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현장크로키] 한밤중에 화가들이 꽃신을 그린 까닭은?

쌍용차 대한문 분향소 앞 집단단식농성 6일차 저녁 풍경

등록|2013.09.16 11:46 수정|2013.09.16 12:12
쌍용차 노동자들과 쌍용차 범대위 대표단들이 함께 살자며 '쌍용차 국정조사' 약속이행을 촉구하는 집단 단식농성에 들어간 지 6일째 되는 15일 오후 8시경. 어둠이 내려앉은 대한문 쌍용차 농성장에 몇 명의 화가들이 찾아왔습니다. 단식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찾아온 그들은 땅바닥에 함께 앉아서 붓을 꺼내 물감을 풀고 하하호호 웃으면서도 정성을 다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어디에 그렸냐구요? 단식 농성자들이 신고 있는 고무신에 그렸습니다. 그 작가들과 우연히 전시준비를 하던 중에 대한문에 간다길래 같이 따라나선 저는 이 멋진 모습을 크로키로 담았습니다.

한밤중에 꽃신을 그리는 화가들쌍용차 지부 해고노동자들과 범대위 대표단이 단식농성중인 대한문 분향소 앞 에 화가들이 찾아와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 이동수


과연 어떤 작품들이 나왔을까요?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해 보세요.

꽃신 1다화라는 닉네임을 가진 작가가 그린 꽃신. ⓒ 이동수


꽃신 2.wind stone 라는 닉네임을 가진 작가가 그린 꽃신 ⓒ 이동수


꽃신 3.진경 작가가 그린 꽃신. ⓒ 이동수


작업을 하는 동안 지나던 이들도 바쁜 발걸음을 멈추고 신기한 듯 쳐다보고 무엇을 하는 것인지 물어봅니다.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미소를 띠며 공감하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물끄러미 보다가 다시 길을 가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마침내 완성한 이 신발을 받아 든 해고노동자 세 분의 입가에 감동의 함박미소가 펴졌습니다.

"너무 감사하고 너무 좋아요! 배가 고픈 것도 잊고 힘이 막 납니다!"
"이거 아까워서 어떻게 신을까요? 가보로 삼겠습니다!"
"배는 고프지만 지금 기분은 '나이스~'입니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해고노동자들과 쌍용차 범대위 대표단의 집단 단식농성을 걱정하는 사람들 마음은 무어라 말로 표현하기 어렵겠지요. 그 절절한 마음을 잊지 않으면서 그들이 웃음을 잃지 않도록 격려하고 힘을 주는 작은 발걸음들이 더욱더 많아지기를 기대해봅니다. 부디 추석 전에 그들에게 좋은 소식이 있기를!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