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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불허전 팔방미인 조영남 콘서트를 보다

등록|2013.09.28 17:46 수정|2013.09.28 17:46
어제(27일) 오후엔 몹시 바빴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저녁 8시부터 '충남대 정심화홀'에서 펼쳐지는 <조영남 콘서트>를 보러 가야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직장의 상사로부터 평소보다 30분 일찍 퇴근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고, 상사가 수락해 서둘러 귀가했습니다.

재빠르게 목욕을 하고 딸이 사준 멋진 아웃도어룩으로 치장한 뒤 시내버스에 올랐지요. 하지만 대전역 주변에서 차가 막히기 시작했습니다. 러시아워에 딱 걸린 것이지요. 대전에서 충북 오송까지의 BRT 버스노선을 공사하느라 대전역 앞은 항상 교통이 혼잡합니다.

그래서 여기를 통과하는 데만 무려 30분이 넘게 걸렸지요. 따라서 서둘러 달려갔음에도 불구하고 <조영남 콘서트>가 열리는 충남대 정심화홀에 도착한 시각은 공연 20분 전인 7시 40분이었습니다. 당초엔 아내와 같이 보려 하였으나 처가에 제사가 있는 까닭에 대타로 동서 형님하고 보게 되었지요.

형님 역시 서두르신다곤 했으되 저와 마찬가지로 러시아워의 터널에 막히는 바람에 공연을 10분 앞둔 즈음에야 가까스로 도착하실 수 있었습니다. "형님, 어서 오세요!" "오래 기다린 겨?" 이윽고 시작된 조영남 콘서트는 객석 뒤에서부터 등장한 주인공의 '물레방아 인생'으로부터 시작됐습니다.

조영남 씨의 명성은결코 허명이 아니었습니다! ⓒ 홍경석


"세상만사 둥글둥글 호박 같은 세상 돌고 돌아 정처 없이 이곳에서 저곳으로 기웃기웃 구경이나 하면서 밤이면 이슬에 젖는 나는야 떠돌이 돌고 도는 물레방아 인생......"

이어 조영남씨는 자신의 "얼마 안 되는 히트곡으로 말미암아 두 시간 공연을 어찌 이끌어 갈 수 있을지 관객 여러분들은 걱정하실지 몰라도 염려하지 마시라"고 했습니다.

아울러 자신의 고향이 충남 예산군 삽교읍으로 잘못 알려져 있는데 사실은 북한이라고 하셨습니다. "제 노래 중에 (1951년 1월 4일의) '1.4 후퇴 때 피난 내려와 살다 정든 곳 내 고향 충청도~'라는 노래가 있듯이 삽교는 사실 제 2의 고향"이라는 것이었죠.

하긴 검색을 해 보면 조씨의 고향은 황해도로 나옵니다만. 하여간 일인다역의 토크쇼까지를 이끌어 내는가 하면 직접 피아노와 기타에 더하여 하모니카까지 능숙하게 연주하는 조영남씨의 모습에서 그는 그야말로 명불허전이자 또한 팔방미인(八方美人)의 재주꾼임을 새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윽고 땀과 열정의 공연이 끝난 시간은 밤 10시. 우레와 같은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끝으로 <조영남 콘서트>는 막을 내렸습니다. "형님, 잘 보셨어요?" "응, 정말 재밌었어! 두 시간이 어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그렇게. 오늘 동생 덕분에 좋은 공연 봤으니 이젠 우리 어디 가서 술 좀 마시자. 내가 살게!" 덕분에 술에 고주망태가 되어 어찌 귀가했는지도 모를 정도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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