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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고릴라', 당신은 예외일까?

[중국어에 문화 링크 걸기 31] 볼 간(看)

등록|2013.09.23 12:15 수정|2013.09.25 18:29

볼 간(看, kan)은 손(手)을 눈(目) 위에 올려놓고 먼 곳을 본다는 의미다. ⓒ 漢典


정상적인 시력을 가지고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에 대해 헬렌 켈러는 "내가 만일 대학 총장이 된다면 눈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How to use your eyes)에 대한 과목을 만들겠다"고 했다. 눈 앞에 놓인 세계에 대한 관심, 이러한 세계에 감사하는 절박한 마음이 없으면 사물에 대한 세심한 관찰도 증발해 결국 봐도 본 게 아닌 상태에 머물고 만다. "마음이 없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는다(心不在焉 視而不見 聽而不聞)"고 <대학(大學)>에도 나온다.

최근 개봉한 영화 <감시자들>에는 주의력 착각, 부주의맹시(不注意盲視)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는 사람이 자기가 보려고 하는 것만 보려는 버릇이 있어 주의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보지 못하게 된다는 뜻이다. 영상을 보기 전에 흰옷 입은 사람이 농구공을 몇 번 패스 하는가를 세도록 하면 그 사이를 지나가는 고릴라의 존재를 보지 못하게 되는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도 비슷한 이유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눈이 100개 달린 아거스(Argus)처럼 눈앞 현실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본다'는 말은 보는 자세, 방법에 따라 한자가 매우 다양하다. 그 중 볼 간(看, kàn)은 손(手)을 눈(目) 위에 올려놓고 먼 곳을 본다는 의미다. 올려다보는 것은 첨(瞻)이고, 내려다보는 것은 감(瞰)이다. 주의 깊게 보는 것은 관(觀)이고 아득히 먼 곳을 바라보는 것은 조(眺)이며 두루 둘러보는 것은 람(覽)이다.

우리말에 '달리는 말에서 산을 보듯 수박 겉핥기식으로 한다'를 사자성어로 주마간산(走馬看山)이라고 하는데 이를 중국어에서는 '달리는 말에서 꽃을 본다(走马观花, 走马看花)'라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동시에 두 가지를 거뜬히 해내기도 하지만, 범인들은 집중하지 않으면 한가지도 제대로 그 이면의 깊이를 온전히 보아 내기가 쉽지 않다.

눈을 작게 하여 자신을 돌아보면 성찰의 '성(省, shěng)'이 되지만 상대방을 작게 여기면 '무시하다, 업신여긴다(少看, shǎokàn)'는 의미가 된다. 괄목상대(刮目相對)도 중국어에서는 괄목상간(刮目相看)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눈을 비비는 것은 자세히 보고자 함이라기보다 놀람의 동작 표현으로 보인다.

보였던 세계가 점점 보이지 않게 될 때의 절망은 겪어보지 않으면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눈은 보이지 않지만 마음은 무언가 하려는 의지로 가득한 사람은 '맹목불맹심(盲目不盲心)'이다. 최소한 '불맹목맹심(不盲目盲心)'은 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나뭇잎이 붉게 물들어가고, 바람에 그 잎이 흔들리는 것을 볼 수 있다는 것 그 자체로 너무나 환상적인 일이다. 세계를 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보다 깊은 눈으로, 눈 위에 손을 얹고, 세계를 통찰하며 보아낼 수 있어야 한다. 다만 그것을 보고 느낄 수 있는 '마음'이 함께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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