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종편 앵커로 돌아온 손석희 "진실 다루도록 노력"

16일 JTBC <뉴스9> 첫 방송... '촌철살인' 명성 이어갈까

등록|2013.09.17 08:37 수정|2013.09.17 08:44

▲ 16일 JTBC <뉴스9>에서는 손석희 보도부문 사장이 뉴스 앵커로 복귀했다. ⓒ jtbc


"시청자 여러분, 손석희입니다. 약 70년 전 <르몽드>지의 창간자인 뵈브 메리는 '모든 진실을, 오직 진실을' 다루겠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럴 수 있다면 저희들의 몸과 마음도 그만큼 가벼워지리라고 믿습니다."

지난 5월 종합편성채널 JTBC로 이직한 손석희 보도부문 사장이 지난 16일 이 방송의 <뉴스9> 메인 앵커를 맡아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2000년 MBC <아침뉴스 2000> 이후 14년 만에, 지난 5월 10일 라디오 프로그램 <시선집중>에서 하차 이후 약 넉 달만의 뉴스 복귀다. 그는 뉴스 오프닝에서 프랑스 <르몽드> 창간자의 말을 인용해 "진실만 다루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하면서 "어깨가 무겁고 부담도 크지만 모두 한 마음으로 오늘을 준비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3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다시 마이크를 잡는 이유에 대해 "가장 효과적으로 JTBC 뉴스를 변화시키는 방법일 수 있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뉴스의 차별화를 위해 "당사자도 불러낼 수 있다"면서 "관례적으로 해온 1분 30초 리포트(보도)도 바꾸겠다"고 밝힌 바 있다(관련기사: "뉴스 9 앵커는 내 커리어의 마지막, 스트레스로 새벽에 식은 땀 흘리며 깬다").

차별화된 형식에 균형감 꾀해... 안철수 의원과 10여 분간 대담도

▲ 당일 열렸던 '3자 회동'에 대해 보도하고 있는 손석희 앵커 ⓒ jtbc


▲ 전문가와 현장에 나가있는 기자를 실시간으로 연결해 대화 중인 손석희 앵커. ⓒ jtbc


그의 약속대로 차별화된 뉴스가 만들어졌을까. 16일의 <뉴스 9>은 형식의 새로움을 꾀하면서도 보도의 공정성은 잃지 않으려는 모습이었다. 형식면에서는 이미 만들어진 보도를 나열하는 것이 아닌 기자와의 현장 중계를 세 꼭지로 늘렸고, 전문가-기자-앵커가 연결돼 실시간으로 대화했다. 또 뉴스 초반에 설문 문항을 던지고 말미에 그 결과를 발표해 긴장감을 극대화하기도 했다.

그간의 외부 시선을 의식한 듯 아이템도 균형을 잃지 않으려 애썼다. 당일 오후 있었던 '박근혜-황우여-김한길 3자회담 평가'와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압박설' '국정원 개혁' 등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사안들을 빠뜨리지 않고 보도했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을 직접 스튜디오로 불러내 10여 분간 날카로운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현안에 대한 심층 보도도 이어졌다. <뉴스9>의 첫 보도는 '3자 회담'이었지만 이후 세 꼭지를 내리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와 관련된 내용으로 배치했다. 손 앵커는 청와대 기자실에 나가 있는 기자를 연결, 채 검찰총장 감찰지시에 대한 청와대의 공식 입장과 향후 전망에 대해 질문하면서 "어…, 그렇다면 청와대도 회담 이후 야당이 다시 국회로 돌아올 거라는 생각은 안 했을 가능성이 크겠군요?"라며 즉석 현장 질문을 던졌다. 또 해당 사안에 대한 검찰 내부의 반응과 함께, 김종철 연세대 법학과 교수를 연결해 '채동욱 사태가 국정원 댓글 공판에 끼칠 파장'에 대해 듣기도 했다.

▲ 안철수 무소속 의원과 10여분 간 인터뷰를 진행한 <뉴스9>의 손석희 앵커. ⓒ jtbc


특히나 안철수 의원과는 전체 50여 분간의 뉴스 중 약 10분을 이례적으로 할애해 심층 인터뷰를 이어갔다. 손 앵커는 안철수 의원에게 16일 진행된 3자 회동을 어떻게 봤는지,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에 정치적 압박이 있었다고 보는지, 앞으로 신당 창당 계획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되는지 등 다소 민감한 질문들을 던졌다.

손 앵커의 '파고드는' 질문에 안 의원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손 앵커가 인터뷰 중 "조배숙 전 민주당 의원이 '신당 창당 논의가 있다'고 하던데 사실이냐"고 질문하자, 안 의원이 "제가 직접 한 바는 없다"고 대답했다. 다시 손 앵커가 "밑에서 한 바는 있다는 거냐"고 재차 질문하자, 안 의원이 잠시 침묵하다가 "글쎄요…"라고 대답했기 때문이다.

긍정적 평가 많아... '권위적 진행' 우려도

▲ 손 앵커는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와의 대화를 서둘러 매듭짓는 등 <시선집중>에서와 같은 진행 방식을 선보였다. ⓒ jtbc


그의 뉴스 앵커 복귀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의 평가는 어땠을까. SNS 반응은 "손석희 때문에 뉴스를 봤다, 앞으로도 공정한 보도가 가능할지 지켜보겠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뉴스가 진행되던 오후 9시 30분께 한 포털에서는 '손석희'와 'JTBC 뉴스'가 나란히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다.

트위터 아이디 @znf***는 "JTBC가 갑자기 이걸 기획했을 리는 없고, 손석희가 평소 꿈꿔온 뉴스 쇼를 만들어 낸 듯"이라며 "하지만 자본과 대기업 문제를 건드리지 않고 한국사회에 대한 진실을 말하는 게 가능할까"라고 지적했다. 또한 @jk*****를 비롯한 다른 이용자들도 "마치 보이는 <시선집중> 같았다"며 "주의 깊게 지켜볼 만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손 앵커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진행 방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soo****는 "손석희 첫 뉴스를 보니 권위적이고 지나치게 정치적이다, 마치 무관의 제왕 같은 오만함이 전해졌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그는 <뉴스9>을 진행하면서 상대방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재 질문을 하고, "알겠습니다"로 대화를 서둘러 매듭짓는 등 지난 MBC 라디오 <시선집중>에서와 같은 뉴스 진행 방식을 보이기도 했다.

▲ <뉴스9>은 날씨를 전하는 기상캐스터를 남자 기자로 바꾸는 등 나름의 파격을 선보이기도 했다. ⓒ jtbc


<뉴스9>은 같은 시간 지상파 뉴스가 보도했던 '추석 관련' 아이템은 단 한 가지도 없었다. 전화 연결을 하면서 스튜디오에 손석희 앵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기술적 미흡함을 보이기도 했다. 기상캐스터를 여자가 아닌 남자 기자가 맡는 나름의 '파격'도 선보였고, 뉴스를 마치면서는 < The times they are a-changing >(시대는 변해간다)이라는 제목의 노래가 배경음악으로 깔리기도 했다.

손석희 앵커는 이날 뉴스를 마치면서 "내일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시청자에게 전했다. 손 앵커는 <오마이뉴스>를 통해 밝힌 것처럼 '진영 논리에 빠지지 않고', 대기업 문제는 '팩트가 있으면 반드시 다루며', 수많은 이해관계 속에서 균형 잡힌 뉴스를 보도할 수 있을까. '종합편성채널'이라는 틀 안에서 제대로 된 뉴스를 만들어갈 수 있을지 <뉴스9>이 주목된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