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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다시 긴장.... 움막 지키던 70대 쓰러져 입원

부북면 윤여림씨 23일 입원치료 중... 한국전력, 10월 초 공사 재개 움직임

등록|2013.09.24 09:29 수정|2013.09.24 10:10
밀양이 다시 긴장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공사가 10월 초에 송전탑 공사를 재개할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반대 주민들이 공사를 막기 위해 움막과 진지 설치 작업을 벌이고 있다. 70대 할아버지가 긴장과 과로로 쓰러져 병원 입원하기도 했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공동대표 김준한)에 따르면, 밀양 부북면 대책위원인 윤여림(74)씨가 지난 23일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병원에 후송됐다. 윤씨는 현재 밀양병원에 입원해 있다.

윤씨는 밀양시 부북면에 있는 공사 현장에서 열흘째 집에도 가지 않고 농성장 움막을 새로 만드는 일을 해왔다. 주민들은 "윤여림씨는 정홍원 국무총리의 밀양 방문(9월 11일) 이후 한국전력의 공사 강행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고, 추석 연휴 기간에도 집에서 자지 않고 농성장 움막에서 밤을 지새웠다"고 전했다.

"밀양 주민들 굉장한 공포 느끼고 있다"

▲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가 임박해 보이는 가운데, 열흘 동안 공사 현장의 농성장 움막에서 지냈던 윤여림씨가 23일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다. 사진은 5월 말 공사 재개했을 때 밀양시 부북면 공사현장에 있던 움막의 모습. ⓒ 윤성효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특히 여러 언론에 의해 공사 재개일로 알려진 9월 23일을 하루 앞둔 22일께, 경찰 병력이 23일 새벽 밀양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부북면 주민 15명이 이날 밤 11시부터 부북면 공사 현장 진입로를 막고 농성장 움막에서 밤을 새우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에 따르면, 윤여림씨의 부인인 정임출(70)씨는 "남편은 늘 삼천 배를 하고 대책위 활동을 하는 부북면 주민들 중에서도 가장 건강했는데, 지난 열흘 동안 너무 긴장하고 초조해했고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며 "농성장 움막을 보수하고, 진지를 구축하면서 과로했다"고 전했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현재 밀양 주민들은 가을걷이를 서둘러 마무리하고 공사 강행에 대비하고 있으며, 밤마다 마을별로 주민들이 대책회의를 갖는 등 매우 분주한 상황"이라며 "특히 이번 공사 재개에는 대규모 경찰 병력이 투입된다는 소문이 돌면서 긴장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김준한 공동대표는 "지난 6월 보건의료단체연합이 밀양 송전탑 경과지 주민들을 대상으로 건강진단을 한 적이 있다, 그때 밀양 주민들의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고위험군이 무려 69.6%가 나왔다"면서 "9·11테러를 겪은 미국 시민들의 4배 수준이라고 한다, 이게 그냥 나온 결과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3000명 이상의 경찰병력이 투입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주민들이 굉장한 공포를 느끼고 있다"며 "정부는 공사 강행 의사를 재고하고, 주민들이 요구하는 대안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오는 9월 29일 오후 7시 밀양 영남루 앞에서 '공사 강행 반대 대규모 궐기대회'를 연다. 한국전력이 5월 20일부터 1주일간 공사를 벌였을 때, 이를 막는 주민 20여 명이 쓰러지거나 다쳐 병원에 후송되기도 했다.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 "사회적 공론화 기구 필요"

▲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을 비롯한 76개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 소속 회원들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한전의 밀양송전탑 공사 강행에 대해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밀양 송전탑 공사 반대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밀양에만 있는 게 아니다. 환경운동연합 등 76개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은 지난 23일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밀양송전탑 공사 재개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에 따르면 "정부와 한전은 주민과 합의 없는 엉터리 보상안을 제시하고 추석 직후 송전탑 공사를 재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며 "이들은 고리 핵발전 단지에 핵발전소를 가동하려는 계획의 일환으로 밀양송전탑 건설을 강행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밀양 송전탑은 더 이상 밀양만의 문제가 아닌만큼 공사가 강행된다면 많은 시민들이 탈핵 희망버스를 타고 현장으로 달려갈 것"이라며 "정부와 한전은 송전탑 공사 재개 시도를 중단하고 송전탑 문제를 다룰 사회적 공론화기구를 구성하라"고 촉구했다.

한국전력, 10월초 공사 재개 움직임

이런 반대 여론에도 한국전력은 10월 초에 밀양 송전탑 공사를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한국전력은 추석 직후에 공사를 재개할 예정이었다. 한국전력은 주민들에 대한 공사방해금지가처분신청의 선고와 보상금 지급 등에 따라 공사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력은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2명과 밀양 주민 24명에 대해 지난 8월 12일 공사방해금지가처분신청을 법원에 내놨는데, 창원지방법원 밀양지원은 9월 17일에 이어 오는 9월 30일 2차 변론심리를 연다.

송전탑 찬성 주민대표와 한국전력을 비롯한 관계기관 관계자들로 구성된 '밀양송전탑 갈등해소 특별지원협의회'는 지난 11일 가구당 평균 400여만 원의 보상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주민보상안에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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