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밀양 송전탑 126번 현장 주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한국전력 야간공사도 벌여... 주민 30여 명 철야 농성, 3명 단식농성 계속

등록|2013.10.03 19:38 수정|2013.10.03 19:38
밀양 송전탑 126번 철탑 현장 주변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그곳은 주민 30여 명이 1일부터 철야농성을 계속하고, 아주머니 3명이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곳이다. 주민들은 경찰이 텐트를 빼앗아 가고, 아침 대용으로 먹으려 끓이던 라면에 소화기 분말가루가 들어가도록 했다며 '분노'에 섞인 반응을 보였다.

이곳은 밀양시 부북면과 상동면 경계에 위치해 있다. 127~129번 철탑은 부북면 위양리 쪽에 있는데, 위양리와 평밭마을 주민들은 움막을 설치하고 무덤까지 파놓고서 '송전탑 반대 투쟁'을 벌이고 있다.

▲ 밀양시 상동면과 부북면의 경계인 126번 철탑 현장 주변에서 1일부터 '송전탑 공사 중단'을 요구하묘 단식농성하고 있는 신난숙, 성은희씨가 3일 오후 경찰이 지켜보는 속에 이불을 덮고 누워있다. 신난숙씨는 갑상선 치료를 받고 있는데 치료 약을 갖고 오지 않아 쓰러진 뒤 서울 명동 향린교회 소속 신도가 갖고온 수액을 맞고 있다. ⓒ 윤성효


▲ 밀양시 상동면 여수마을 주민 30여명은 1일부터 126번 철탑 현장 아래에서 '송전탑 공사 중단'을 요구하며 밤샘 농성하고 있다. 사진은 3일 오후 주민들이 앉아 있는 모습. ⓒ 윤성효


126번 철탑 공사장 아래 100m 지점에 주민들이 모여 있다. 대규모 경찰이 현장에 배치되어 주민들을 막고 있으며, 한국전력공사는 야간에도 작업하는 등 공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주민들은 2일 밤 텐트를 설치하려고 했는데, 경찰이 빼앗아가서 돌려주지 않았다. 이에 주민들은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에서 지원한 비닐로 밤을 지샜다.

한 할머니들은 "헬기가 장비를 싣고 오는 모습을 보니 미치겠더라"며 "헬기가 뜨는 것을 막아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할머니는 "어제 밤에 텐트를 치려고 했는데 경찰이 빼앗아 가서 아직도 돌려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할머니들은 "밤새 얼마나 추웠는지 모른다"며 "여기 기침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텐트도 없이 밤을 보내서 그렇다, 우리는 여기서 죽더라도 공사는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과 충돌 과정에서 부상자도 생겨났다. 윤필이(79) 할머니는 다리와 손목에 타박상을 입었다. 윤 할머니는 "지난 1일 낮에 올라와서 내려가지 않고 있다"며 "경찰이 팔목을 너무 세게 잡아서 피멍이 들었고, 다리도 차였다"고 말했다.

▲ 한국전력공사가 3일 밀양시 상동면과 부북면의 경계인 126번 철탑 현장에서 공사를 계속하고 있는 속에, 여수마을 주민 30여명은 공사장 인근에서 사흘째 농성하고 있다. ⓒ 윤성효


▲ 밀양시 상동면 여수마을 주민 30여명은 1일부터 126번 철탑 현장 아래에서 '송전탑 공사 중단'을 요구하며 밤샘 농성하고 있다. 사진은 3일 경찰과 충돌과정에서 윤필이(79) 할머니가 다리와 손목에 타박상을 입는 부상을 당했다. ⓒ 윤성효


한국전력공사, 작업 인부 동원해 철탑 공사 계속

주민들은 3일 오전 아침식사 대용으로 라면을 끓이다가 경찰이 소화기를 발사해 분말이 섞이면서 먹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 할머니는 "라면을 먹기 위해 휴대용 가스레인지에 불을 지폈더니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자(57)·성은희(52)·신난숙(51)씨는 이곳에서 지난 1일부터 단식농성하고 있다. 김씨는 3일 호흡 곤란 등을 호소해 병원으로 후송되었다가 치료를 받은 뒤 다시 현장에 복귀했다.

신난숙씨는 '갑상선' 치료를 받고 있는데 사흘째 약을 먹지 못하고 있다. 마침 이날 오후 서울 명동 향린교회 소속 신도들이 현장을 방문했는데, 홍이승권 서울의대 교수가 있었다.

홍이승권 교수는 수액을 갖고 와 신씨한테 링거로 투여했다. 홍이승권 교수는 "주민들을 지원하고 있는 활동가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서울에서 출발하기 전에 수액을 갖고 왔다"며 "약을 먹지 못할 경우 스트레스 반응으로 위험할 수도 있고, 심장 맥박이 불일치할 수 있다"며 걱정했다.

그는 "진보와 보수를 떠나 주민의 주거권과 생존권은 보호해 주어야 하고, 정부는 보상으로만 다했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며 "송전선로를 지하로 설치할 수 있어야 하고, 국민 건강권 유지가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3일 오후 한국전력 직원들이 작업장으로 들어가기 위해 지나가다 주민들과 충돌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인권단체 활동가 2명이 경찰에 연행되었고, 주민들이 찰과상 등 부상을 입었으며, 한국전력 여직원 1명이 병원에 후송되었다.

경찰측은 앞선 주민들의 주장에 대해 "밤에 비가 오지 않는데 텐트가 필요 없기에 철거한 것"이라고, "산에서 가스레인지에 불을 피우면 화재 위험 등으로 산림법 위반에 해당하기에 방제 차원에서 소화기를 뿜었던 것인데 분말이 날렸던 것 같다"고 말했다.

▲ 3일 한국전력공사는 밀양시 상동면과 부북면의 경계인 126번 철탑 현장에서 공사를 계속하고 있다. ⓒ 윤성효


▲ 3일 한국전력공사는 밀양시 상동면과 부북면의 경계인 126번 철탑 현장에서 공사를 계속하고 있다. 한국전력은 야간 작업도 하고 있는데, 작업 인부들이 쉴 수 있도록 텐트를 설치해 놓았다. ⓒ 윤성효


한국전력공사는 작업 인부들을 통해 126번 철탑 공사를 계속하고 있었다. 벌목한 나무를 파쇄하거나 터 닦기 작업을 벌였다. 공사장 바깥으로는 철조망이 설치되어 있었고, 공사를 방해하면 '업무방해'라 적은 펼침막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철조망 출입문 앞에는 대형 텐트가 설치되어 있었다. 작업 인부들이 이곳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해놓은 것이다. 또 현장에는 야간 작업을 위한 형광시설물도 보였다.

경찰이 배치되어 있는 곳의 숲속에는 텐트가 설치돼 있었고, 경찰들이 앉을 때 사용하도록 한 스티로폼도 곳곳에 있었다.

▲ 3일 한국전력공사는 밀양시 상동면과 부북면의 경계인 126번 철탑 현장에서 공사를 계속하고 있다. ⓒ 윤성효


▲ 밀양시 상동면 여수마을 주민 30여명은 지난 1일부터 126번 철탑 현장 아래에서 '송전탑 공사 중단'을 요구하며 밤샘 농성하고 있는데, 밤에 텐트를 설치하려고 했다가 경찰이 빼앗아가 설치하지 못했다. 사진은 경찰이 사용하기 위해 숲속에 텐트를 설치해 놓은 모습. ⓒ 윤성효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상당수가 노인인 주민들이 갖고 온 텐트를 경찰이 빼앗아 가면서, 경찰과 한국전력은 텐트를 설치하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3일 오후 할머니 5명이 산을 내려갔다. 할머니들이 농성하다 일어나서 경찰 사이를 지나 임도로 내려가자 경찰들이 다가와 반겼다. 경찰들은 할머니들을 향해 "조심해서 내려가세요", "휼륭하십니다", "우리가 모시겠습니다"고 말했다.

이에 할머니들은 "그런 인사 하지 말고 송전탑 공사나 못하게 좀 해라"거나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남아 있는 할머니들한테 5명이 내려간 이유를 물었더니 "내려간 할머니들을 대신해서 남편인 할아버지들이 올라왔고, 집에 수확해 놓은 작물을 여성의 손으로 처리해야 하기에 내려간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어떻게 하든 송전탑은 안된다"며 철야농성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 3일 한국전력공사는 밀양시 상동면과 부북면의 경계인 126번 철탑 현장에서 공사를 계속하고 있다. ⓒ 윤성효


▲ 3일 한국전력공사는 밀양시 상동면과 부북면의 경계인 126번 철탑 현장에서 공사를 계속하고 있다. ⓒ 윤성효


▲ 3일 오후 '탈핵희망버스' 참가자들이 126번 철탑 현장 아래에서 사흘째 철야 농성하고 있는 여수마을 주민들을 격려하기 위해 임도를 따라 올라가다가 경찰에 막혀 앉아 있는데, 그 사이 김수환 밀양경찰서장(오른쪽 모자 쓴 사람)이 현장 상황을 파악한 뒤 내려오고 있다. ⓒ 윤성효


▲ 3일 오후 '탈핵희망버스' 참가자들이 126번 철탑 현장 아래에서 사흘째 철야 농성하고 있는 여수마을 주민들을 격려하기 위해 임도를 따라 올라가다가 경찰에 막혀 앉아 있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 지도위원 등이 참석했다. ⓒ 윤성효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