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펀치볼에서 태극기 발견했지만 씁쓸한 이유
2차 세계대전 참전 용사 위한 묘지... 지도에 '동해' 표기 없다
▲ 하와이 펀치볼이곳에는 한국군을 비롯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희생된 영령들이 고이 잠들어 있다. ⓒ 김동이
미국의 전초기지인 진주만이 있는 하와이 주. 지금도 하와이 주의 곳곳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들이 사용했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하와이를 찾는 관광객들이 꼭 한번은 들려본다는 마카푸우산. 그 정상에는 아직 철거되지 않고 그 흔적을 유지하고 있는 방카와 관측소 그리고 전봇대를 타고 산 정상까지 설치된 통신선이 아직도 2차 세계대전 상흔처럼 보인다.
▲ 아직도 남아있는 상흔하와이주 최고의 경관을 자랑하는 마카푸우산 정상에는 아직도 2차 세계대전 당시 사용했던 벙커 등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미관상 좋지 않은데도 철거하지 않고 남겨둔데는 역사의 현장으로서 보존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 김동이
특히, 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군의 공격을 받아 소중한 목숨을 초개와 같이 버린 당시 참전용사들이 묻혀있는 하와이 펀치볼 (호놀룰루의 태평양 국립묘지, 이하 펀치볼)은 잘 정돈된 우리의 현충원처럼 엄숙하기만 하다.
▲ 잘 정돈된 하와이 펀치볼이곳은 마치 공원에 온 듯 잘 정리가 되어 관리되고 있다. ⓒ 김동이
지난 6일(현지시간) 평일임에도 펀치볼에는 유족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으며, 특히 우리의 현충탑과 같은 펀치볼의 위령탑 앞 중앙에는 대형 태극기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하와이의 현충원에 대형태극기가 게양돼 있는 이유에 대해 의문을 갖고 함께 동행했던 통역에게도 물어봤지만, 그도 그 이유를 모르겠단다.
나중에 안 사실은 우리가 방문했던 바로 전날인 5일, 하와이총영사인 서영길 영사의 헌화꽃다발이 놓여있어 한인회에 물었더니 한국영사가 방문해 태극기를 게양했을 거라는 귀띔해 주었다.
▲ 펀치볼 중앙에 태극기위령탑 중앙에 태극기가 게양되어 있다. 타국에서 본 태극기가 그런지 자연스럽게 애국심이 발로된다. ⓒ 김동이
이유야 어찌되었든 머나먼 이국땅에서 만난 태극기가 얼마나 반갑던지 일행들은 서로 앞 다투어 태극기 앞에서 포즈를 잡기 시작했다. 또 하나의 추억을 남긴 뒤 태극기를 뒤로 하고 계단을 올라 위령탑 정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정상에 바라본 펀치볼의 모습은 국립묘지라기보다는 잘 정돈된 공원처럼 말끔하게 정리돼 있었다.
이처럼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잘 정돈된 이유도 있겠지만, 우리나라처럼 묘비가 세워져 있지 않고 묘비가 바닥에 눕혀져 있기 때문이다. 묘비가 땅과 평행하게 눕혀져 묻혀 있다 보니 묘비를 찾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여차하면 남의 묘비를 발로 밟는 실례도 범하기 십상이다.
동행했던 데이비드 장 공화당대표의 비서인 스카이 임씨는 "이곳 국립묘지에서는 한국에서처럼 봉분도 밟지 않으려고 조심조심하지 않는다"며 "편안하게 이동하되 남의 묘비를 밟지 않는 것이 예의"라고 설명해주었다.
펀치볼에 설치된 모든 지도에 '동해' 표기 없어
▲ 태평양 전쟁 당시태평양 전쟁 당시의 전쟁 흐름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지도. 이 지도에는 동해가 'SEA OF JAPAN'으로 표기돼 있다. ⓒ 김동이
묘비를 지나 오른 위령탑으로 향했다. 위령탑 정상에는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전투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작전 지도에서부터 우리나라의 한국전쟁 상황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군사지도 수준의 전쟁지도가 걸려있었다.
그런데 지도를 자세하게 살펴보니 씁쓸한 글씨가 눈에 들어온다. 'SEA OF JAPAN'. 동해가 일본해로 표기돼 있는 것이다. 혹시나 하여 다시 제2차 세계대전의 지도가 있는 방향으로 다시 돌아가 동해를 보니 이 역시도 'SEA OF JAPAN'이라고 표기되어 있었다.
함께 갔던 동료에게 "여기에 그려진 모든 지도에 동해 표기가 없다고 한마디 던지자 동료는 "관심 있게 보지 않아 몰랐는데 정말 그러네, 바로잡아야 할 필요성이 있겠다"라며 "총영사도 다녀갔다는데 못 본 건 아닐까, 누군가는 바로 잡아야한다"고 격앙된 어조로 말했다.
▲ 한국전쟁을 한 눈에하와이 펀치볼에는 제2차 세계대전 이외에도 6.25전쟁 당시 상황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지도도 게시돼 있다. 지난 2월 국가보훈처는 6?25전쟁 정전 60주년이자 한미상호방위조약 60주년을 맞아 하와이 펀치볼에 우리 정부 명의의 ‘추념석’을 헌정하기도 했다. ⓒ 김동이
제2차 세계대전의 아픔이 서려있는 펀치볼에서 2차 세계대전의 영웅에게 엄숙하게 조의를 표하고 오려고 했는데, 'SEA OF JAPAN' 문구 하나에 비분강개한 기분을 안고 나왔다. 이미 계획돼 있던 일정을 진행하기 위해 나오면서도 마음 한 편이 무겁고 씁쓸했다.
덧붙이는 글
지난 9월 4일부터 8일까지 하와이에 다녀와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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