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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기장승격심사, 합격 번복 논란

문병호, 국토부 항공정책 전문성 강화 지시... 아시아나 특별점검 조치

등록|2013.09.30 09:29 수정|2013.09.30 09:29

미국 교통안전위가 공개한 현장사진미국 교통안전위원회가 지난 7월 8일 공개한 아시아나 사고 여객기 관련 사진. 아시아나항공 OZ 214편은 지난 7월 7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착륙 중 충돌사고를 일으켰다. ⓒ 연합뉴스


국토해양부 장관 명의로 발부되는 항공기 조종사 운항자격 심사결과가 번복되는 일이 벌어져 항공정책의 전반적인 제도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정부는 매년 운송용 항공기 및 비사업용 국외비행 조종사에 대해 지식 및 기량평가를 심사한 후 합격자에 한해 운항자격을 인정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항공법 제51조, 동법 시행규칙 제149조의 2 및 3항).

이 중 지식심사는 이론 12개 항목을, 기량평가는 이착륙·상승·강하 등 수행능력 42개 항목을 심사한다. 이때 정부 심사관(11명)은 주로 인정·수시 심사를 하고, 항공사 소속 위촉심사관(9개사, 약 200명)은 정기 심사를 분담해 실시한다.

합격 후 다시 불합격 통보... 감사원 조치도 무시?

지난 4월 23일 아시아나 항공(사장 윤영두)은 국토해양부(아래 국토부)에 기장승격 정기 심사를 요청, A기장에 대한 지식 및 기량평가를 실시했다. 당시 정부 심사관 B씨는 지식 평가를 통과한 A기장의 기량평가(4.29, 인천/청도 왕복비행)를 마치고 비행자료 결과를 확인 후 조종실에서 구두로 합격을 통보했다.

하지만 이후 아시아나 항공 사무실에서 열린 회의에서 A기장의 기량평가 비행에 동승하였던 아시아나 소속 위촉심사관인 C씨가 청도공항 이륙과정에서 고양력장치 운용속도 한계치인 230kts(노트)에서 4kts가 초과했다며 합격에 이의를 제기, 국토부는 이를 수용해 다시 불합격으로 처리했다.

피평가자였던 A기장은 이에 불복해 바로 감사원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감사원은 비행정보 분석 기록을 통해 최대 규정 속도 230kts에 모자란 218.6kts임을 확인해주었다. 즉 A기장이 운용속도 한계치를 규정에 맞게 지켰다는 답변이었다.

하지만 국토부는 당시 이륙 과정의 다른 기준인 고양력장치(Slat/Flap-날개 앞뒤) 속도 초과를 문제 삼아 최종 불합격 처리했다고 재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즉 이전의 초과치 기준(230kts)과는 또 다른 레버포지션(변속기 활성화 시점) 과정에서 속도 한계치인 215kts에서 3.6kts초과했다는 내용이다.

모든 근거 항공기 제작사 교범에 나와 있어도 국토부는 우왕좌왕...

이와 관련 지난 6월 28일 국회 국토교통위 문병호(인천 부평갑) 의원은 합격 번복 논란의 원인을 찾고자 관계자를 의원실로 초대해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아시아나·대한항공조종사노조, 한국민간 조종사협회(ALPA-K), 아시아나 사측 관계자, 국토부 운항자격과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당시 간담회의 주요 쟁점은 A기장의 운용속도 한계초과 여부였다. 국토부는 아시아나 사측에게 받은 속도 초과 자료를 제시하며 불합격 근거를 설명했다. 하지만 아시아나노조와 조종사협회는 항공기 제작사인 에어버스에게 받은 결과를 근거로 속도 초과가 아니었음을 제시해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

이후 두 달 동안 문병호 의원실과 아시아나조종사노조는 수차례에 걸쳐 운용속도 한계치 분석과 오버스피드(초과)에 대한 분석을 통해 A기장이 정상적인 속도로 운영했다는 결과를 받게 됐다. 이를 근거로 7월말께 국토부는 A기장의 불합격 처리를 다시 번복해 합격처리로 최종 승인했다.

문병호 의원은 "모든 기장 심사 시 초과속도 여부는 통상 항공기 제작사인 에어버스 매뉴얼(FCOM-POM)에 근거해 처리된다"면서 "제작사에 문의 결과, 당시 A기장은 조종실 내 계기판 수치로 봤을 때 합격에 상응하는 기준(경고등도 울리지 않음)이었음에도 국토부는 오직 아시아나에게 통보 받은 문서로만 고수했다"고 정부 검증 능력의 무능함을 보여준 사례라고 지적했다.

문 의원은 "결국 수차례에 걸쳐 항공기 제작사에 문의한 결과 (정부는)잘못을 시인하고 최종 합격으로 번복 통지했다"면서 "국토부장관 명의로 발부되는 조종사승격심사에 민간 위촉심사관이 허술하게 심사하다보니 최종 결과도 사측의 입김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의원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항공정책 관련 공무원의 전문성 강화와 기장 자격을 부여하는 국토부의 항공운항평가 시스템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면서 "항공기 결함 및 안전성 확보를 위해 어떤 위해요소가 있는지도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시아나 결국 특별감사 조치...국토부 항공정책 전문성 강화 대책도 시급

한편 국토부는 최근 실시한 아시아나 항공에 대한 특별점검 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운항분야 13건, 안전관리분야 2건, 여객운송분야 5건, 운항분야 4건, 안전관리분야 10건, 정비분야 20건, 여객운송분야 6건 등 총 60건의 개선명령과 개선권고를 내렸다.

먼저 사업개선명령(20건)에서 운항분야는 ▲ 모든 운항경험훈련 시 안전운항 확보 차원에서 승무보조 탑승을 의무화 ▲ 조종사 운항자격인정 지식심사 문항의 적정성 확보 ▲ 조종사 운항자격인정 심사표 기록관리 철저 ▲ 특수공항에 다한 시각교육 보완, 별도 교육공간 지정 운영 등을 지시했다.

여객·운송분야는 ▲ 화물여객 안전담당자 기준 강화 ▲ 화물운방용구의 무게관리 철저 ▲ 객실승무원 비상장비 훈련의 유효성 확보 ▲ 항공기정비 품질심사 철저 이행 ▲ 정비가 비행기 기종교육 강화 ▲ 항공기 전자계통 정비전문성 확보 ▲ 정비교육훈련프로그램 유효성 분석법 강화, 강사자격 기준 개선 등을 명령했다.

개선권고(40건)의 운항분야는 ▲ 평가에 불합격한 조종사 관리절차 개선 ▲ A330 관성항법장치 성능 점검 절차 마련 ▲ 종합통제 부문 조직 보완 등을 권고했다.

이어 정비분야는 ▲ B747, B777 항공기 엔진계통 예방정비 철저 수행 ▲ 항공기 반복결함(에어컨, 여압계통) 재발 방지대책 강구 ▲ 이률활주 중 이륙중단 방지대책 마련 ▲ 항공기 비행전후 침 중간점검 절차 보완 등을 권고했다.
덧붙이는 글 이정민 기자는 국회 문병호 의원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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