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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 뉴스에도 '서민'은 없었다

JTBC <뉴스9>, 2주간 노동 현안 1건 보도... 정치 현안은 정면 접근

등록|2013.10.02 13:58 수정|2013.10.02 14:32

▲ 손석희의 복귀를 알리는 두 번째 광고 '우린 볼겁니다'에서 JTBC는 사실, 공정, 균형, 품위를 추구하겠다고 말했다. ⓒ JTBC


손석희가 제이티비씨(JTBC) <뉴스9>를 통해 TV 뉴스로 돌아왔다. 2000년 문화방송(MBC) <아침뉴스 2000>이후 14년만이다.

JTBC는 개편 전부터 '새롭게 시작합니다', '우린 볼 겁니다' 등의 광고를 통해 손석희의 '앵커 복귀'를 대대적으로 알렸다. 그의 귀환은 시청률 상승으로 이어졌다. 지난 9월 16일 개편 첫날 시청률은 닐슨 코리아 기준으로 전주에 비해 1.0%포인트 오른 1.978%를 기록했다. 다음 날에는 2.226%을 기록하며 종합편성채널 중 같은 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손석희 효과가 나타난 셈이다.

<뉴스9> 개편 전에는 손석희에 대한 기대와 "그래봤자 종편이 얼마나 변할까" 하는 우려가 교차했다. 하지만 첫 방송 이후 트위터 상의 시청자 반응은 대부분 우호적이었다.

"손석희가 JTBC로 가서 달라질 것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놀라움을 느꼈다. 이 정도만 유지한다면 지상파 뉴스는 설자리를 잃을 듯..충격이다"(@js808***), "JTBC가 지상파보다 낫네. 손석희가 큰 결심한 건가?"(@sogu***), "뉴스가 재미있네 ~~시간가는 줄 모르게 집중해서 보긴 처음이다. jtbc 손석희 뉴스 워낙 지상파, 종편이 편파적이라 그런지 공정하다 못해 감사하네 ~~"(@tlsw***)

위의 게시글에서 보듯이 JTBC 뉴스를 지상파와 비교한 내용이 많았고, 기존 지상파 뉴스에 염증을 느낀 시청자들이 손석희의 <뉴스9>에 상대적으로 호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단비뉴스>는 <뉴스9>가 과연 얼마나, 어떻게 변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지난 9월 16일부터 2주간 모니터 분석을 실시했다.

보도 가짓수 줄고 심층성 높여

▲ <단비뉴스>는 'News9'가 과연 얼마나, 어떻게 변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지난 9월 16일부터 2주간 모니터 분석을 실시했다. ⓒ 조한빛


우선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포맷의 변화다. 개편 전에는 하루에 23~25 꼭지를 내보냈으나 개편 이후엔 13~19 꼭지를 방송했다. 짧은 앵커 멘트와 기자 리포트 완제품을 기계적으로 나열하는 대신 주요 이슈에 대해서는 손석희 앵커와 취재 기자가 3분에서 길게는 10분까지 '토크'를 통해 전후 맥락과 배경을 전반적으로 살피는 형식을 도입했다. 또 중요 사안에 대해서는 3꼭지 가량 묶어 보도하는 등 심층성도 꾀했다.

매일 핵심 이슈와 관련 있는 인물을 스튜디오로 초대하거나 중계차로 연결해 앵커와 대담을 나누는 것도 기존 지상파나 종편 종합뉴스에서는 볼 수 없었던 포맷이다. <뉴스9>는 일본산 수산물 수입 문제와 관련해 9월 17일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을 불러 식품 안전 문제를 따졌고, 9월 19일에는 천막농성 중이던 민주당 김한길 대표를 현장 중계차로 연결해 엉킨 정국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을 듣기도 했다.

주요 현안에 대해 매일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것도 특징이다. 뉴스 초반에 여론 조사 대상 이슈를 결정하고, 뉴스 말미에 그 결과를 알리는 방식이다. 시청자들을 뉴스가 끝날 때까지 붙잡아두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그동안 '채동욱 사퇴 적절했나?', '빈손' 3자 회담, 누구 책임?' 등이 여론 조사 대상 이슈에 올랐다.

이런 포맷 변화에 대해 시청자들은 "직접 인터뷰를 많이 하는 손석희 뉴스 방송 신선하네요"(@seyeonw***), "손석희의 뉴스9은 미드 뉴스룸을 가지고 온 듯한 느낌. 나만 그런가? 매우 신선했다"(@race***) 등 비교적 새롭다는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손석희 뉴스 오늘 첨 봤는데.. 보이는 손석희 시선집중 그대로 옮겨 놓은 듯. 신선하기 보다는 시선집중 포맷을 그대로 가져온 듯"(@ber***) 등 손석희 앵커가 이전에 진행했던 MBC 라디오 프로그램 <시선집중>의 형식과 비슷하다는 평도 많았다.

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최진봉 교수도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뉴스 구성과 다른 점이 있어 처음에는 신선도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시선집중> 포맷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기 때문에 <시선집중>의 진행방식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는 진부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전혀 새로운 형태의 틀을 보여주는 것이, 새로 뉴스를 시작하는 손석희씨의 참된 모습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라며 "포맷 변화만이 아니라 진보진영의 목소리도 더 반영하는 진정성 있는 모습도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치 현안은 적극적으로 접근... 경제·노동 현안은 소홀

최진봉 교수는 <뉴스9>가 삼성 같은 민감한 문제도 '제대로' 다룰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뉴스9>는 지난 9월 25일 "'삼성 반도체 근로자 직업병 피해' 유엔에 진정서 제출"이라는 제목으로 반도체 피해자 인권 단체인 '반올림'의 활동을 보도했다. 하지만 30초 가량의 단신에 그쳤다. 최 교수는 이에 대해 "생색내기 성격이 짙다"고 말했다.

<단비뉴스>의 모니터 분석 결과 지난 2주간 <뉴스9>에서 가장 많이 보도된 사안은 '복지공약 후퇴 논란'이다. 전체 165꼭지 중에서 17꼭지가 이 이슈를 다룬 것이었다. 그 다음 기업관련 기사와 정부·공공기관 관련 기사가 각각 13건씩 보도됐다. 채동욱 검찰총장 사태는 11건으로 그 뒤를 이었었다.

<뉴스9>는 특히 법원이 민주당의 재정 신청을 받아들여 국정원 고위 간부들에 대한 공소제기 명령을 내린 사실과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의 시국미사 등을 적극적으로 보도했다. 이 이슈들은 현 정부가 불편해 할 뉴스였고, 실제 지상파는 외면하거나 제대로 다루지 않았던 뉴스다. 시국미사 보도와 관련해 시청자들은 "천주교시국미사를 현장 연결해서 jtbc9시뉴스에서 볼 줄이야."(@silent___r***) 등 '놀랍다', '의외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정치 현안에 대해서 피해가지 않는 보도태도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경제, 특히 대기업 관련 현안에 대해서는 그런 적극적인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대기업문제를 비판적 시각에서 접근한 기사는 앞서 언급한 '반올림' 관련 단신과 벤츠 관련 비리 등 2건 뿐이다. 지난 9월 16일 고용노동부가 그동안 불법파견 논란을 빚어온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문제와 관련해 "논란의 여지는 있다"면서도 불법파견은 아니라고 결정해 노동계의 거센 반발을 샀다.

▲ 지난 17일 <경향신문>(위), <한겨레>(아래)는 고용노동부의 삼성전자 협력업체 직원은 불법파견이 아니라고 판결해 논란이 일었던 사실을 보도했다. 'NEWS9'은 이를 다루지 않았다. ⓒ 경향·한겨레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9월 17일자 신문에서 이를 크게 보도했고, 특히 <한겨레>는 '노동부의 노골적인 재벌 봐주기'라는 사설을 통해 노동부를 비판했다. 하지만 <뉴스9>는 지난 2주 동안 계속 이 문제를 외면했다. 또 국가인권위원회가 정리해고 요건을 현행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서 '경영 악화로 사업을 계속할 수 없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는 경우'로 구체화하라고 권유한 것을 고용노동부가 거절해 파장이 일었으나 이 문제도 <뉴스9>는 다루지 않았다.

<뉴스9>를 통해선 노동 관련 기사도 거의 볼 수 없었다. 지난 9월 23일 보도된 최저임금 관련 기사 1건이 2주 동안 유일하게 나간 기사다. 같은 기간 동안 다른 매체에서는 비정규직 문제, 초등학교 돌봄 교실 교사의 초단기 계약 문제, 쌍용차 노동자들의 대한문 시위 등 여러 노동 관련 현안들이 꾸준히 보도됐지만 <뉴스9>는 이에 대해 입을 닫은 것이다. <뉴스9>는 개편을 알리는 두 번째 광고 '우린 볼 겁니다'에서 비정규직과 계약직을 언급했지만 정작 뉴스에서 그들의 목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사라진 '경제 민주화'

공정거래법 개정안, 유해화학물질 관리법과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 등 경제민주화 법안 관련 뉴스 또한 <뉴스9>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뉴스9>는 9월 20일 전세난 관련 리포트 2건을 내보냈으나 취득세율 영구인하가 유력한 전세난 해법인 것처럼 보도한 반면 전·월세 상한제 등 진보적인 해결책은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 이후에는 전세난 문제를 전혀 다루지 않았다.

반면 <한국일보>는 지난 9월 17일 '집 사는 사람 느는데… 불 안 꺼지는 전세대란' 기사에서 전·월세 상한제를 언급했고, 9월 23일에는 '전월세 상한제 도입도 검토할 만하다'라는 사설로 이를 지지하기도 했다.

취득세율 인하가 전세난 해결보다 주택 매매 활성화에 1차적인 목적이 있다는 점에서 이 정책은 건설업체와 주택을 2채 이상 보유한 집 부자들의 이익과 직결된다. 반면 전·월세 상한제는 1차 목적이 전세난 해결에 있다는 점에서 건설업체와 집 부자들의 이해관계를 반영하지 못하거나 오히려 배치된다. <뉴스9>는 이처럼 경제 민주화, 전세난 해소 등의 사안에 대해서는 서민들의 입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 지난 16일 14년만에 방송에 복귀한 손석희는 르몽드지 창간자 뵈브 메리의 말 "진실을, 모든 진실을"을 인용하며 앞으로 진실을 다루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JTBC


<뉴스9> 개편에 대해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 관계자는 "저널리즘이 무너진 상태에서 심층적이고 제대로 된 내용을 보도하는 포맷은 확산돼야 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종편'이라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 좋다, 아니다를 말할 순 없을 것 같고 좀 더 지켜봐야겠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최진봉 교수도 "JTBC는 포맷만 바꿨지 뉴스의 질은 사실상 예전과 비슷하다"며 "당장 변화했다고 보기는 어렵고 뉴스 아이템들을 어떻게 다루는지, 삼성의 이해와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것도 보도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온라인 미디어 <단비뉴스>(www.danbi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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