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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러서지 않는 검찰 "개그맨 정태호 발언도 북한 이슈인가"

[원세훈 4차 공판] 국정원 심리전단, 대선 앞두고 개그맨 발언도 모니터링 보고

등록|2013.09.16 14:34 수정|2013.09.16 14:49

▲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을 맡아 온 윤석열 특별수사팀 팀장(자료사진) ⓒ 연합뉴스


검찰은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채동욱 검찰총장 찍어내기'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16일 열린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4차 공판(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범균)에서 검찰은 동요하거나 위축되는 기색 없이 증인으로 출석한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을 상대로 매서운 신문을 펼쳤다.

이번 공판에 검찰은 윤석열 특별수사팀 팀장(여수지청장)을 비롯해 박형철 부장(공공형사부장), 김성훈, 이복현 검사가 참석했다. 특히 3차 공판에는 참석하지 않았던 윤 팀장이 직접 나와 적극적으로 증인 신문에 임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이종복 전 국정원 심리전단 2기획관이 심리전단의 활동은 종북세력 및 북한의 사이버활동에 대한 대응이었다고 말하자, 검찰은 심리전단 직원이 작성한 보고서를 제시하며 "개그맨의 대선 관련 발언도 안보나 북한 관련 이슈냐"라고 따졌다.

국정원 압수수색 당시 확보한 '주요 카페·커뮤니티 특이 동향' 보고서에는 "일베는 개콘 출연 정태호를 정치개입이라고 규정. 개콘에서 정태호는 '내꿈은 정확한데 어젯밤 꿈에 대통령인 사람은 바로…' 방청객들은 'ㅁ'을 들었다 하고, 각종 커뮤니티에 'ㅁ'이 대통령이라고 확산 중"이라고 적시되어 있었다.

보고서에 언급된 내용은 대선을 앞둔 지난해 10월 14일 방송된 KBS '개그콘서트-용감한 녀석들'을 말한다. 당시 개그맨 정태호씨는 대선 후보인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이름을 차례로 말한 후 "어젯밤에 내가 꿈을 꿨다, 다들 모르겠지만 내 꿈 되게 정확하다"며 "내 꿈에서 이번에 대통령이 된 사람은 바로…"라고 말했다. 이에 같이 출연하는 신보라, 박성광씨가 정씨의 입을 막아 더 이상 말을 못하게 만들어 웃음을 자아냈다.

검찰이 물었다.

- 증인은 계속 심리전단은 북한 관련 문제, 안보 이슈에 대해서 대응했다는 취지로 대답했다. 그런데 심리전단에서는 개그맨 정태호가 발언한 것까지 모니터링 해서 보고했다. 혹시 증인이나 심리전단은 개그맨의 대선 관련 발언도 안보나 북한 관련 이슈로 보고 있었던 것인가?
"그 부분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

- 개그맨의 대선 관련 발언은 안보나 북한 이슈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것인가.
"그렇다."

검찰 "이번 재판 통해 오히려 안보 굳건해질 것"

검찰은 재판 초기부터 적극적이었다. 원 전 원장 변호인과 증인으로 출석한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이 비공개 재판을 요구한 데 대해 윤 팀장은 "비공개 재판은 국가안전보장이나 미풍양속 저해에만 해당한다"며 "지금 심리전단은 활동을 안 하는 것으로 알고 있고, (이 재판으로 인해) 향후 국가 안보에 전혀 지장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우리가 이 사건을 기소한 취지는 국정원이 안보 활동에 써야할 인적·물적 자원을 정치적인 사이버활동에 전념하며 안보 활동을 저해했다는 것이다, 이번 재판을 통해 오히려 안보가 굳건해지는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건에 국정원이 자꾸 국가안보를 들먹이는 것이 적반하장이라는 것이다.

증인으로 나온 이 기획관이 질문에는 명확한 대답을 하지 않은 채 자꾸 말을 돌리자 윤 팀장이 "이 자리에 무슨 설교하러 나온 것 같은데"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기획관은 재판부로부터도 주의를 들었다.

재판부는 "사건의 중요성이나 국민적 관심을 고려할 때 모든 절차를 다 비공개로 진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며 비공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판은 증인의 얼굴을 가리기 위해 8폭짜리 병풍형 가림막이 설치된 채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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