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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광대역' 하면 망한다? 통신사 엄살 백태

'주파수 전쟁'이 남긴 것... 여론몰이에 보조금 차별 등 묻혀

등록|2013.09.03 11:04 수정|2013.09.03 13:45

▲ 표현명 KT T&C부문 사장이 2일 광화문 올레스퀘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광대역 LTE-A 서비스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김시연


'화장실 들어갈 때 마음, 나올 때 마음 다르다'는 속담은 이번에도 예외가 없었다. 지난 8월 30일 주파수 경매 결과 통신3사는 광대역 주파수를 사이좋게 나눠가졌다. KT 인접대역이 할당되면 회사가 망할 것처럼 떠들던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저마다 잇속을 차렸고 '환영' 입장까지 내놨다. 지난 6월 말 주파수 할당 방식 확정 때까지 노조까지 동원해 치열한 여론전을 벌일 때와는 딴판이다.    

가장 먼저 웃은 건 KT였다. '2배 빠른' LTE-A는 한발 늦었지만 '단말기 차별 없는' 광대역 서비스를 가장 먼저 시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KT "9000억 원이 비싸? 7조 원 가치 있다더니"

KT는 2일 오전 광화문 올레스퀘어에서 기자간담회까지 열어 광대역 주파수 확보를 자축했다. 당장 이달 중 서울 지역에서 광대역 LTE-A 서비스를 시작하고 10월부터 수도권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갤럭시S4나 LG G2 같은 LTE-A 단말기뿐 아니라 기존 LTE 단말기로도 LTE-A급 속도(다운로드 기준 최대 100Mbps)를 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관련기사: KT 광대역 확보 성공... LTE폰도 '속도 2배' )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지난 7월부터 서로 다른 주파수 2개를 묶는 CA(캐리어 어그리게이션) 기술을 이용해 기존 LTE(최대 75Mbps)보다 최대 2배 빠른 LTE-A(최대 150Mbps)를 시작했다.

반면 KT는 지난달 30일 끝난 주파수 경매에서 기존 1.8GHz대역(20MHz)과 맞붙은 인접대역(15MHz) 확보에 성공했다. 굳이 두 주파수를 묶지 않고도 2차선 도로가 4차선으로 넓어진 셈이다. 덕분에 갤럭시S3나 아이폰5 같은 기존 LTE 단말기 데이터 속도도 최대 100Mbps로 늘어나고 LTE-A폰은 최대 150Mbps까지 가능하다. 기존 기지국 필터만 교체하면 되기 때문에 다른 주파수를 활용할 때보다 설치비용과 시간을 크게 아낄 수 있다.  

통신업계에선 KT가 인접대역 확보로 최소 1조~2조 원 정도 비용 절감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쟁사에선 한때 투자 비용이 7조 원까지 줄어든다며 '공정 경쟁' 문제를 강하게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미래창조과학부도 서울과 수도권은 바로 광대역 서비스를 시작하되 광역시와 전국 서비스 시기는 내년 3월과 7월 이후로 제한했다.

SKT-LGU+ 광대역 서비스에 3년? "연말이나 내년이면 시작"

하지만 전국 서비스 시기가 더 앞당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역시 이번에 1.8GHz와 2.6GHz대역에서 각각 광대역 주파수를 확보해 '광대역 LTE-A' 준비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들은 경매 시작 전 주파수 확보 후 전국망 서비스까지 6개월 정도 걸린다는 KT 주장에 맞서 3년 정도 걸린다고 엄살을 떨었다. 그렇다고 그동안 KT의 독주를 마냥 두고 볼 경쟁사들이 아니다. (관련기사: KT '황금주파수' 풀고 '광대역 시기'는 묶고... )

실제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광대역 서비스는 기술 문제가 아니라 의지와 비용 문제"라면서 "KT가 광대역으로 강하게 치고 나올 경우 SK텔레콤도 마음먹으면 올 연말, LG유플러스도 내년에 일부 지역부터 광대역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표현명 KT T&C부문 사장 역시 이날 "KT는 1.8GHz 대역이 LTE 주력망이고 바로 광대역이 된다는 강점이 있어 경쟁사들이 준비하더라도 쉽게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경쟁사가 광대역 서비스를 시작하면 시기 제한 조건도 바로 풀리게 돼 있어 언제든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1.8GHz 인접대역을 최저경매가격(2888억 원) 3배가 넘는 9001억 원에 낙찰 받은 데 대해서도 표 사장은 "9001억 원이 비싸다 아니다 말할 순 없다"면서도 "타사에서 7조 원 가치가 있다고 한 기사를 본 적 있는데 그걸로 답이 될 것"이라며 경쟁사의 '엄살'을 꼬집기도 했다.

900MHz 탓에 LTE-A 못 한다더니... KT '급반전'

▲ 이통3사 보조금 경쟁이 한창이던 지난 6월 서울 마포의 한 휴대폰 판매점. 갤럭시S4 등 최신 스마트폰이 모두 '공짜'라고 홍보하고 있다. ⓒ 김시연


KT 역시 엄살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KT는 이날 스스로 주파수 간섭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900MHz 대역을 활용한 CA 서비스도 9월 중 시작한다고 밝혔다. 광대역 전국망 서비스가 늦어지는 대신 CA를 통해 경쟁사 수준의 LTE-A 커버리지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지금까지 900MHz 주파수 간섭 문제는 KT 인접대역 할당 명분 가운데 하나였다. KT는 정부가 불량 주파수를 줬으니 책임지라는 식으로 대책을 호소했다. 지난 7월 16일엔 기자들을 안양전화국으로 직접 불러 무선전화기와 RFID(무선태그)로 인한 주파수 간섭 문제를 검증하는 시연회를 열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올해 안에 CA 서비스는 불가능할 것 같았는데 불과 한 달여 만에 분위기가 급반전된 것이다.

표현명 사장은 "우리도 CA 기술은 오래 전부터 준비해 왔고 주파수를 1MHz폭만 옮기면 (주파수 시프트) 무선전화기 간섭 효과가 일시에 해소된다고도 말했다"면서 "정책 당국도 주파수 시프트 방안을 검토중이고 RFID 간섭 문제도 현장에서 밤잠 안 자고 한 결과 서울과 수도권은 해소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표 사장은 한발 더 나아가 "CA와 광대역 서비스를 같이 하는 회사는 KT가 유일하다"면서 "내년 3분기 정도면 광대역 주파수를 활용해 CA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 서비스가 가능해져 최대 225Mbps 속도도 나올 것"이라고 경쟁사를 압박하기도 했다.

KT는 이날부터 지난 7월 '모두다올레' 등 일부 가입자를 대상을 시작한 '무선데이터 2배 제공' 프로그램을 모든 LTE 요금제 가입자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오는 10월 말까지 혜택을 받는 대상자도 198만 명에서 650만 명으로 3배 늘었다. 아울러 앞으로 요금제 변경까지 포함한 본격적인 광대역 마케팅도 예고했다.

이번 주파수 경매는 애초 통신소비자들 관심 밖이었다. 하지만 통신사들의 적극적인 여론몰이에 역대 최대 과징금까지 낳은 이통사 보조금 차별 문제나 통신요금 인하 문제는 언론 관심에서 더 멀어지고 말았다. 결국 통신사들만의 주파수 전쟁에 정부와 언론, 통신 소비자들만 놀아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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