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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노조 '민중의례' 의례적 활동... 징계는 위법"

정직 1개월 징계... 감봉처분취소 청구소송서 16일 원고승소

등록|2013.09.16 16:47 수정|2013.09.16 17:06
정부의 '민중의례' 금지명령을 따르지 않고 노동조합 집회에서 민중의례 실시를 주도한 공무원에 대한 징계처분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공무원노조 행사에서 '민중의례'는 통상적이고 의례적인 활동일 뿐 공무원의 품위를 훼손하는 행위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이로써 공무원노조 활동에서 민중의례는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됐다.

2009년 10월 행정안전부장관 등은 공문을 통해 "민중의례는 노동운동권에서 행해지는 의식으로 '애국가' 대신 주먹을 쥔 채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순국선열 및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 대신에 '민주열사에 대한 묵념'을 하는 의식"이라며 "이러한 행위는 헌법의 기본질서를 훼손하는 행위로서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 신분인 공무원의 품위를 크게 손상시킨다"는 취지로 민중의례를 금지하고 위반할 경우 엄중 조치할 것을 사전에 통보했다.

그런데 전주시 소속 공무원으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간부를 맡고 있던 박OO(46·휴직 전임자)씨는 2009년 11월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열린 전국통합공무원노동조합 간부결의대회에서 공무원 6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사회를 보면서 민주열사에 대한 묵상,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등 민중의례 실시를 주도했다.

그러자 전라북도 인사위원회는 박씨에 대해 공무원의 복종의무, 품위유지의무 등을 위반했다며 정직 1개월의 징계처분을 의결했고, 전주시장은 2010년 6월 박씨에게 정직 1월의 처분을 내렸다.

이에 박씨가 소청을 제기해 전라북도소청심사위원회가 정직 1개월의 징계를 감봉 1개월로 낮췄지만, 불복해 징계처분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냈다.

박씨는 "공무원을 포함한 모든 국민은 헌법상 집회·결사의 자유 등을 가지고, 여기에 민중의례시 불러지고 있는 '임을 위한 행진곡'은 이미 법정 기념일로 지정된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 행사장에서 역대 대통령은 물론 현직 대통령도 불렀던 노래"라며 "이러한 역사적 배경 등에 비춰 애국가 대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민중의례를 주도했다고 해서 공무원의 품위유지의무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민중의례 실시로 징계처분을 받은 다른 공무원들이 없고, 민중의례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설립된 후 8년여에 걸쳐 관행적으로 집회에서 실시해 오던 것인데, 그동안 아무런 문제를 삼지 않고 있다가 이제 와서 문제 삼는 것은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심인 전주지법 행정부(재판장 김종춘 부장판사)는 2011년 3월 공무원노조 전임자 박OO씨가 전주시장을 상대로 감봉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공무원 신분인 원고가 행정안전부장관 및 소속 상관인 피고 전주시장으로부터 사전에 명시적으로 민중의례 실시는 공무원의 품위를 손상시키기 때문에 품위유지 차원에서 이를 금지한다는 직무상 명령을 받았음에도 이를 위반해 전국통합공무원노조 간부결의대회에서 민중의례 실시를 주도한 이상 이는 공무원의 복종의무와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원고가 직무상의 복종의무·품위유지의무 명령을 위반한 것에 대한 비난가능성이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는 점, 공무원으로서는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중립적 위치에서 공익을 추구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민중의례를 실시함으로써 그 의무를 저버린 점 등에 비춰 보면 감봉 처분이 원고에게 지나치게 가혹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볼 수는 없어 감봉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광주고법 전주제1행정부(재판장 이상주 부장판사)는 2011년 7월 "원고가 공무원노조 행상에서 민중의례를 실시한 것은 직무와 무관하게 노조전임자로서 한 통상적이고 의례적인 노조활동일 뿐"이라며 "감봉 징계처분은 위법해 취소하라"며 1심 판결을 뒤집고, 박OO씨의 손을 들어줬다.

사건은 전주시장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공무원 박OO(46)씨가 전주시장을 상대로 낸 감봉처분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가 공무원노조 행사에서 민중의례 실시를 주도한 것은 원고의 공적 직무와는 무관하게 노조전임자로서 행한 통상적이고 의례적인 노조활동의 일환일 뿐이고, 나아가 민중의례 실시 자체가 정당한 노조활동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할 수도 없다"며 "따라서 민중의례 금지명령은 원고의 노조활동에 관한 한 복종의무를 발생시키는 직무상 명령으로 볼 수 없어 원고가 복종의무 위반이라는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공무 수행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정당한 노조활동에서 민중의례를 실시하는 행위가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기강을 저해한다거나 직무집행의 공정성 또는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 "노동조합에 가입한 공무원이 노조 행사에서 민중의례를 하는 경우 전체 공직사회 및 공무원의 직무 집행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점, 민중의례라는 의식 행위가 특정한 정치세력을 대변하거나 특정한 정치적인 의사표현을 담고 있다고 보이지도 않는 점, 노조 행사에서 국민의례와 대비되는 방식의 민중의례를 실시했다고 공식행사에서 실시되는 국민의례에 대한 거부의사를 표현한 것으로도 해석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민중의례를 정치적인 의사표현과 결부시키지 않고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 범위 내에서 의례적인 방식으로 실시하는 한 공무원의 직무 집행이나 전체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실추된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가 민중의례 실시를 주도한 행위는 정당한 노조활동의 범위 내의 행위일 뿐 공무원의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a href="http://www.lawissue.co.kr"><B>[로이슈](www.lawissue.co.kr)</B></A>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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