘기가 돌았다.

특히 기상장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생긴 잡음에 부담을 느껴 물러났다는 분석이 많다. 지난 7월 몇몇 언론에서 195억 원이 투입되는 다목적 기상항공기 도입과 관련, 이 청장이 특정 업체에 편의를 봐줬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로 인해 기상청에 투서가 많아져 업무에 큰 부담감과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일로 관계당국의 내사까지 받았다는 얘기마저 돌았다. 거기에다 산하기관 인사 개입 논란까지 불거졌다.

이런 정황으로 봐서 형식은 자진 사퇴지만 사실상 경질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편, 공군사관학교 출신인 그의 청장 취임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던 기상청 안팎 인사들과의 알력도 5개월 만의 퇴임을 불러 온 요인이 됐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최근 이 청장은 청내 조직 장악력이 떨어지고 내부 보고마저 잘 이뤄지지 않아 힘들어 했다는 후문도 있다.

이 청장은 1988년 과학기술처 행정사무관으로 특채돼 2007년 기상청 기획조정관으로 자리를 옮긴 다음 지난해 기상청 차장을 거쳐 올해 3월 청장으로 승진, 임명됐다

후임 기상청장 인선에 주목하는 이유

지난 3월 15일 박근혜 정부의 첫 기상청장으로 취임한 이 청장이 기대와는 달리 단명에 그치자 수많은 기상 관계자들이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민들의 생활이나 안전과 직결되는 기상서비스 제공을 주 임무로 하는 기상청 수장이 석연찮은 이유로 전격 사임한 데 대한 불만도 담겨 있다.

기상청은 기상서비스 제공을 위해 많은 특성화된 고가 장비를 유지하기 때문에 정부 어느 조직 못지않게 잡음이 일어날 소지가 많다. 또 기상청 직원들이 상대적으로 기술공무원이란 특성을 많이 갖기 때문에 타 부처보다 상당히 보수적이며 심지어 폐쇄적이란 지적을 받기까지 한다.

정부는 기상청이 갖는 이 같은 조직 특성을 잘 파악해 그에 합당한 청장 인선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달 들면서 이 청장의 사퇴 가능성이 점쳐져 왔기 때문에 이미 청와대가 후임을 물색해 오지 않았겠느냐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전격 퇴임이라 그런지 후임자 하마평은 현재론 들리지 않는다.

아무튼 기상청 조직이 흔들리면 국민들에게 질 좋은 기상서비스나 기상정책 제공이 힘들 수 있다는 점에서 후임 청장 인선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덧붙이는 글 정연화(lotusflower@onkweather.com) 기자는 온케이웨더 기자입니다. 기상기사 자격증과 기상예보사 면허증을 취득하는 등 기상학을 전공한 기상전문기자입니다. 이 뉴스는 날씨 전문 뉴스매체 <온케이웨더(www.onkweather.com)>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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