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책에 마음해킹 당해보실래요?"
[인터뷰] <마법해커> 판타지 소설가 안응규
▲ 안응규씨 인터뷰자신의 책을 피며 회상에 잠기는 모습 ⓒ 정현중
장르소설 <마법해커>로 8권까지 낸 안응규 소설가는 나와 친분이 있어 늘 가까이서 보는 지켜보는 그 괴짜 청년이다.
매일같이 책방에서 볼 수 있는 판타지 소설만 수 십 종류. 하지만 우리주변에 소설가는 몇 명이나 되고, 그들은 어떻게 글을 쓸까? 나를 소재로 소설을 쓴다면 어떻게 쓸 수 있는지가 궁금했다.
또, 다른 직업을 가진 소설가의 생각은 어떤지, 생활은 어떤지에 대해서도 궁금했다.
마법을 해킹해보겠다는 소재로 쓴 판타지 소설 <마법해커>라는 판타지 소설가 안응규씨를 11일 오후 2시경 신금호역 부근 음식점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 마감 스트레스로 괴로운 얼굴을 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얼굴에 생기가 가득하시네요.
"<마법해커> 8권을 마감하고 요즘 쉬니까요. 현재 대학생이라 그렇게 압박감을 가지고 하는 편이 아닙니다."
- 제 주변에는 솔로가 많거든요. 애인도 있다고 들었어요. 전에 텔레비전 방송에서도 이외수씨 연애담을 들어보면, 소설가들은 정말 여자친구를 잘 사귀는 것 같아요. 노하우가 있나요?
"(발끈하면서) 무슨소리 하시는 건지? 지금 사귀는 사람은 4년간 그냥 알고지내던 사람인데 어쩌다 그리된거죠. 인연임 인연. 그렇게 생각하는게 편해요. 노하우? 저도 24년 가까이 솔로였거든요? 사람 나름이죠."
- 혹시 저를 소설로 쓴다면 어떤 내용으로 쓸 지 궁금합니다. 내용을 들어볼 수 있을까요?
"음... 글쎄요. 딱히 눈에 띄는 캐릭터성이 없는데요. 사실, 장르 소설같은 경우는 캐럭터에 따라 흥하거나 망하거나 차이가 많이 나요. 장르 소설 특성상 문체나 철학적 내용을 담아내는 것보단 캐릭터의 영향이 커요. 캐릭터가 소설 전체를 이끌고 가는 편입니다.
그렇다고 성격의 특징이 아예 없다는 건 아니에요. 캐릭터의 극단성이 부족하다는 거죠. 예를 들어서 주인공이 무대뽀 성격의 장군이라고 칠게요. 이 장군은 포위를 당해서 주변인들이 만류함에도 무대뽀라 그냥 희생을 감수하고 군대를 진군시키죠. 결국, 사지를 뚫고 나와서 왕이 칭찬을 해준다고 할게요. 장면으로 보면 '정말 잘했소! 그대가 포위망을 뚫어준 덕분에 우리가 살 수 있었소! 장군의 혜안에서 나온 작전이오?', '아닙니다. 그냥 뚫고 싶어서.'
그의 말에 주변 신하들은 그러면 그렇지 하는 표정을 지으며 얼굴을 와락 일그러뜨렸다.('그럼 그렇지. 저 녀석은 뇌까지 근육으로 되 있는데, 잠시나마 저 놈이 생각이라는 걸 했다니. 내가 미쳤지.') 등등. 이렇게 주변인의 리엑션을 쉽게 짤 수 있고, 그 극적인 장면을 더 맛깔나게 쓸 수 있죠. 그런 게 없잖아요?(웃음)"
▲ <마법해커 8> 책표지. ⓒ 환상미디어
"아, <다이하드 4>라는 영화를 봤는데, 거기에 있는 해커가 재미있는 캐릭터였어요. 이 녀석을 판타지 세계에 떨어뜨리고 마법이라는 배경을 주면 이거도 해킹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서 쓰기 시작한 거에요. 사실 오랜 기간 준비했던 것들은 정작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죠."
- 처음 소설을 쓴다고 하실 때 주변반응은 어땠나요?
"저 원래 중학교 시절부터 쓴다고 했었기 때문에, 다들 그러려니 했죠. 출판하니까 다들 고생했다 하던데요? 이상하게 본 사람 없음."
- 아! 저도 가끔 날아다니는 상상을 하는데요. 소설 중에 꼭 일상에서 적용됐으면 하는 것들이 있나요?
"저는 택시를 참 좋아하는데요. 텔레포트라는 마법이 있다면 택시비가 굳을 것 같아서 꼭 도입하고 싶어요."
- 그런 의미에서 제일 궁금했던 것이 판타지 소설가들은 일상도 판타지로 보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생각도 남들과 다른 것 같고요. 남들과는 다른, 그런 부분이 있나요?
"아니요. 그럼 제가 대학을 다니지도 못했을 거에요. 제가 이렇게 정상적인 사람으로서 거리에 돌아다닐 리가 없겠죠.(웃음)"
▲ "나는 롤 마니아"실제로 그는<리그오브레전드>의 광팬 ⓒ 정현중
"저요? 사실 <리그오브레전드>가 제 글쓰기에 방해가 되요. 2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 번째 이유는 마감일에도 이 게임을 하느라 마감일자를 넘기게 되고, 거기에 멘붕까지 당하게 되면 글을 쓸 때 타격이 꽤 큽니다.
두 번째 이유는 게임은 게임일 뿐, 사람사이의 관계가 아닌지라 영감이 안 떠올라요. 모두가 다 아는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패드립이 난무하는 게임인데 소설에 주인공이 패드립을 할 수는 없잖아요."
- 개인적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고 싶어요. 중학교 3학년 즈음에 미국으로 유학가셨었다면서요. 그때 일 좀 말해주세요.
"네, 개인적인 사정으로 미국에 가게 됐어요. 그런데 덤덤해요. 오래되서 기억도 안나고요. 다만, 좀 괜찮다 싶은 건 이 1년간 미국에 갔다와서 수능 때 외국어영역에서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었다는 것 정도? 외국어 1등급 아니었으면 홍익대학교에 못갔어요."
- 제가 알기로는 편집장님에게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걸로 아는데, 편집장님 이야기 좀 해주세요.
"사랑을 받는 건 아닌데... 남자가 사랑한다는 건 썩 듣기 좋은 소리가 아니에요. 게이가 아니거든요. 편집장님은 이미 이직하셨고, 제 멘토 작가님은 성격이 좋으세요. 게으른 저한테 혼을 낸 적이 한 번도 없죠. 혼내면 말을 잘 들을텐데 안 혼내셔서 좀 대충대충하는 느낌이라 좀 죄송하죠."
- 대학생이고, 법학과이신 걸로 아는데 앞으로 얼마나 책을 쓰실건가요?
"아마, 졸업 이후에도 기회가 되면 계속 쓰고 싶어요. 하지만 이 시장이 점점 위축되고 있어서 잘 모르겠어요. 단지 확실한건 이 시장이 존재하는 한 이 관계를 끊고 싶진 않네요."
- 다음번 소설에는 저도 등장시켜주실 수 있죠?
"네. 악당으로 등장시켜드릴게요.(웃음) 글을 잘 쓰고, 인터뷰 잘 하는 악역으로 쓸께요. 말은 이렇지만 줄이면 간신배 캐릭터."
- 다음 소설은 어떤 내용인지 미리 알 수 있을까요?
"회귀물이 유행이라 회귀물을 쓸 생각이에요. 딱히 캐릭터성이라 할 거는 무대뽀?라는 것뿐이지만. 무지막지하게 강한 뚝심과 화려한 검술을 가진 주인공이죠. 악마들에게 마지막에 죽임을 당하고, 모종의 이유로 어릴 때로 돌아가서 악마들과의 재대결을 위해 칼을 가는 내용이 될 겁니다. 그런데 이렇게 말해도 언제 바뀔지 몰라요."
-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재밌었고, 글을 쓰는게 나름 보람찬 일이라는 걸 아셨으면 좋겠어요. 기본적으로, 항상 재미있게 상황을 바라보고, 스토리를 짜낼 수 있는 습관이 있으면 누구나 장르소설을 쓸 수 있습니다. 또, 제 책도 많이 봐주세요. 요즘 대여점이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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