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단체 책자에 정호승 시인 축시, 논란
2011년 발간한 <위대한 대통령 박정희>에 수록... 정 시인 "난 모르는 일"
▲ 박정희대통령흉상보존회에서 펴낸 <위대한 대통령 박정희> 표지. ⓒ 임정훈
지난 2010년 천안함 관련 언론 기고 글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정호승 시인의 시가 박정희 대통령 관련 단체에서 2011년 펴낸 책 창간호에 축시로 수록돼 뒤늦게 논란이 일고 있다. 정 시인은 이에 대해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박정희대통령흉상보존회(회장 박계천, 아래 보존회)는 지난 2011년 10월 <위대한 대통령 박정희>라는 제호로 이 단체의 회지 창간호를 펴내면서 정호승 시인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시를 '축시'로 실었다.
박계천 회장과 최인혜 동학 최시형 기념사업회장의 창간사 등에 이어 이 책자 8쪽에 정호승 시인의 축시가 등장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시의 원래 제목을 '내 사랑하는 사람'으로 바꿔 표기하고 12행의 '사랑도 눈물이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를 '사랑'이 아닌 '사람'으로 바꿔 적어놓았다. 이어 정 시인의 사진과 약력도 소개했다.
▲ 이 책자 8쪽에 정호승 시인의 축시가 등장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시의 원래 제목을 ‘내 사랑하는 사람’으로 표기하고 정 시인의 사진과 약력까지 소개하고 있다. ⓒ 임정훈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시는 원래 1998년에 펴낸 정 시인의 시집 <외로우니까 사람이다>에 수록한 시이다. 2000년에는 정 시인이 대표로 있던 출판사에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제목으로 시선집을 펴내기도 했다.
<위대한 대통령 박정희>는 보존회에서 박정희 대통령을 추모하고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서 펴낸 책이다. 정호승 시인이 쓴 시를 이 책자의 창간을 축하하는 '축시'로 볼 경우, '내가 사랑하는 사람' 시의 내용은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칭송과 흠모의 의미로 해석하기 충분하다는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 원시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이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 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하고 아름다운가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정호승 시인은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 시인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금시초문이다. 내가 (시를) 기고한 사실이 없다. (보존회에서) 나한테 연락도 안 하고 (마음대로) 한 것이다. 교과서에도 수록된 작품인데 어떻게 그럴 수 있나?"라며 "축시로 사용하도록 기고하거나 허락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보존회 박계천 회장은 "당시 회지를 만들던 편집자들이 알아서 한 일이고 그 후 모두 (보존회를) 나갔기 때문에 (정호승 시인의 시 수록 경위에 대해) 모른다"라고 말했다. 당시 편집자들이 알아서 한 일일뿐 회장인 자신은 관여하지 않아 정확한 사실 관계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이 책도 창간호를 낸 후 더 이상 발행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처신과 관련 누리꾼 비난 이어져
▲ 정호승 시인 ⓒ 임정훈
한편 정호승 시인은 지난 2010년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한 일간지에 기고문을 실어 일부 독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어 지난 7월에는 유관순열사유족회 측의 항의로 이틀에 걸쳐 4개 일간지 광고란에 자신의 이름으로 사과문을 게재하기도 했다.
1979년에 발간한 시집 <슬픔이 기쁨에게>에 수록한 '유관순' 이라는 제목의 연작시 9편에 '그리운 미친년' 바람난 어머니' '창녀' 등의 표현을 사용해 유관순 열사의 명예와 순국정신을 훼손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반면에 같은 달 말에는 안도현 시인의 절필 선언에 대해 공감하고 그에 대한 검찰의 기소를 비판하는 문인 217명의 성명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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