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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공주도 입장불가' 무슨 뜻이죠?

'친절한 서울씨' 프로젝트, 표지판이 웃으며 말을 거네요

등록|2013.09.17 11:22 수정|2013.09.17 12:01
제법 찬 공기가 섞인 선선한 가을 바람이 부는 한강변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 낚시를 하는 사람, 텐트와 돗자리 위에 옹기종기 모인 사람들의 얼굴에는 가을의 넉넉함이 서려 있다.

▲ 한강 산책 중 발견한 '친절한 서울씨'의 낚시금지 안내문. ⓒ 김민화


그런데 멀리서 낯선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물고기 안전지대'? 광고용 현수막이라고 보기엔 단순하며 수수하다. 자세히 들여다본다. 그 아래 '이 구역은 낚시금지구역입니다'라는 설명이 있다. 그제야 감이 온다. 더 가까이 들여다보니 작은 글씨로 '친절한 서울씨는 서울의 표정과 말투를 친절하게 바꾸는 시민참여 프로젝트'라는 설명이 덧붙여져 있다.

무뚝뚝한 표정의 표지판이 바뀌고 있다

'친절한 서울씨'는 서울시의 다양한 정책과 문제를 창의적 시각과 집단지성을 통해 해결해 보고자 하는 300여 명의 크리에이터들의 모임인 서울시 크리에이터즈 '싱크'(SYNC)의 제안으로, 도심 곳곳의 표지판을 재미있게 만드는 시민참여 프로젝트이다((서울시 크리에이터즈 '싱크(SYNC)' 소개글 참조).

지금까지 일반적으로 행동 규범에 대한 공지문에는 '주차금지, 낚시금지, 금연'등 '금지'라는 표현을 주로 사용했다. 또한 이를 어겼을 경우 '흡연시 과태료 10만원 부과'와 같이 매우 강압적이고 권위적인 표현을 사용해 왔다.

일상적으로 길에서 마주하는 표지판은 사회와 사람들의 소통의 매개가 된다. 그런데 표지판의 표정은 뿔이 난 채 호통을 치는 듯하다. 이러한 무뚝뚝한 표정의 표지판이 바뀌고 있다. '낚시금지'는 '물고기 안전지대'로, '월요일은 휴관입니다'라는 도서관의 안내문은 '월요일은 도서관도 산책 중'으로 정겨운 표정으로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듯 보는 이도 웃음 짓게 한다. 

▲ 기존의 애완견 동반시 주의사항 안내문. ⓒ 김민화


▲ '친절한 서울씨' 프로젝트로 새롭게 설치된 애완동물 동반시 주의사항 안내문. ⓒ 김민화


박원순 서울시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서울의 말이 바뀌고 있습니다. 말이 바뀌면 생각이 바뀌고,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뀐다지요"라는 글과 사진을 올려 '친절한 서울씨' 프로젝트를 홍보했다. 이 글에는 "도서관 휴관이라고 적는 것보다 훨씬 정감있네요",  "돌아서는 헛걸음이 산책길로 바뀌는 순간", "서울시도 친절한 서울씨라고 하니 더 친근하네요" 등 시민들의 긍정적인 댓글이 달렸다.

지난 15일, 한강에서 아이와 함께 잠자리 채집을 하며 일요일을 보내고 있는 한 시민에게 새로운 안내문이 어떤지 물었다. 그는 "색상이랑 표현이 부드러워서 좋다"면서도 "그러나 '인어공주도 입장불가'라는 말이 '수영금지'라는 메시지 전달에는 좀 약한 것 같다. 말이 너무 예뻐 오히려 수영해도 될 것만 같다"며 아쉬운 점을 지적했다. 시각적 이미지뿐만 아니라 의미도 명확히 전달 될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점점 자극적인 문구들이 넘치고 있는 가운데 소소하지만 시민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말로 서울의 표정을 바꿔 나가고자 하는 '서울씨 프로젝트'. 9월부터 서울지역 한강공원 등 서울 곳곳에 설치한 경고문과 안내문의 문구를 단계적으로 바꿔가고 있다.

공지를 통한 주입이 아니라 공감을 통한 참여를 이끌어내고자 시민들과 감성적 소통을 시도하는 '친절한 서울씨'의 소소한 변화를 기대해 본다.

▲ 성산대교 밑 수영금지를 의미하는 '친절한 서울씨' 프로젝트의 새로운 안내문. ⓒ 김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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