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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국정원보다 더 무서운 데다"

[인터뷰] 안양근 삼성전자서비스센터지회 대의원

등록|2013.09.27 15:06 수정|2013.09.27 18:44

▲ 안양근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센터지회 대의원. ⓒ 노동과세계 변백선


삼성전자서비스센터 노동자들이 민주노조 깃발을 높이 들고 무노조경영 삼성자본에 맞서 저항 투쟁을 벌이고 있다. 안양근(45)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센터 대의원은 이제 금속노조 조끼를 입고 다닌다.

안 대의원은 1993년 삼성전자서비스 한 센터에 입사했다. 센터 이름이 바뀌고 근무형태가 진성도급에서 위장도급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모두 겪었다. 그는 지난 8월 21일자로 해고됐다.

"15년 전 쯤 서울메트로노조 조합원인 매제가 저한테 그랬어요. 왜 그러고 사느냐고, 노조를 만들라고요. 지하철은 야근을 하면 다음날 쉬었어요. 우리에게 권리가 있다는 걸 그 때는 몰랐어요. 조합원이 되고 보니 내가 우리가 정말 무지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죠."

민주노총이나 금속노조의 시위현장을 언론을 통해 볼 때 그는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제가 조합원이 아닐 때는 3자 입장에서 왜 저렇게 과격하게 하나, 대화로 해도 될 텐데 하고 생각했어요. 왜 노조를 해야 하는지, 왜 투쟁을 해야 하는지 이제는 알겠어요."

삼성전자서비스센터는 365일 전화접수를 받고 출동한다. 토요일은 정상근무를 하고 일요일은 물론 설과 추석 등 명절에도 당직기사들이 돌아가며 일한다. 여름철 석 달 간 외근기사들은 풀가동이다. 장시간 노동에 저임금 노예노동을 견디다 못해 그들은 노조를 만들었다.

삼성전자서비스센터 노동자들이 지난 4월 시간외수당과 체불임금 반환소송을 준비하자 사측은 부산 동래센터에서 일하던 노사위원회 위영일 위원장과 신장섭 간사를 해고하고 센터를 폐업했다.

네이버 밴드를 통해 온라인으로 소통하면서도 노동자들은 노조가 과연 가능할까, 소송을 하면 체불임금을 받을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가졌다. 일부 노동자들이 해고될 각오하고 자신들을 보호해 줄 노동조합을 만들자고 했다.

"그때 저는 노조는 하지 말고 소송만 하자고 했어요. 삼성에서 어떻게 노조를 하나 싶었죠. 아내에게 노조를 할지도 모르겠다고 했더니 절대 안 된다고 하지 말라고 했어요. 지금은 아내가 저보다 더 강성이지만요."

"삼성은 공권력보다 정보망이 더 빠르다"

▲ 안양근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센터지회 대의원. ⓒ 노동과세계 변백선


안양근 대의원은 해고되기 전 3주가 정말 힘들었다고 말한다. 센터 사장과 팀장에게 매일 불려가 몇 시간씩 언쟁을 높였다.

"밴드를 탈퇴해라, 소송도 하지 마라, 노조는 더 안 된다, 시끄러워진다, 네가 그러면 센터가 찍힌다, 다른 직원들까지 피해를 본다, 감사 들어온다... 저는 사실 무서워서 노조에 가입했어요. 센터 사장 때문에 가입한 거나 다름없어요. 노조에 가입해서 보호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했죠."

삼성전자서비스센터 노동자들은 7월 14일 창립총회를 열어 금속노조 깃발을 움켜쥐었다. 8월에는 삼성전자 본사 앞에 집결해 대규모 집회도 열었다.

복수노조가 시행될 때 센터 사장은 어느 날 아침 조회에서 말했다.

"삼성은 국정원보다 더 무서운 데다. 복수노조가 시행되면 금속노조나 한국노총에서 접촉해 들어올지 모른다. 접촉이 들어오면 무조건 거부하라. 사인하는 순간 1시간 안에 삼성이 안다. 삼성은 공권력보다 정보망이 더 빠르다."

인터뷰 중 안양근 대의원의 사촌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나 해고됐다. 나 요즘 노조 일 한다."

안 대의원의 사촌동생은 그와 같은 센터 소속으로 일하다 사고를 당해 인대가 파열됐지만 산재처리도 못받고 치료기간 무임금으로 불이익을 받았다.

삼성전자서비스센터 노동자들은 무거운 장비를 많이 다루기 때문에 산재사고도 잦다. 안양근 대의원은 왼쪽 허벅지에 길게 파인 상처를 보여줬다. 그는 크고 작은 사고를 수십 차례 당했지만 단 한 번도 산재처리를 받지 못했다.

안양근 대의원은 삼성전자서비스센터가 추석 직후 지회 조직이 있는 센터만 골라 조합원들을 타깃으로 표적감사를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안 대의원도 이 표적감사를 통해 해고를 당한 것이라고 했다. 영등포센터와 동인천센터 등 조합원에게는 직무변경을 강요하고, 노조를 탈퇴하라는 협박이 계속되고 있다는 게 안 대의원의 주장이다.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노예에요. 비조합원들도 마찬가지고요. 노동자가 삼성 같은 재벌과 싸우는 것을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하죠. 그래도 계속 내리치다 보면 그 바위도 어떻게든 훼손이 되고 형태가 변하고 바뀔 거예요."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민주노총 신문 <노동과세계> 온오프라인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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