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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뚝 없는 아궁이, 연기는?

[규슈 기행 23]시바무라 마을 츠루도미야시키 집

등록|2013.09.08 11:05 수정|2013.09.08 11:05

▲ 츠루도미야시키 집을 동쪽에서 본 모습으로 마루가 놓여있습니다. 원래 갈대로 지붕을 이었지만 지금은 구리판으로 바뀌었습니다. ⓒ 박현국


8월 5일부터 12일까지 학생 한 명과 인솔 교수 두 명이 이키시마 섬과 규슈 중부 지역을 사전 답사차 방문하고, 8월 31일부터 9월 8일까지 학생 9 명과 인솔 교수 세 명이 규슈 중부 지역과 아마미오시마 섬을 찾아서 민속 답사여행을 했습니다. 이 두 여행을 통해서 보고 느끼고 겪은 일들을 [규슈기행]이라는 제목으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몇 차례 더 이어집니다...<글쓴이>  

3일 오전 구마모토현과 미야자키현 경계에 있는 시바무라 중심지에 있는 츠루도미야시키(鶴冨屋敷) 집을 찾았습니다. 이 집은 300년 전 지어진 것으로 츠루도미 공주가 살았다는 집입니다.

시바 무라는 옛날 겐지와 헤케의 싸움에서 진 헤케가 산속으로 도망하여 살았다는 곳입니다. 헤케의 유력 인사의 딸인 츠루도미 공주는 산 속에서 어렵게 살았다고 합니다. 그가 살았다는 집입니다.

츠루도미야시키 집은 산속 좁은 땅에서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좁고 길게 지은 집입니다. 일본 집은 다다미 방으로 주로 한자의 밭 전 자 구조를 지은 집이 보통입니다. 집 남쪽은 마루가 있지만 북쪽은 물건을 보관하는 벽장이나 붙박이 장이 있어서 막혀있습니다.

▲ 서쪽 첫번째 방 고자입니다. 방 안쪽에 조상신을 모신 신타나 선반(왼쪽)과 부츠단 불상이 모셔져 있습니다. ⓒ 박현국


이 집은 남향으로 방에는 모두 다다미가 깔려있고, 길이가 24.94 미터, 너비가 8.6 미터입니다. 서쪽 끝에는 고자라는 방이 있습니다. 이 방 크기는 다다미 21장(복도 다다미 6장 포함)입니다. 이 방은 불상과 조상신을 모신 곳으로 옛날 여성은 드나들 수 없었습니다.

서쪽에서 두번째 방은 데이라고 하는데 넓이는 다다미 25장 크기(복도 다다미 7 장 포함)입니다. 이 방은 이 집에서 가장 큰 방으로 손님을 맞이하거나 집안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관혼상제 때 사용했습니다.

복도와 방이 나누어져 있는데 복도는 시타하라이고, 방 안쪽 윗자리는 오하라이고, 복도 쪽 아래 자리는 나게시라고 합니다.  

▲ 데이 방 안쪽에 마련된 벽장입니다. 벽장 문이 느티나무로 꾸며져 있습니다. ⓒ 박현국


서쪽에서 세번째 방은 츠보네라고 하는데 넓이는 다다미 14장(복도 넉 장 포함)입니다. 이곳은 부부가 사용하는 침실입니다. 이곳에서 아기를 출산하기도 합니다.

서쪽에서 네번째 방은 우치네입니다. 이곳은 차실로 차를 마시는 곳입니다. 방 크기는 다다미 17장으로 복도와 방의 구분이 없습니다. 방 한 가운데는 차를 마실 때 사용하는 이로리가 있습니다. 

▲ 차를 마시는 우치네 방에 있는 이로리입니다. 이곳에서 불을 피워 물을 끓여서 차를 마시거나 추운 겨울 난방을 하기도 합니다. ⓒ 박현국


집 동쪽에는 부엌이 있는데 이곳은 도지라고 합니다. 이곳에는 디딜방아와 아궁이가 있습니다. 아궁이 두 개는 깊게 만들어져 있고 큰 솥을 올려두었습니다. 그런데 이 아궁이는 집 밖으로 연기가 빠져 나가는 굴뚝이 없습니다.

이곳 부엌 아궁이에서 불을 때면 연기가 모두 지붕 아래 다락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나무 집을 연기로 훈증하여 나무를 습기와 벌레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또 한가지 이 집은 다른 집과 달리 방 앞에 길게 마루가 놓여져 있습니다. 집에 마루가 놓여있는 것은 한국 옛집의 특징입니다. 여러 의견이 있지만 한국의 마루는 방과 외부를 연결하는 통로이고, 사는 사람들을 무더위로부터 보호하는 기능을 지니고 있습니다.

한국의 마루는 동남 아시아 열대지방의 고상식 가옥이 북쪽으로 전해지면서 고상식 형태가 마루로 변했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이곳 시바 산골 마을 집에 마루가 있는 이유는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집을 지을 때 필요성에 의해서 만들어졌는지 아니면 한반도의 영향을 받았는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우연히 마루에 앉았다가 한국 집 비슷하다고 생각하다가 문득 마루를 찾아냈습니다. 이곳에서는 마루를 엔(縁)이라고 합니다.

▲ 집 아래에서 본 모습으로 구리 지붕만 보입니다. ⓒ 박현국


[참고 누리집] 시바무라 관광협회,http://www.shiibakanko.jp
덧붙이는 글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대학 국제문화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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