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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이슬 한 방울 맺은 참취에 취하다

[포토에세이] 접사로 본 세상(5)

등록|2013.09.14 20:35 수정|2013.09.14 20:35

참취참취꽃이 피어나고 있다. 참취 꽃 잎에 빗방울 쉬어가고, 빗방울 속에선 참취가 갖지 못한 색깔이 피어나고 있다. ⓒ 김민수


참취막 피어날 준비를 하고 있는 참취의 꽃, 활짝 피어나기 전 빗방울 하나 담고 온 우주를 품는 법을 배우는 듯 하다. ⓒ 김민수


참취참취는 꽃향기보다 이른 봄 이파리가 지닌 향기가 더 그윽하게 느껴진다. 그 이유는 이른 봄이면 참취를 뜯어 우리 몸에 모셨기 때문일 터이다. 참취는 삶아서 말렸다 묵나물로 먹어도 좋다. ⓒ 김민수


참취같은 꽃이라도 서 있는 곳 혹은 배경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서야할 자리를 잘 아는 것은 참으로 중요한 일이다. ⓒ 김민수


참취참취는 갈래갈래 줄기나 나눠지면서 많은 꽃들이 함께 피어난다. 혼자 피어나지 않고 함께, 이 얼마나 아름다운 사건인가? ⓒ 김민수


참취참취와 비이슬이 잘 어울린다. 여러송이의 이슬보다 하나만 있으니 또 다른 맛이다. 참취와 비이슬에 취한 가을날이다. ⓒ 김민수


폭우가 내린 탓인지 사진 모델이 되어줄 만한 꽃이 없다. 아니, 폭우가 내린 탓이 아니라 내가 서있는 곳이 아스팔트로 포장된 도시기 때문이다. 가을꽃들 앞을 다퉈 피어나는 시긴데, 꽃이 없을 리가 없다. 꽃이 없는 것이 아니라, 꽃이 없는 곳에 서 있는 것이다.

마침 몇 해 전, 화단에 참취를 심어 꽃을 보았다. 그 뒤로는 애써 가꾸지 않아도 취나물이 화단에 무성하다. 제법 뜯어먹어도 가을 이맘때면 서너그루는 꽃을 피운다.

민들레 씨앗을 찾고 싶었으나 찾질 못했다. 민들레 대신 참취로 헛헛함을 달랜다. 참취를 가만 들여다보니 비이슬이 하나씩 맺혀있다. 어제 온 비일까? 아니면, 오늘 아침에 내린 비가 아직도 남을 것일까?

이전에 그냥 바라보던 모습과는 또 다르다. 해 아래 새 것이 없다고 하더니만, 그 꽃이 그 꽃인데 또 새롭다. 그 새로운 것 정성스레 담다보니 비이슬 맺힌 참취에 오후가 취해버렸다.
덧붙이는 글 위의 붉은 배경의 사진은 포장지를 배경지로 사용했고, 아래 검은 배경은 조명과 그늘을 이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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