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00만 원 안 되는 티브로드 협상안 수용 못해"
노조원 170명 본사 점거농성 돌입, 한때 경찰과 충돌... 근로조건 개선 등 요구
▲ 경찰에게 저지 당하는 티브로드 노조원티브로드 노조 조합원들이 30일 서울 종로구 흥국생명빌딩 앞에서 집회를 하던 가운데 8층 티브로드본사 사무실을 점거하고 있는 조합원에게 식사를 전달하려 진입하던 중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 이희훈
▲ 끌려나가는 티브로드 노조원티브로드 노조 조합원 50명가량이 흥국생명 건물 앞에서 사측에 근로기준법 준수와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집회를 하던 가운데 8층 티브로드 본사 사무실 점거 노조원에게 식사를 전달하기 위해 진입한 노조원을 경찰이 건물 밖으로 끌어내고 있다. ⓒ 이희훈
국내 최대 케이블업체 가운데 하나로 위장도급 의혹이 제기됐던 (주)티브로드홀딩스(아래 티브로드)의 협력사 비정규직 노동자 약 220명이 30일 티브로드 본사 점거 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은 원청인 티브로드가 책임을 인정하고, 교섭에 응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희망연대노동조합 티브로드비정규직지부(아래 티브로드노조)는 이날 오전 8시 10분쯤 서울시 종로구 흥국생명 건물 8층에 있는 티브로드 본사 8층에 진입해 점거농성을 시작했다. 이시우 티브로드노조 지부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회사에) 근로기준법 준수와 법정최저임금수준인 임금을 최저 생활을 보장할 수 있도록 인상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합원 170명은 오후 3시 현재에도 사무실을 점거 중이며 나머지 조합원 50명 가량은 흥국생명 건물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티브로드 쪽은 8층으로 통하는 9층과 7층 비상계단을 통제했고, 엘리베이터도 8층에 서지 않도록 했다. 한때 경찰은 농성자들이 먹을 생수와 김밥 반입을 제지, 노조와 충돌하기도 했다.
종합유선방송사업자(Multiple System Operator, MSO)인 티브로드는 전국에 고객을 모집하는 22개의 고객센터와 케이블 설치·철거 및 AS 업무를 하는 25개 기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센터들은 모두 업무위탁계약을 체결한 협력업체다. 이곳 직원들 역시 티브로드 본사가 아닌 협력업체 소속인데, 원청인 티브로드가 이들의 인사권은 물론 업체 재정과 회계 전반을 관리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관련 기사 : 케이블 업계도 위장도급 만연... 티브로드의 전횡).
고용부 근로감독에서 위법사항 드러나... "바지사장 뒤 티브로드 나서라"
▲ 티브로드 "직접고용, 정규직화"티브로드노조 조합원 50명 가량이 서울시 종로구 흥국생명 건물 앞에서 사측에 근로기준법 준수와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 이희훈
고용노동부는 이와 관련해 5월 20~31일 동안 티브로드 기술센터 19곳, 고객센터 10곳 등 41개소를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실시했다. 그 결과 사업장 대부분에서 임금·수당 미지급 등 위법 사례를 적발했다(관련 기사 : "티브로드 부실근로감독, 재수사해야").
8월 13일 티브로드노조는 "본사가 사실상 '바지사장'을 통한 위장고용을 했다는 증거가 나왔다"며 "장시간 노동, 저임금으로 고통받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바지 사장 뒤에 숨어 있는 진짜 사장인 티브로드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섭 실패시 파업'을 예고했던 티브로드노조는 9월 4일부터 파업을 시작했다. 이 지부장은 30일 "그동안 사측에서 몇 가지 제안을 했다"며 "그렇게 해도 저희 평균 급여가 200만 원이 안 되기 때문에 수용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 "진짜 사장나와라"티브로드 노조 조합원들이 30일 서울 종로구 흥국생명빌딩 8층 티브로드 본사 사무실에서 근로기준법 준수와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는 점거 농성이 진행되는 가운데 창가로 피켓을 든 티브로드 노조원과 아래층의 티브로드 본사직원이 아래를 바라보고 있다. ⓒ 이희훈
노조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티브로드 쪽 태도 역시 파업의 원인이다. 이 지부장은 "노조의 건전한 활동을 보장해달라는 것도 요구사항"이라고 했다. 그는 "사측이 이번 파업에 동참하지 않은 지역 고객센터에 '노조 가입자들을 탈퇴시켜라, 안 그러면 하청업체를 정리하겠다'고 하거나 조합원이 적은 곳엔 '복수노조를 만들겠다'고 한다"며 "부당노동행위가 계속 되고 있다"고 얘기했다. 또 "(회사가) 지난 8월 말~9월 초쯤 노조 탈퇴자들에게 20만 원에서 30만 원 가량을 보너스로 지급했다"고 덧붙였다.
이 지부장은 "티브로드가 '하청업체 사장들과 오늘 구체적인 협상안을 만들어올테니 점거 중인 조합원들은 밖으로 빼달라'고 요청했다"며 "우리는 구체적이고 이전보다 나아진 협상안이 나오면 그 내용을 보고 (점거 농성 해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티브로드노조는 이날 오후 7시 흥국생명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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