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퇴직 고위공무원, 한달 만에 기업으로 '고고'
삼성 11명으로 가장 많아...공직자윤리위 심사 '유명무실'
▲ 박근혜 정부 출범이후 소속기관별 취업제한 퇴직자 재취업 현황 ⓒ 국무조종실
박근혜 정부에서 퇴직한 고위공무원 대부분이 한달도 안돼 사기업 등으로 취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법상 이들은 원칙적으로 퇴직 후 2년동안 퇴직 전 5년동안 몸담았던 부서와 업무관련 있는 사기업체에 취업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이들은 퇴직과 함께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취업 승인을 요청하고 그대로 통과했다.
특히 국방부와 국세청 출신 일부 퇴직 공직자들의 경우 방위산업체와 세무법인 등에 취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공직자 윤리위의 심사 자체가 유명무실하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26일 김기식 의원(민주당)이 국무조정실로부터 제출받은 '박근혜정부 출범이후 퇴직공직자(취업제한대상자) 재취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현 정부 출범이후 퇴직한 취업제한 대상 공직자는 모두 73명이다. 기관별로 보면 청와대 출신 인사가 21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국방부 16명, 국세청 7명, 감사원 5명, 대검찰청 4명, 한국은행 3명 등이다.
고위 퇴직자 대부분 한달 안에 재취업...삼성이 11명으로 가장 많아
▲ 박근혜 정부 출범이후 고위 퇴직자 재취업 기간 ⓒ 국무조종실
이들 73명은 퇴직 후 짧게는 일주일에서 길게는 6개월안에 모두 일반 사기업체와 유관기관에 취업했다. 퇴직하고 바로 다음날에 기업체에 들어간 공직자도 14명이나 됐다. 대부분이 한달 안에 재취업에 성공했다.
기업으로 보면 삼성그룹에 취업한 퇴직 공무원이 11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현대그룹이 5명, 우리금융지주에 4명이 입사했다. 이어 케이비(KB) 금융지주, 케이티(KT), 엘아이지(LIG), 에스케이(SK), 대우조선해양, 에어부산, 카이(KAI), 한화그룹 등에 각각 2명씩 취업했다.
특히 이들 가운데 일부 군(軍) 출신 인사들이 대우조선해양과 한화 등 방위산업체에 들어갔다. 이어 국세청 출신 인사들도 회계법인과 세무법인 등에 취업해 업무관련성 의혹을 받고 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국무위원과 국회의원, 4급이상 공무원과 경찰-소방-국세-관세-감사원 등 특정분야 7급이상 공무원, 중령이상의 군인과 군무원 등을 재산등록의무와 취업제한대상으로 정해놓고 있다. 이들은 원칙적으로 퇴직 후 2년동안, 퇴직 전 5년동안 소속했던 부서의 업무와 관련있는 일반 사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도록 돼 있다.
▲ 박근혜 정부 출범이후 퇴직 고위공직자 재취업 기업 현황 ⓒ 국무조정실
군출신 인사 방위산업체에 버젓이 취업...유명무실 취업승인 심사
하지만 이들이 취업 하게된 것은 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업무관련성 등을 심사해 취업을 승인했기 때문이다. 김기식 의원은 "군인출신 인사들이 방산업체로 가고, 세무공무원들이 회계와 세무법인에 취직을 했는데 어떻게 업무관련성이 없다고 볼 수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사실상 공직자윤리위의 심사가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다.
실제 공직자 윤리위는 지난 2010년 이후 현재까지 취업 승인 신청 1108건 가운데 1030건을 승인했다. 10건 중 9건 넘게 승인하고 있는 것이다. 현 정부 들어서도 136건의 취업승인 건수 가운데 125건이 승인됐다. 단 11건만 취업에 제한을 받았다.
김 의원은 "해당 부처에서 취업 승인을 신청하면 공직자 윤리위는 거의 통과시켜주는 거수기 역할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대형 로펌에서 변호사가 아닌 퇴직공직자를 영입하는 것은 사실상 정부 상대로 로비스트 역할을 맡기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김 의원 등 야당의원 10여 명은 퇴직 공직자의 로비스트 역할을 억제하는 내용을 담은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국회에 내놓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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