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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추석 하루만 휴일... 그것도 근무로 보충해야

'민족대이동' 없어도 성묘와 송편은 남한과 똑같아

등록|2013.09.19 17:20 수정|2013.09.19 17:20

▲ 지난해 9월 30일 추석을 맞아 북한의 각계층 근로자와 유가족들이 인민군 영웅열사묘를 찾아 성묘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 연합뉴스


북한 주민들도 음력 8월 15일을 추석으로 쇤다. 풍성함에는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추석에 송편을 빚고 성묘를 하는 건 남이나 북이나 똑같다.

북한의 추석 공식 명칭은 '한가위'다. 남한처럼 추석 당일 앞뒤로 하루씩 더해 3일을 쉬는 게 아니라 19일 당일 하루만 쉰다. 그나마 하루 쉬는 것도 한가위 전이나 뒤에 있는 일요일에 근무로 보충해야 하는 '대휴' 개념이다.

휴일이 며칠씩이냐를 기준으로 보면 남한에서는 3일씩 쉬는 음력설과 추석이 최대의 명절이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3일 쉬는 음력 설, 2일 쉬는 김일성 주석 생일(태양절)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광명성절) 순이다. 북한에선 민속명절로서 추석의 위상이 그리 높지 못한 셈이다. 북한은 사회주의 생활양식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민족 고유의 명절을 배격했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조선민족제일주의를 주창하면서 1988년에 한가위를, 그 다음해엔 음력설을, 2003년에는 정월대보름을 민속명절로 정했다.

북한 주민들도 고향을 찾아간다. 그러나 직장 배정이 원거주지에 우선해 이뤄지는 게 보통이기 때문에 명절에 먼 거리를 이동하는 귀성객은 많지 않다. 따라서 추석이라 해도 도시에서 농촌으로, 도시에서 도시로 온가족이 이동하는 남한의 '민족의 대이동' 현상과 같은 일은 없다.

고향을 떠나 멀리 떨어져 사는 경우에는 하루 밖에 쉬지 않는 추석보다는 주로 3일 연휴가 주어지는 음력설에 기차를 이용해 귀향하려고 한다. 통일부와 탈북자들에 따르면, 도 경계를 넘어서는 장거리 여행에는 여행증명서가 필요하므로 음력설 한달 전부터 여행증명서를 받기 위해 애쓰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평양시내, 승용차와 우마차가 얽힌 성묘 교통체증

고속도로가 귀성하는 차들로 가득차고 대도시는 텅텅 비는 남한의 추석 풍경과는 달리, 평양시는 오가는 성묘객들로 붐빈다. 평양 내의 몇 군데 공동묘지와 교외의 산소를 오가는 성묘객들이 많기 때문.

자가용 차량을 보유한 경우가 드물고, 가족 단위로 버스를 이용하기 때문에 평상시와는 달리 추석과 음력설 같은 민속명절에는 '콩나물 시루 버스'를 많이 볼 수 있다고 한다. 또 이런 대중교통이 부족해서 평양시 교외로 나가는 도로에선 승용차와 버스, 화물차, 경운기가 어우러져 교통체증을 빚는 광경이 흔히 보이고 심지어는 우마차로 이동하는 성묘객들도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성묘방식에서 남한과 차이가 있다. 집에서 차례를 지내고 산소에 가서 성묘를 하는 남한과는 달리 북한에선 쌀밥과 계란, 두부, 송편, 각종 과일 등 각자 형편에 맞게 간소한 차례상을 산소에 차린다. 이 때 큰 절이 아니라 묵례를 올리고 차려온 음식을 한 숟가락씩 묘 주위에 묻는다. 산소가 멀면 집에서 제사를 지내는 경우도 많다.

북한 주민들은 한가위 같은 민속명절에 남한으로 치면 국립묘지에 해당하는 곳들을 참배하기도 한다. 항일무장투쟁을 펼친 이들이 묻힌 평양 대성산 혁명열사릉과 북한 정권 공훈인사들이 묻힌 평양 형제산구역 애국열사릉, 전국 각지의 인민군 열사릉 등에 참배하는 이들은 주로 여기 묻힌 이들의 가족, 당이나 군 간부들 위주지만 일반 참배객도 꽤 있다고 한다. 특히 북한 최고위 간부들은 민속명절에 김일성 주석의 조부와 부모의 묘에도 참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배급 없지만 떡 방앗간에 긴 줄...씨름대회 '20대의 활약' 부각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에서 최근까지 특별배급이 이뤄진 명절은 음력 설, 김일성 주석 생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이다. 명절로서의 위상이 낮은 만큼 추석에는 특별배급이 없었던 것. 요즘은 이런 명절 특별배급도 지역에 따라 공급 여부나 내용이 다르다고 한다. 이런 명절에 3~7일 정도의 식량과 식용기름, 설탕 등을 특별배급해 왔지만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을 거치며 중앙에서 일괄 배급하는 것이 아니라 각 지역단위에서 물량을 확보해 배급하는 것으로 바뀌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특별배급은 없지만,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수확의 계절이라 북한 주민들도 대부분 추석 음식을 마련한다고 한다. 특히 추석에 떡방앗간에 줄을 서는 모습은 남한과 다르지 않다. 북한의 한가위 음식으로 대표적인 것은 남한과 같이 송편이다. 북한의 송편은 남한에 비해 2~3배 큰 것이 특징이다. 밤단자도 추석 음식으로 꼽히는데 밤알 크기의 찹쌀떡에 밤고물을 묻힌 것이다.

추석을 맞이해서 전국적인 씨름대회를 여는 것도 남한과 크게 다르지 않다. 추석 연휴에 경기를 하는 남한의 추석장사씨름대회와 달리 북한의 대황소상 전국민족씨름경기는 지난 6일 끝났다. 올해 1톤짜리 대황소와 황금워낭을 탄 우승자는 해주경기장 노동자인 손광철 선수다. 23세의 신진 손 선수는 올해 11회를 맞은 이 대회에서 20대로서는 처음 우승한 것이다. 3위를 한 유성수 선수도 21세다. 

이번 씨름 대회에서 20대의 활약을 부각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대회가 끝난 지 10일이나 흐른, 지난 16일 최연소 유성수 선수의 활약을 재조명하는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이 기사는 "나이가 21살로서 제일 어리다는것도 관심사이지만 누구나 힘겨워하는 경기에서 풍부한 경험과 전적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과 주저함이 없이 당당히 맞서 높은 실력을 발휘하는 것이 최대의 인기였다"고 유 선수를 추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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