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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토 산비탈에 그린 지상화, 500년 전 작품?

[올라! 남미 페루 배낭여행 9] 파라카스 국립자연보호지구

등록|2013.09.13 16:23 수정|2013.09.13 17:05

파라카스 항구 풍경이 곳에서 바예스타섬으로가는 배를 탄다. (2011년 6월 사진) ⓒ 정광주


바예스타 섬은 태평양의 작은 항구마을인 파라카스에서 배를 타야 갈 수 있다. 파라카스는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 버스를 타고 남쪽으로 약 3시간 떨어진 거리에 있는 해안마을이다. 가까운 곳에 피스코가 있으며 2007년 여름에 지진과 쓰나미로 도시의 대부분이 파괴된 피스코 도심에서는 택시로 10분 정도 걸린다. 지진 당시 가까이 있었던 파라카스 마을은 피스코처럼 큰 피해를 보지는 않았고 경미한 정도의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파라카스는 기원전 이곳에서 발생하였던 파라카스 문명의 유적이 발굴된 곳이다. 페루의 고대 문명 중 세련된 채색 도자기와 화려한 직물을 남긴 파라카스 문명이 번영하였던 곳이었으며 시기적으로는 페루 북부의 와라스 지역에서 번영했던 차빈 문명과 같은 시기에 문화가 발달했던 곳이다.

파라카스는 '모래 바람'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한낮이 되면 모래를 싣고 불어오는 해안 건조지대의 바람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파라카스는 작은 어촌마을이며 주로 바예스타 섬을 관광하려는 사람들이 찾는데, 배를 기다리는 동안 해변으로 모여드는 펠리칸 무리와 물고기를 잡기 위해 물속으로 다이빙하는 새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해변의 갈매기들파라카스 항구에서 바라본 해변. (2011년 6월 사진) ⓒ 정광주


칸델라브로 지상화바다에서 보이는 촛대 모양의 지상화. (2011년 6월 사진) ⓒ 정광주


바예스타 섬으로 가기위해 배를 타고 파라카스 항구를 출발하면, 바다에서 처음으로 만나는 것은 파라스르 반도의 페헤이 곶에 있는 '칸델라브로'라는 지상화이다. 이것은 나스카의 지상화와 같은 형식으로 그려진 그림으로, 촛대모양의 거대한 지상화를 배 위에서 볼 수 있다. 황량한 섬의 능선에 그려진 지상화는 황토색의 비탈면에 뚜렷한 모습으로 새겨져 있다.

촛대라는 뜻의 칸델라브로라는 이름을 가진 이 지상화는 길이 약 187m, 폭 70m, 선 깊이 1m, 선폭 4m 로서 낮은 황토색 산비탈 같은 곳에 그려져 있으며 바다에서도 선명하게 보인다. 이 지상화는 스페인사람들이 500년 전에 그렸다는 주장과 나스카 지상화와 마찬가지로 잉카 이전에 그려졌다는 설이 있다고 한다.

날씨가 맑고 청명한 날에는 20km 밖 멀리 떨어진 바다에서도 뚜렷한 모양을 볼 수 있다. 그리 견고해 보이지 않는 이 지상화는 바다의 영향을 받은 염도가 높은 안개의 습기와 비가 잘 오지 않는 지역의 특성 때문에 황토에 새겨진 흔적이 사라지지 않고 지금까지 오래도록 남는 것이라고 한다.

칸델라브로 지상화를 지나서 1시간 정도 배를 타고가면 바예스타 섬이 나타난다. 바예스타 섬은 오래 전에는 과노라고 하는 비료 산업의 원료가 되는 광물자원이 있었던 곳이나 지금은 온갖 야생동물의 주요 서식지로 보호를 받고 있다. 보호지구로 지정된 파라카스의 바예스타 섬에는 여러 종류의 물개와 훔볼트펭귄, 페루부비, 과노가마우지와 잉카제비갈매기를 비롯한 새들이 엄청난 무리를 이루며 바위섬에 둥지를 틀고 살고 있다.

바예스타 섬은 '작은 갈라파고스 섬'이라는 별명으로 부르기도 하고 또는 가난한 사람들의 갈라파고스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렇게 부르는 이유는 다윈의 진화론으로 유명한 에콰도르의 갈라파고스 섬에 가기에는 시간과 돈이 부족한 가난한 여행자들이 가는 곳이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이는  바예스타 섬이 갈라파고스의 섬에 비견될 만큼이나 풍부하고 다양한 생물자원이 있는 곳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따라서 바예스타 섬은 조류 학자들도 자주 방문하고 있으며 이는 세계적으로 희귀한 조류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바예스타 섬의 새들바예스타 섬을 뒤덮고 있는 수많은 새들. (2011년 6월 사진) ⓒ 정광주


물개 섬물개섬의 해변에 많은 물개들이 모여 있다. (2011년 6월 사진) ⓒ 정광주


바위 섬의 물개들바위 섬에서 물개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11년 6월 사진) ⓒ 정광주


배를 타고 섬 근처로 가까이 가면 하늘을 까맣게 덮은 엄청나게 많은 새들을 볼 수 있다.  섬 주변에서는 작은 암초 위에서 쉬고 있는 물개와 펭귄들을 볼 수 있는데, 새와 물개, 그리고 펭귄 등 그 종류의 다양함에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페루 사람들은 바예스타 섬을 '물개섬'이라고 부르는데 물개들이 많이 살고 있어서기도 하다. 실제로 물개들이 많이 살고 있는 섬에서는 물개들이 여기저기 작은 암초 위에 올라 앉아 낮잠을 자기도 하고 뒹굴뒹굴 구르며 놀기도 한다. 물개들은 밤에 물고기 사냥을 하고 낮에는 섬에 올라와 이렇게 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한다고 한다.

바에스타의 섬마다 주로 살고 있는 생물의 종이 대부분 구분되어 있으며 보통은 물개, 펭귄, 바다새 등이 섬의 환경과 서식 조건에 따라서 같은 무리들끼리 모여서 살고 있다. 에콰도르의 갈라파고스 섬보다는 규모는 작지만 섬마다 환경이 조금씩 다르고 환경에 맞춰 진화한 생물들을 볼 수 있다.

여행자들이 바예스타 섬을 둘러보면서 한 가지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섬 주위에서 배를 타고 투어를 하는 동안, 바람을 타고 날아오는 새들의 배설물에서 풍기는 암모니아 냄새가 정말 지독하다는 것이다.

작은 섬의 바다새들작은 섬에서 바다새들이 쉬고 있다. (2011년 6월 사진) ⓒ 정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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